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번진 홍콩 민주화 시위③] 상현 활동가 “민주주의 실현 위한 홍콩 저항, 연대는 당연한 일”
[세계로 번진 홍콩 민주화 시위③] 상현 활동가 “민주주의 실현 위한 홍콩 저항, 연대는 당연한 일”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9.12.1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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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 상현 활동가
국가폭력에 분노 극대화된 시민들, 갈수록 격화되는 홍콩 시위
시위 장기화로 인한 반대 여론, 지방선거 압승으로 분위기 반전
민주주의 문제에 세계 곳곳서 홍콩 시위 지지·연대 끊이지 않아
홍콩 민주화 롤 모델인 한국의 연대 홍콩인들에게 큰 힘 될 것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 상현 활동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범죄인 인도법’(이하 송환법)을 계기로 반년 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한국에서도 대학생과 청년들을 중심으로 홍콩 민주화 시위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지지·연대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상현 활동가가 있다. 그는 지난 7월, 9월 난생처음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상현 활동가는 홍콩에서 국가폭력이 난무하는 위험천만하고 공포스러운 현실을 마주했다. 아수라장 속에서도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는 시민들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연대를 호소하는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상현 활동가는 귀국 후 홍콩이 처한 상황을 한국에도 알리고자 힘을 합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홍콩 시위 한국 연대체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을 구성했다.

그는 지난 10월부터는 매주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검정 옷과 노란 헬멧, 보호 안경, 마스크를 착용한 채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홍콩의 국가폭력을 지탄하고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연대를 호소한다.

가끔씩 그에게 ‘다른 나라 일에 이렇게까지 나서야겠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때마다 상현 활동가는 홍콩의 지금 현실이 결코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9일 그를 만나 홍콩 시위를 되짚어보고 우리가 그들에게 연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 상현 활동가 ⓒ투데이신문

Q.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가폭력 사태에 대해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극대화 됐다. 2014년 일어난 우산혁명 당시에도 경찰의 과잉진압은 있었지만 눈앞에서 경찰이 시민을 때려 잡아가는 극단적인 사례는 흔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 같은 상황이 일반적이다. 홍콩 시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국가폭력 사태이며, 그것이 홍콩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다. 또 주도 그룹 없이 텔레그램망을 통해 자율적으로 모여 시위 현장에 나오거나, 현장에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에서 시위 관련 웹 포스터나 창작물을 공유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모두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Q. 직접 홍콩에 가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연대 차 홍콩 시위에 7월과 9월, 두 번 참여했다. 7월 방문 당시는 때마침 홍콩의 중국반환기념일이었다. 중국에서는 축하할 날이지만 홍콩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주의 관련 시위를 해왔다고 한다. 날이 날이니만큼 큰 시위가 있을 거라고 예측됐다. 굉장히 평화로운 홍콩의 한 역에서부터 정부청사를 향해 행진을 했는데, 청사에 가까워질수록 분위기가 점점 과격해졌다. 이날 일부 시위대의 입법회 건물 점거가 있었고, 저녁 11시경 경찰의 진압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해산됐다. 숙소에 돌아와 TV를 통해 경찰이 입법회 시위 현장을 수습하는 장면을 봤는데 경찰들이 장총을 매고 있었다. 살상무기를 가지고 진압에 들어가는 광경이 굉장히 무섭고 섬뜩하게 느껴졌다. 9월에 갔을 때는 이전보다 분위기가 더 좋지 않았다. 거리에서부터 경찰들이 무력진압, 최루탄 발포, 실탄 발포 등 경고 배너를 단계별로 들고 있었다. ‘라이엇 폴리스’(Riot Police)라고 불리는 폭도 진압 경찰이 투입돼 진압 자체도 강도가 높았다. 물대포도 이때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폭력 수준이 상당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에게 연행되는 홍콩 민주화 시위 참여자 ⓒAP/뉴시스

Q. 홍콩 내부에서는 모두 이번 시위를 지지하는 분위기인가. 반대 여론은 없나.

대규모 시위가 반복돼왔기 때문에 홍콩 내부에선 경찰의 폭력이 무서워 직접 참여하진 않더라도 시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여론이 깔려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지자가 줄어드는 분위기를 보이긴 했다. 한국도 그랬듯이 처음에는 지지를 받던 시위도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지지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치러진 홍콩 지방선거에서 민주파가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민주진영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압승할 줄은 몰랐다. 국가폭력을 옹호하고 민주화 시위를 공격한 사람들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심판의 결과다.

Q. 홍콩 시위의 도화선인 송환법은 어떤 문제가 있나.

송환법을 촉발한 ‘찬퉁카이 사건’(대만 여행 도중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혼자 홍콩으로 도주)은 처벌 구실이 없어 심각한 문제이긴 하다. 가해자를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없으니 이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나온 게 송환법이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취지를 이 같은 법률 사각지대 해소에만 있다고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홍콩 내에서 반정부, 반중국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되거나, 영문을 알 수 없는 폭력에 노출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법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를 넘어선 폭력행위, 정치적 탄압이 자행돼 왔는데 법으로 정당화돼버리면 사실상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팽배했고 송환법 반대 여론이 굉장히 커졌다.

Q. 송환법이 홍콩의 반정부·반중국 인사를 탄압하기 위한 중국의 시나리오라고 보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어떤 법률의 효과를 검토할 때 특정 범죄만 가지고 결정하는 게 아니지 않나. 게다가 충분한 논의도 없이 빠르게 법을 통과시키려 했다는 건 중국의 그런 의도가 있지 않았나 의심된다.

