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으로 번지는 KB생명 수수료 환수 갈등
“5년 후, 변호사 3명 대동해 소송 들어온다”

ⓒKB생명
ⓒKB생명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B생명 텔레마케팅(TM) 설계사들이 퇴직 후 수수료 환수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환수 피해자 대책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부당함을 주장해왔지만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TM부문 설계사들이 KB생명으로부터 수수료 환수를 요구 받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위촉 계약을 맺을 당시 수수료 환수에 대한 조건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고 위촉계약서도 교부하지 않았음에도, 몇 년 뒤 별안간 보험사가 법적조치와 함께 환수에 나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지 수수료 환수 문제는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정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보험설계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해지 보험 건에 대해서는 수수료 환수를 하지 못하도록 시정조치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후, 내부 정보 접근에 대한 현저한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귀책사유 판단에 있어 보험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 TM 영업 설계사에게까지 수수료 환수를 요구하는 보험사는 KB생명이 유일하다는 업계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TM 부문은 보험업계 특성상 여전히 위촉계약을 맺고 있지만 사무실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근무하는 아웃바운드 영업 근로자에 가깝다. 수수료 수입도 일반 설계사에 미치지 못해 수수료 환수를 진행하지 않는 게 사실상 업계 관행이지만 KB생명만 유독 강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KB생명이 A씨에게 청구한 수수료 환수 내역 ⓒ제보자 A씨 제공

“수수료 환수 관련 교육‧서명 없었다” 증언 이어져

지난달 말에는 설계사 A씨가 KB생명과 진행한 수수료 환수 항소심에서 패소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KB생명에 근무했던 A씨는 180여만원의 수수료 환수 요구를 받았지만 납득할 수 없다며 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이번 항소심에서 A씨에게 수수료 및 지연손해금 일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KB생명의 수수료 지급 및 반환 기준에 의거한 결정이었으며 사전에 이에 대한 동의와 확인이 있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부정하는 상황이다. 법원은 A씨가 관련 교육을 받고 이를 확인하는 확인서도 KB생명에 제출했음을 기초사실로 전제하고 있지만 당사자는 교육도 없었고 서명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판결 내용에 불복한 A씨는 현재 상고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KB생명으로부터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수년 후 수수료환수 요구를 받았다고 증언하는 설계사는 한두명이 아니다. 실제 지난 2015년 설립돼 한동안 운영을 이어나갔던 ‘KB생명 환수 피해자 대책 위원회’는 “환수절차 진행 중인 인원이 약 2000여명에 달한다”는 말을 환수 담당자로부터 들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설계사 B씨도 퇴사 이후 2년 후 신용정보회사로부터 채권추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3년 2월부터 입사해서 5개월 정도 근무했는데 갑자기 2년 후에 300만원 가량을 환수 조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B씨는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이 싫어 울며 겨자 먹기로 환수금을 납부했지만, 그 역시 KB생명으로부터 수수료 환수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B씨는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위촉계약서를 회사에서 다시 가져가, 자기 계약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계약서에 있는 내용을 제대로 인지할 수가 없고 또 읽어보며 숙지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았다”라며 “당연히 수수료환수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관련 교육에 대한 서명도 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TM 같은 경우는 모든 통화가 녹음이 된다. 이에 대해 KB도 검수를 할 테고 모든 계약은 철저히 절차에 의해 체결되는 것인데 TM에게 책임을 물어 수수료를 환수한다는 건 굉장히 부당하다”라며 “부당한 걸 알면서도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고려해 잊어버린다는 마음으로 입금해 버렸다. 하지만 마음은 안 좋다. 다른 회사는 이런 회사가 없다”고 말했다. 

KB생명이 TM설계사들에게 교육한다고 법원에 밝힌 수수료 환수 규정 ⓒ제보자 A씨 제공

2년 후 우편고지, 5년 후 소송 ‘공식이다’

이밖에도 C씨는 상고심 재판에 패소한데 이어 새로운 소송까지 제기하며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2년 후에 문자를 보내고 5년 후에 소송을 들어오는 게 일종의 공식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 1심이 끝나 버린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C씨는 돈에 대한 아까움보다도 이 같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대외적인 호소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C씨는 “TM업계에서 12년을 일했다. 이 바닥을 다 알고 있다. TM은 대부분 퇴사 후 환수 사유가 발생하면 회사에서 책임을 진다. 재판까지 가는 걸 본 건 KB생명이 처음이다”라며 “퇴사 후 2년이 지나면 우편이 날아온다. 법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하면 여기서 80~90%가 무너진다. 안내고 버티는 사람에게는 정확히 3년 후에 변호사 3명을 대동해서 소송이 들어온다. 공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입들 집합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퇴사 후 해지가 발생하면 채권추심이나 소송을 걸어 받아간다고 하면 누가 그 회사를 다니겠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다녔을 것”라며 “다른 곳에서 업무할 때도 그런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다. 재판에서도 이 부분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또 “퇴사한 지 5년쯤 지나면 서로 연락도 안 된다. 대부분 1년 전후로 그만두는 직장이라 다 뿔뿔이 흩어지는데 그 때 공격이 들어오니까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20대 초반 친구들도 이런 일을 겪으며 살고 싶지 않다는 말도 하더라. 돈도 돈이지만 이런 부당함을 뻔히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KB생명은 이들을 일종의 블랙컨슈머로 규정하고 있다. 또 수수료 환수는 정당한 권리 청구이며 교육 서명도 확실히 받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도 KB생명과 퇴사 설계사들의 수수료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B생명 관계자는 “회사는 개인이 아니다. 받을 돈이 있는데 안 받으면 배임이다. 그래서 소송도 진행하는 것”이라며 “그 중 한 분은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했다. 이후 회사가 거짓된 증거로 이겼다며 또 형사소송을 진행했지만 6번을 모두 지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수수료 환수를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의 기간은 5년까지다. 환수할 수 있는 돈을 누가 받지 않겠다고 포기를 결의 하겠나”라며 “수수료 환수에 대한 교육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 관련 설명이 안내 자료와 함께 이뤄지고 얼마나 많은 사인을 받는지 모른다. 이런 과정이 교육에 모두 포함돼 있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