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위원회,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 의결
관광목적 6시간 이상, 항공‧항만에서만 이용가능
입법 앞두고 거세지는 택시업계의 ‘타다아웃’
국내기업 규제 가운데, 해외자본 진출 주시해야
쏘카‧VCNC “의견수렴 기회 달라” 한목소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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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에서 의결되면서, 당사자인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기업의 생존을 호소하고 있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와 브이씨엔씨(VCNC)는 이 법안을 ‘타다 금지법’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는, 정부가 기존업계의 보호와 4차산업혁명 사업의 성장을 두고 고민에 빠진 사이, 사실상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내외에서는 총선을 앞둔 정당들이 표심 확보를 위해 안전한 선택을 내놨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 중인 모빌리티 사업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규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타다를 막는다고 국내 모빌리티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을 것인지, 후일 또 다시 새로운 규제안을 만들어 기존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일지 역시 판단은 쉽지 않다. 

여기에 해외자본들이 한국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대상이다.  해외자본에게 한국 모빌리티 시장은 미개척지이자 새로운 기회로 평가 받는다. 시장에서 퇴출됐던 우버는 택시업계를 끌어안으며 복귀에 나섰고 제2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 라임 등이 한국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택시업계 운전기사들의 현실적인 생업 문제는 정부가 충분히 고려해야할 사안이지만 동시에 국내 기업이 규제 받는 빈틈을 해외 기업들이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가능한 상황이다. 

ⓒ쏘카 이재웅 대표 페이스북 캡쳐
ⓒ쏘카 이재웅 대표 페이스북 캡쳐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 의결, 타다금지법 통과되나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사실상 타다금지법이라며 택시업계를 위해 졸속으로 마련된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택시와 카카오는 만나면서 왜 타다는 한번 만나지도 않았나. 택시가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하는데 피해가 실제 있는지, 앞으로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얼마나 되는지 조사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라며 “해외에서는 이런 갈등을 어떻게 풀었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조사도 없고 의견 청취도 없이 만들어진 국토부 안에 졸속으로 타다금지 조항을 넣어서 발의한 것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작심발언을 내놓은 것은 앞서 국회 국토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법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국토위는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 한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수용키로 했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와 국회 본회의 심의를 거쳐 시행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타다처럼 렌터카 대여와 기사 알선을 동시에 제공하는 사업의 경우, 관광목적으로 6시간 이상 임차가 이뤄져야 하며 호출 장소를 공항과 항만으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다는 이번 개정안으로 결국 사업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토로한다. 

쏘카는 국토위의 의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편익과 경쟁활성화를 위해 공정위원회를 비롯해 다양한 의견이 제안됐음에도 ‘타다금지법안’이 교통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라며 “앞으로 남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께서 국민의 편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인 관점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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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없이, 운전자 책임 지지 않은 편법적 영업”

타다 영업의 대척점에 서있는 택시업계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택시업계에서는 플랫폼 운송업계가 기존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다며 반발해왔다.

이에 따라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올해 초 여객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쏘카 이재웅 대표와 VCNC 박재욱 대표를 함께 고발조치 했다. 최근에는 서울중앙지검 역시 이들이 해당 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소에 나서 사안이 확대됐다. 

이밖에도 타다 드라이버의 경우 풀타임으로 일할 경우 300만원 대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사 택시 운전기사들이 체감하는 월급은 대략 200만원 전후에 불과해 생존 위협에 대한 주장이 아주 근거가 없는 상황도 아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법률안 통과가 무산되면 총궐기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택시 4단체는 9일 성명을 통해 “국회 법안심의 결과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행위만이 합법이라 주장하는 모습은 공정한 경쟁을 하려 하는 자의 모습은 아니다”라며 “이는 아무 규제도 없이, 타다 운전자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편법적 영업을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택시산업은 대당 1억원에 달하는 면허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요금, 운전자 자격, 자동차 종류, 자동차 사용기간, 영업 휴무까지 허가를 받는 등 각종 규제 속에 통제 받는다”라며 “면허비용 없이 일체의 규제와 통제도 거부하고 마음대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타다의 행태로, 타다는 혁신을 가장한 ‘콜뛰기’ 영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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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빌리티 시장 진출 노리는 해외자본

하지만 타다를 규제한다고 모빌리티 시장의 확산을 영구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당장 타다의 영업에 제한을 두는 방식만으로는 전방위로 투입되는 해외 자본에 오히려 국내 기업의 가능성만 사장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변형된 형태의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세계최대 규모의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 역시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국내 시장에서 퇴출됐지만 택시면허를 소지한 기사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영업 재개에 나섰다. 현재 우버는 일반 택시 호출서비스 ‘우버택시’와 고급택시 서비스 ‘우버블랙’, 외국인 전용 택시 서비스 ‘우버인터네셔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 제2의 우버로 불리는 킥보드 공유 플랫폼 미국 라임 등이 한국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기업가치 560억 달러(약 한화 67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내년 상반기 국내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라임의 킥보드 공유 플랫폼은 운전기사가 필요 없는데다 단거리 이용에 적합해 대중교통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벤츠 또한 ‘벤츠 모빌리티 코리아(MBMK)’ 법인을 설립하고 렌트카 서비스를 통해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장은 장기렌트카 사업 위주로 운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MBMK 기욤 프리츠 대표의 “우리가 내리는 모빌리티의 정의는 간단하다.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원하는 고객에게 연 단위부터 분 단위까지 서비스를 간단하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라는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만약 완전자율주행 차량이 나오면 사실상 기사알선 없이 장‧단기 운전대행 렌트가 영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짐작해볼 수 있다. 

ⓒ쏘카 이재웅 대표
ⓒ쏘카 이재웅 대표

“공청회, 토론회 등 의견수렴 기회 달라”

업계와 정치권의 갈등은 첨예해지고 해외자본 역시 국내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외부에 혼선을 주고 있다.  

공정위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의결되기 전날,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검토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튿날 국토위에 검토의견이 수용됐다며 개정안에 이견이 없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반발과 함께 내부 갈등으로 비춰질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한 발 물러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밖에도 정부는 지난 2012년 기사알선렌터카가 다른 나라에는 허용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대대적인 수용을 예고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규제에 앞장서고 있어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이지 못한 사이, 국회에서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의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과 기술의 성장 기회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딜레마가 함께 공존하고 있어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타다가 현행법의 틈새를 이용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국내에서 모빌리티 산업 영역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쏘카와 VCNC는 “양자 간의 실질적인 논의는 지난 9월 이후 전무한 상태이다. 양자 모두가 현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되는데 큰 우려를 갖고 있다”라며 “혁신적인 플랫폼 사업이 법과 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가면서 기존산업과 상생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 국회 주도로 공청회와 공개토론회를 열어 기존산업과 플랫폼산업이 모두 충분히 대화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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