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조롱 논란을 일으킨 LH의 옥외광고 ⓒ에펨코리아 캡처
흙수저 조롱 논란을 일으킨 LH의 옥외광고 ⓒ에펨코리아 캡처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선보인 행복주택 홍보 광고가 ‘흙수저 조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역풍을 맞았다. 논란이 커지자 LH는 해당 광고를 철거하고 해명자료를 내 사과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흙수저 조롱’ 논란은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LH의 광고를 찍은 사진이 게시물로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LH는 서울시내 버스정류장에 행복주택 광고를 부착하며 홍보활동을 해왔다.

사진 속 광고는 두 사람의 메신저 대화 형식으로 구성됐다. 청년으로 추정되는 A가 다른 청년 B에게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주실 테니까”라고 하자 B는 A에게 “나는 네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답하는 내용이다.

이어 광고 말미에는 “내가 당당할 수 있는 家! 행복주택. 대한민국 청년의 행복을 행복주택이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됐다.

해당 광고 문구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이른바 ‘금수저’가 가난한 형편의 ‘흙수저’ 청년에게 오히려 부럽다고 말하는 내용으로 읽혀 청년들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흙수저 놀리는 것도 아니고 장난하나”, “열심히 사는 청년들 조롱하고 패배감 들게 하는 광고다” 등의 의견을 올리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공공기관으로서 현실에 닥친 주거 문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 대해 공감하기보다는 가벼운 형식과 내용으로 조롱한 부적절한 광고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LH는 다음날 오전 광고물을 자진 철거하고 언론에 해명자료를 내 사과했다.

LH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행복주택 옥외 광고는 공급 목적을 강조하기 위해 SNS 상황을 가정한 표현방식을 사용했으나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사게 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년층과 국민의 입장을 더욱 세심하게 고려해 행복주택과 청년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행복주택은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신혼부부와 청년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60~80% 이하로 저렴하지만 입주자격은 소득 기준으로 이뤄진다. 신혼부부 맞벌이의 경우 평균소득의 120% 이하여야 하며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은 총 가구의 소득이 평균소득의 80~100% 이하여야 하는 등 소득이 평균소득보다 낮아야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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