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본회의에서 일괄 상정 앞둔 정치·사법개혁 패트 법안
‘날 밟고 가라’ 외치는 한국당…‘맞불 필리버스터’ 꺼낸 與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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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지난 10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정처리시한인 이달 2일을 이미 넘겼지만 여야의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제1야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가 논의한 예산안 수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변혁)’은 반발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이번 4+1 공조를 통한 예산안 통과를 ‘날치기’, ‘야합’, ‘의회쿠데타’ 등으로 규정하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정치·사법개혁 법안의 본회의 상정과 처리를 앞두고 11일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이후 패스트트랙 관련 여야 간 협상은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은 13일 본회의를 열어 이들 법안을 일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본회의장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자유한국당은 총력 저지를 외치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앞둔 여야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총력투쟁 외치는 한국당

지난 10일 저녁 속개된 본회의에서 4+1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이 통과 직후 자유한국당은 격렬히 반발했다. 이어 본회의장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또 황교안 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11일부터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장 앞에는 ‘나를 밟고 가라’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도 놓였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저지에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향후에 1~2주는 우리 국가와 민주주의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비상한 각오, 결연한 자세로 총력투쟁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과 2중대 위성 정당들이 아무 법적 근거가 없는 ‘4+1’이라고 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예산안 날치기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반의회주의 폭거를 저질렀다”며 “512조원에 달하는 국민혈세를 정치 야합에 악용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법도 이렇게 날치기 처리하겠다고 하는 예고로 보여진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는 일종의 발맞추기 예행연습이었다”며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임박해있다. 우리는 비상한 각오로 막아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은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 단일안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4+1 협의체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으며,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저지에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철회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철회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우리의 길 가겠다’…강행 나선 민주당

이 같은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맞서 민주당은 13일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괄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맞불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선거법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를 미뤘지만, 자유한국당이 끝내 협상을 외면하고 농성을 선택했다”며 “더 이상 기다려도 대화와 타협만으로 오늘의 정국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 민주당도 우리의 길로 가겠다”라고 맞섰다.

이어 “지금 검찰특권, 선거특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삶을 볼모로 잡고 의회의 민주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자유한국당이며 황교안 대표”라며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뜻대로 안되면 민생을 볼모삼아 국회 문을 닫아거는 것은 신판 야당독재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우리도 당당히 토론에 참여하겠다. 토론을 통해 검찰개혁과 선거개혁이 왜 필요한지 국민에게 직접 설명 드리고 호소하겠다”라며 “자유한국당이 지난 7개월 반 동안 어떻게 협상해 왔는지도 국민에게 낱낱이 고해 알리겠다”라고 맞불을 놨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4+1 공조를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압박 카드를 확보했다. 현 국회 구성에서 과반을 확보한 4+1 공조를 통한 강행처리를 이미 보여줬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처리에서 자유한국당이 완전 배제되면서 이에 따른 여론의 반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게임의 룰인 선거법의 경우, 제1야당과의 합의 없이 강행처리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로 인해 역풍이 불 우려도 있다.

종착점 향하는 패트 법안

현재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양측은 모두 ‘협상의 끈은 놓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리면 단호하게 개혁법안과 민생법안, 예산 부수법안 처리에 나서겠다”면서도 “그러나 끝까지 협상의 문은 열어 놓고 기다리겠다”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도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며 “민주당이 민심의 사이렌에 눈감지 않는다면 전향적인 자세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앞에 당당히 나오라”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야의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비례대표 의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의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당이 4+1 공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과 4+1 공조를 이어가고 있는 군소정당들은 선거제 개혁의 후퇴 없는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눈앞에 다가온 정치구조 개혁이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 계산으로 개혁을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민주당을 향해 “이제 기득권 향수를 좀 버려라. 의석 몇 석에 연연하지 말고,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개혁안 합의안 정신을 존중해 빨리 결단해주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역시 “예산안 처리에 이어서 선거제 개혁을 맨 우선순위를 하는 것은 이미 8개월 전의 합의사항이며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자유한국당과의 합의로 4+1 공조를 포기할 경우,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4+1 공조에 참여한 군소정당들과 여당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여야 충돌 등 20대 국회에서 여야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준 정치·사법개혁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이제 마지막 종착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 법안들이 앞으로 여야의 맞불 필리버스터를 넘어 진행될 표결에서 어떤 결과로 연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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