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인권조례폐지네트워크가 지난 2017년 11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나쁜인권조례폐지네트워크가 지난 2017년 11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헌법재판소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을 금지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이하 조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이사장(당시 교장) 등 23명이 청구한 것으로, 이들은 “조례가 행복추구권과 양심·종교·학문·교육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이 소송을 냈습니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이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들의 심판청구를 기각·각하한다고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2017년 9월 21일 신설된 조례 제5조 제3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문제 삼았습니다. 이 조항은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학교장 및 교직원, 학생은 제1항에서 예시한 사유를 이유로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 같은 조 제1항은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례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 금지 사유에 포함해 기독교인들이 동성애를 비판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곽 이사장은 2018년 2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현장에서 사실상 차별금지법 역할을 하며 동성애와 사이비종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차단하고 미션스쿨이 추구하는 신앙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조례 제5조 제3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이 매우 중대한 반면, 제한되는 표현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으로 그 보호가치가 매우 낮아 법익 간 균형이 인정된다”며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조항은 학교 구성원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학생이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하며 인권의식을 함양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은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적대감을 담고 있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특정 집단의 가치를 부정하므로 차별·혐오표현이 금지되는 것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보장 측면에서 긴요하다”며 “육체적·정신적 성장기에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차별·혐오표현은 학생의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훼손하거나 파괴할 수 있고, 인격이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영향을 미치므로 학내에서 이러한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헌재는 해당 조항이 서울시 교육감이 각급 학교의 운영에 관한 사무를 지도·감독함에 있어 헌법과 법률, 협약 등에서 규정, 선언하고 있는 바를 구체적으로 규범화해 마련한 학교 운영 기준 중 하나로 위와 같은 법률상 근거에 기인한 것이며,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도 아니라며 “인권보호라는 국가 사무를 상위 법령 조항 없이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청구인들의 주장도 배척했습니다.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이 차별금지 사유로 지정돼 표현·종교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것은 그들의 종교가 차별·혐오를 일삼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입니다. 청구인들의 주장은 차별을 허용해달라는 말과 같습니다.

헌재의 이번 판단은 혐오표현이 금지돼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 판결입니다. 이는 최근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등 의원 44인이 차별금지 사유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해야 한다며 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반박할 수 있는 판단이기도 합니다.

차별과 혐오는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헌재의 판결을 환영하며, 이번 판결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중단되길 바라봅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