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책이 좋아 활동하는 이들에게 갑질·열정페이 강요”
회원 재등록률 떨어지자 적극적인 활동 펼친 파트너 회원 탓?
파트너 회원에 정성적‧정량적 지표 내세워 성과 측정 고지
노동 착취 논란 일자 사과문 올린 트레바리…새로운 방안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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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트레바리 파트너 단톡방에 올라온 공지 ⓒ제보자 제공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가 소정의 활동비만 받고 사실상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는 리더 격 회원들에게 사실상 공짜노동을 요구하고 경영책무까지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투데이신문> 취재 결과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가 각 모임의 리더 격인 ‘파트너’들에게 회원 재등록률에 대한 책임을 전가해 이용자들의 날선 비판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사 직원의 업무영역을 회원에게 요구하고 이에 따른 직접적인 성과관리에 나서 활동 지속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공지한 것이다.

이와 관련 트레바리의 파트너를 맡고 있다고 밝힌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회원 재등록률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파트너’에 대해 수많은 모임의 컨트롤을 하기 위해 본사 측에서 뽑는 일종의 리더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소정의 활동비(9만원 상당)를 받고 출결관리, 독후감 독려, 도서 투표, 단톡방 운영, 공지 전달, 기타 사항 전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씨는 지난 4일 본사에서 올린 공지를 공개했다. 공지는 앞으로 회원 재등록률이 낮은 파트너는 상담 후 개선되지 않으면 트레바리와 함께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독서모임의 파트너들은 대부분 자원으로 이뤄지며 해당 업체의 직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파트너 계약서상에도 ‘모임 단톡방 운영’과 ‘모임 준비’, ‘모임 운영’ 등이 주된 업무로 기재돼 있으며, 회원 유치 및 재등록에 대한 사항은 없다고 했다. 

아울러 A씨는 문제가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당사자에게 직접 통보하면 될 문제를 다수에게 불쾌한 공지로 통보한 것에 대해 지적하며, 상식적으로 마케팅 및 회원 유치와 유지는 회사의 몫인데도 낮은 회원 재등록률에 대해 파트너 탓을 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제보자가 제공한 지난 4일 게재된 트레바리 측의 공지를 살펴보면 ‘재등록률, 만족도, 참석률, 멤버 후기와 같은 정성적‧정량적 지표’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같은 항목들은 주로 기업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활용되는데 이 때문에 트레바리가 파트너들에 대한 핵심성과지표(KPI) 관리에까지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는 “내가 괜히 열심히 하는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너무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어 알리게 됐다”라며 “선의로 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람과 책이 좋아 열심히 활동하는 파트너들에게 호구, 영업사원, 혹은 도구 취급하는 것은 정말 갑질과 열정페이 강요라고 본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회원들이 커뮤니티 서비스를 탈퇴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를 제쳐두고 낮은 재등록률을 오로지 파트너 탓으로만 몰아가는 것도 ‘답정너’ 행태다”라며 “핵심 고객이자 1차 고객인 파트너들을 이런 식으로 취급한다면 일반 회원들은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볼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트레바리는 4개월을 1시즌으로 보며 시즌별로 적게는 19만원에서 많게는 31만원의 등록비를 내야 하는 유료 독서모임이다. 그 중 파트너의 혜택은 이 등록비의 면제와 9만1200원이라는 활동비다. 트레바리는 이처럼 파트너들에게  등록비 면제와 소정의 활동비만을 제공하면서 회원들에게 모임 관리는 물론, 일종의 영업업무까지 전가하려한다는 것. 

결국 트레바리는 일반 회원을 유치해 수익창출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들을 끌어모을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파트너들의 노동력과 재능을 착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플랫폼 노동’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플랫폼 노동은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이뤄지는 노동을 뜻한다. 플랫폼 기업은 엄연한 노동을 시키고도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간주해 이러한 책임에서 벗어난다. 일한 대가는 열정페이로 치환되지만 그에 따른 성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노동자’, 즉 일한 사람의 몫으로 돌아온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한 만큼의 대가를 주지 않고 결과적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플랫폼 기업의 문제를 지적한다.

트레바리의 경우, 자신들이 채용한 직원이 아님에도 이들에 대해 성과관리 등 과도한 요구를 하는 등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자발적 노동을 악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 플랫폼노동연대 이성종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플랫폼 노동은 일한 데 대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권리를 노동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연구와 실태조사 등 준비 단계에 머물러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련 법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노동력을 사용하는 기업 스스로도 최소한 일한만큼의 대가는 제공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다음날 게재된 트레바리 측의 사과문 ⓒ트레바리 
4일 게재된 공문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다음날 게재된 트레바리 측의 사과문 ⓒ트레바리 

이와 관련 트레바리 측은 공지를 올린 다음날 재등록률에 대한 공지는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리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레바리 관계자는 본지의 질의에 “트레바리는 결코 파트너를 영업사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모집이나 재등록률 등 회사가 해야 할 일을 파트너에게 전가할 생각도 전혀 없다”라며 “공지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즉시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심려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파트너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 더 긴밀히 소통하고 지원할 예정이다”라며 “파트너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방안을 만들기로 했고 이와 관련한 행사를 17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2015년 창업한 트레바리는 4년 만에 6000여명의 회원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업체다. 지난 2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패스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으며 국내 최초로 유료 독서모임 사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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