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회 회기 지정 안건에 필리버스터 결정한 한국당
4+1 협의체 패트 단일안 협상도 이견 차로 난항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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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상정을 꾀했던 12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결국 잠정 연기됐다. 자유한국당이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회기 내에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른바 ‘쪼개기 임시회’ 전략으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뚫고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하려던 민주당은 고비를 맞고 있다.

또한 민주당과 함께 4+1 협의체에 참가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이 사활을 걸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에서도 이견차가 계속되는 가운데,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은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잠정 연기된 본회의

앞서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정치·사법개혁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 등 총력투쟁을 예고해왔다. 민주당 역시 맞불 필리버스터로 맞선다는 방침이었다.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주재로 회동을 갖고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논의했다. 이날 본회의는 12월 임시국회 회기 지정에 이어 예산부수법안,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 후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여야는 12월 임시국회 회기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달 16일까지를, 자유한국당은 30일까지를 주장했다. 국회법에 따라 패스트트랙 법안이 상정 이후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더라도 회기가 바뀌면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결돼 다음 회기에서 바로 표결처리가 가능하다. 때문에 민주당은 짧은 회기를, 자유한국당은 긴 회기를 내세웠다.

회기 지정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채 본회의에서 표결로 결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임시국회 회기 지정 안건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에서) 오전에 회기결정 안건은 필리버스터를 안 한다고 했지 않았느냐는데 명시적으로 안 한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며 “필리버스터를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국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말했다.

회기 지정 안건부터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패스트트랙 법안의 상정 자체가 이번 임시회 회기에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또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전에 처리될 예정이었던 예산 부수법안과 비쟁점 민생법안들의 처리도 힘들어졌다.

문 의장 측은 국회법상 회기결정 안건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지만, 이대로는 정상적인 본회의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에 이날 본회의를 잠정 연기하고 관련 논의를 위해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재소집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응하지 않으면서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4+1 단일안은 어디까지?

이처럼 의사일정 진행상의 문제와 함께 이날 제출 예정이었던 4+1 협의체의 정치·사법개혁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단일안 도출도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과 군소정당들 간의 이견이 여전하다.

현재 민주당은 연동률 캡(cap, 상한선)과 최소정당득표율(봉쇄조항), 석패율제 등에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정당들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연동협 캡과 관련해 비례대표 50석 가운데 25석에 대해서만 연동률 50%를 적용하자는 주장인 반면, 군소정당들은 이 같은 연동률 캡은 사실상 연동률이 3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또 최소정당득표율에서도 기존 정당득표율 3%를 5%로 늘리자는 민주당과 이에 반대하는 군소정당들 간의 입장차가 이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이제와서 의석 한두석을 더 얻어보겠다고 준연동형이다, 준준연동형이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비례대표의 절반만 연동형 적용하겠다며 소위 캡을 씌우겠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정치개혁을 후퇴시키는 누더기 선거제 개혁안을 더 이상 주장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확고한 의지를 보여달라”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2:1로 하자는 비례성이 5:1로 후퇴된 상황이다. 거기에다 연동률도 민주당의 제안에 따라 50% 준연동형제로 했는데, 이제 또다시 ‘캡’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꼼수를 동원해 30% 수준으로 낮추려 하는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개혁의 대의는 온데간데 없고,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듯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아무리 현실을 반영했지만 준연동제는 부끄러운 연동제”라며 “약자들의 대표자를 보내고자 하는 수많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봉쇄조항 3%는 너무 높다. 그것도 모자라 집권여당, 개혁여당이라는 사람들이 5%로 봉쇄조항을 올리자는 그런 제안을 하는데, 당신들은 개혁세력이 맞는가”라고 비판했다.

사법개혁 관련 4+1 단일안 협의에서도 아직까지 결과물이 나오고 있지 않다.

자유한국당이 임시국회 회기 지정 안건부터 필리버스터를 꺼내들며 쪼개기 국회를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상정·처리하려던 민주당의 전략은 일단 멈춰섰다. 이와 함께 4+1 협의체에서 논의 중인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등 정치·사법개혁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서도 이견 차가 흘러나오면서 패스트트랙 처리 정국은 다시 안개 속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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