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가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가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자 수색과 유해수습 등을 위한 2차 심해수색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도 예산안에서 심해수색 예산이 전액 삭감된 채 통과될 위기에 처했다.

10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는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가 100억원 증액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 예산안을 전액 삭감했다. 2차 심해수색 예산은 관계부처 논의과정에서 삭감됐다.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은 지난 2월 14일부터 9일간 진행됐다. 당시 심해수색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VDR)와 실종선원의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으나 수습되지 않고 VDR만 회수됐다.

회수된 VDR은 영국의 전문업체에 맡겨졌으나 총 2개의 데이터 칩 중 1개는 훼손돼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했으며, 나머지 1개의 칩은 7%만 복구됐다. 데이터 칩은 사고원인 규명의 중요한 자료였으나 실종 선원들의 음성은 복구되지 않았고 일부 운항정보만 확인됐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원인 규명과 실종자 수색, 유해 수습을 위한 2차 심해수색을 요청해왔다. 외교부는 2차 심해수색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으나 국회 외통위는 여야 간의 합의로 2차 심해수색 예산을 100억원 증액한 2020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를 예결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예결위는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증액안을 전액 삭감했다. 이와 관련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주무부처인 외교부 A 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외교부는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아직까지 예산 삭감 결정 여부를 전달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야 간 합의가 된 예산안이 삭감된 데는 정부의 반대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편성하지 않은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에 대한 실종자 가족과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을 밝히기 위해 2차 심해수색에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에 대해 더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 국장은 “세계적으로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을 통해 침몰원인을 밝힌 사례가 없다”며 2차 심해수색에 대한 이견을 보였다.

2차 심해수색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대책위는 “정부는 절대로 2차 심해수색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침몰원인 규명과 유해수습을 위한 2차 심해수색이 하루빨리 실시돼 더 이상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재난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에 예산 반영을 촉구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여야 외통위원들이 100억 예산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음에도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는 후순위로 밀리다 못해 결국 조사비용 전액이 통째로 날아가버렸다”며 “국회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고문’을 한 형국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는 민간 선사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은 틀렸다”면서 “우리 국민이 망망대해에서 원인 모를 이유로 목숨을 잃고 실종되었다면, 유해를 수습하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라며 2차 심해수색 예산을 전액 원상 복구해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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