▲ 박미정 칼럼니스트-창업교육·창업멘토링 전문가
▲ 박미정 칼럼니스트
-창업교육·창업멘토링 전문가

【투데이신문 박미정 칼럼니스트】 어느 날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이 발표하는 연례 국제 행사) 강연에는 췌장암을 조기발견 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발명했다는 15살 소년이 등장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잭 안드라카였다.

잭 안드라카는 13살 때 가족처럼 생각하던 삼촌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를 애도하며 췌장암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있었다. 잭은 위키피디아(wikipedia)와 아마존(Amazon) 등에서 자료를 찾아 연구에 몰두했다. 좀 더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연구실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이를 갖춘 수많은 기관과 대학에 연구실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모두 거절하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잭은 포기하지 않았고 200여 번의 거절을 당한 끝에 존스홉킨스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연구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연구실에서 잭 안드라카는 8000개 이상의 단백질을 연구했고, 4000번 이상의 시도 끝에 췌장암 진단 키트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나에게 너무도 인상적인 강연이었다. 이후 잭이 한국에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잭은 자신과 형이 호기심 많은 소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하루는 백만 볼트가 흐르는 전기 코일실험을 하다 온 동네를 정전시켰으며 대장균실험을 하던 도중 아버지가 감염돼 고생한 적도 있었다. 또한 다이너마이트의 주 성분이 되는 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가 테러와 관련된 요주의 인물로 의심받는 바람에 잭의 부모님이 FBI(연방수사국)로부터 조사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잭의 부모님은 아들을 야단치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기 보다는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해보고 통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잭은 “내가 호기심을 갖는 것들을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부모님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 나이지만 누구도 하지 못했던 췌장암 진단키트를 발명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과연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었다면 잭이 200여 번의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구실을 빌리려는 시도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

아울러 8000개가 넘는 단백질을 연구하는 동시에 4000번이 넘는 실패 끝에 다시 도전할 수 있었을까?

잭의 이야기는 어떤 자료보다도 ‘자기 선택권’과 ‘자기 주도성’의 중요성을 잘 말해 준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 냈음에도 더 이상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학습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개발자들조차도 그 발전 속도에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10년 후에는 현존하는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사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매일 7시간의 수면시간과 규칙적인 식사, 휴식이 필요하기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인간의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인공지능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인재일까? 부품으로서의 역할에 최적화되도록 주입식교육을 받아온 이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미래에 리더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인재일 것이다.

잭 안드라카의 부모처럼 자기 주도적 경험의 기회를 줄 때 비록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것이며, 누구도 하지 못했던 췌장암 진단키트의 발명의 결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배울 기회를 충분히 주고 있는가”에 대해 반문할 시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리더로 나아가길 바란다면 자기 결정권을 통한 자기 주도적 경험을 풍부하게 쌓을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교육 지원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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