Q. 결국은 홍콩 정부가 송환법 철회를 결정했다.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는 왜일까.

분노한 시민들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 거 같다. 시위가 길어지면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국제적 지위가 흔들리게 될 테고, 이를 통한 자본매입도 상당히 어려워질 거라고 판단한 듯하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 철회와 더불어 홍콩 시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기도 했다. 채찍에서 당근으로 전략을 변경한 셈인데, 시위 과정에서 이미 너무나 많은 공격을 받은 홍콩 시민들은 정부 자체에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홍콩 시민들은 민주주의 자치권을 보장받지 않으면 반복될 일이라며 송환법 철회와 더불어 경찰 폭력에 대한 독자적 조사위원회 설치,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 5가지가 모두 수용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5대 요구사항 수용을 촉구하는 홍콩 시민들 ⓒAP/뉴시스
5대 요구사항 수용을 촉구하는 홍콩 시민들 ⓒAP/뉴시스

Q. 5가지 요구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국가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적인 참정권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이 계속해서 폭력을 자행하고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적인 참정권 실현에는 5가지 요구안이 모두 연관돼 있기 때문에 ‘Five demands, not one less’, 5대 요구안 중 무엇 하나도 빠지면 안 된다는 게 홍콩 시민들의 뜻이다.

Q. 시위가 장기화될수록 실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을 걱정하지만 민주진영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우려가 조금은 줄었다. 지난 주말에 열린 시위에도 80만명이 참여했고, 언론에서도 5대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2020년까지도 시위가 계속될 거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의 경제침체가 문제 되고 있긴 하지만 중국이 이를 마냥 두고 보기만은 어려운 입장이다. 서구사회의 경제제재가 많은 상황에서 홍콩을 통해 들어오는 자본까지 막히면 중국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홍콩이 세계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경우 더 곤란해지는 건 중국이 아닐까 싶다.

Q. 홍콩 시위에 대해 다른 국가들의 지지와 연대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 주요 국가 정상들까지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는데.

홍콩-중국의 내부 사정보다는 민주주의와 연관된 문제이다 보니 가치적, 명분적으로 당연하게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는 분위기다. 또 국가폭력을 고발하고 저항하는 홍콩 청년들의 이미지가 큰 감명은 준 영향도 있다. 거대한 국가폭력에 맞서는, 역사 속 한 장면에 동참하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Q.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권리인 ‘인권’은 사상이나 신념, 양심에 따라 폭력을 행사 받지 않을 수 있다. 세계 어디에서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로,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와 연대는 이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말하는 내정이라는 게 자국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까지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선택인 것인지 묻고 싶다.

지난달 24일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열린 홍콩의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에 저항하는 연대 집회, 가장 오른쪽 상현 활동가 ⓒ뉴시스

Q. 한국에서도 대학생과 청년을 중심으로 홍콩 시위에 연대하고 있다.

홍콩이 놓인 문제를 동시대적인 고민으로 여기는 것 같다. 홍콩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살인적인 물가, 열악한 주거 환경, 실업률 등 삶의 질이 발전된 도시에서 정작 청년들의 삶의 질은 떨어져 가는 등 불평등한 상황에서 정치적 의사까지 가로막히는 상황이 홍콩 만의 문제는 아니며 두고 봐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연대라고 생각한다.

Q. 홍콩 시위 참여 후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이라는 연대체를 결성하기도 했는데, 계기가 있나.

멈추지 않는 홍콩 시위가 감명 깊은 한편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 흩어졌을 때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고 한국에 돌아와 홍콩 문제를 더 알리고자 국경을 넘어선 연대를 기획하게 됐다.

Q. 시민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한국 정부에서는 홍콩 시위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 등 국가 간 관계의 타격을 우려하는 거 같다. 한국 정부 여러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홍콩 인권법을 제정하면서 우방국들에게도 이 같은 법안에 대한 검토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과의 관계도 얽혀 있다. 북한은 중국을 지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은 묵인할 수 없다는 강력한 명분을 제시하고 압박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 상현 활동가 ⓒ투데이신문

Q. 홍콩 시민들이 한국을 민주화 롤 모델로 삼는다던데.

시대를 넘어선 공통점 때문인 것 같다. 실제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 한국의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통해 공감대를 느끼며 이 같은 운동들에서 자신들이 참고할만한 것을 찾아보자는 목소리가 있다. 홍콩의 가장 큰 스피커인 조슈아 웡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홍콩과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많이 비교한다. 한국의 지지가 홍콩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Q. 연대에 회의적인 이들도 있다. 우리가 홍콩 시위에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꼭 홍콩일 필요는 없다’고 대답한다. 어떤 문제든 공감하고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나는 하고 싶어서 한다. 누군가 내 앞에서 피를 흘리고 내 또래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도저히 지켜만 볼 수 없다. 한국에서도 불합리한 일들이 발생해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에 희생됐다. 남일 같지가 않다.

Q. 한국 사회,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최근 한국에서 연대 시위를 할 때 ‘총알은 신념을 뚫을 수 없다’는 말을 구호로 외친다. 홍콩 이공대 시위 참여자들이 남긴 것으로, 자신들의 육체는 상처를 입힐지언정 신념만은 꺾이지 않는다는 결연의 말이다. 그들의 말처럼 신념은 꺾지 못했지만 상처를 남겼고 향후 장기적인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수차례의 노동운동, 민주화 운동을 거친 한국은 이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먼저 경험한 한국이 홍콩 시민들을 위해 트라우마 치유를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지지와 연대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지원을 위한 제도, 입법에 대한 검토를 더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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