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선정 2019 젠더 10대 뉴스
투데이신문 선정 2019 젠더 10대 뉴스
  • 투데이신문 사회부
  • 승인 2019.12.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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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게티이미지뱅크/경찰청 제공/온라인 캡처
ⓒ뉴시스/게티이미지뱅크/경찰청 제공/온라인 캡처

【투데이신문 사회부】 2019년도 지난해에 이어 여성·퀴어 등 젠더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66년 만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으며, 대법원은 성별정정 예규에서 ‘부모의 동의서’를 제외해 트랜스젠더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걸음을 내딛기도 했다.

하지만 리얼돌 수입허가 판결, 레깅스 불법촬영 무죄 판결 등 아쉬운 판결도 있었다.

또 여경 무용론, 인권위법 개정안 발의 등 차별을 정당화하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악플로 인해 가수 겸 배우 설리씨와 가수 구하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투데이신문>은 2019년 사회를 들끓게 한 사건·논란 등 젠더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를 비롯한 전북지역 20여개의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의 날! '낙태죄는 위헌이다.'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를 비롯한 전북지역 20여개의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의 날! '낙태죄는 위헌이다.'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헌재, 66년 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4, 단순위헌 3, 합헌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에 근본적·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산부인과 학계에서 태아의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다고 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에 대해서도 자기낙태죄가 위헌이므로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재의 이 같은 판결로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하며, 시한까지 개저오디지 않는다면 효력이 상실돼 전면 폐지된다.

여성 경찰관이 지난 5월 1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제공 = 구로경찰서
여성 경찰관이 지난 5월 1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제공 = 구로경찰서>

대림동 여경 논란

지난 5월 13일, 서울 구로구 대림동의 한 식당에서 경찰이 취객을 제압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대림동 여경 논란’이 일었다. 취객 2명이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경 1명과 남경 1명이 취객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경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취객에게 밀려나는 등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이 사건을 두고 이른바 ‘여경무용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경이 취객을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원경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여경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 했다”고 말했으며 민갑룡 경찰청장도 “해당 여경의 현장 대응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논란에 여경무용론은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경찰로서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출처 = 유튜브 ‘신림동 강간범 영상 공개합니다’ 영상 캡처
<사진출처 = 유튜브 ‘신림동 강간범 영상 공개합니다’ 영상 캡처>

여성들 공포에 떨게 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귀가 중이던 여성을 쫓아가 이 여성의 집에 침입을 시도했던 남성 조모씨가 지난 5월 29일 긴급 체포됐다. 조씨는 같은 달 28일 범행을 저질렀으며, 범행 장면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해당 영상에는 한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자 조씨가 따라 들어가려다 실패한 모습이 담겼다. 조씨는 수 분간 문 앞을 서성이며 침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은 주거침입 혐의와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조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10월 16일 “성폭행을 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부분이 증명돼야 하고, 단지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강간미수 혐의를 무죄 판단하고 주거침입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조씨의 범행은 성범죄로 봐야 한다”며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핑크닷 참가자들이 분홍 불빛을 들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핑크닷 참가자들이 분홍 불빛을 들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광장을 분홍 빛으로 물들이다…국내 최초 ‘핑크닷’ 개최

지난 5월 31일, 서울광장에서 국내 최초로 ‘핑크닷’ 행사가 열렸다. 핑크닷은 2009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시작된 행사로, 일본, 대만, 캐나다,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20회째를 맞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핑크닷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핑크닷은 6월 1일 열린 ‘제20회 서울퀴어문화퍼레이드’의 전야제 행사로, 참가자들이 분홍색 불빛을 밝히는 행사다. 분홍 불빛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자유와 평등을 지지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향한 열망을 상징한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9시 진행된 ‘핑크닷 점등식’에 맞춰 서울광장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했다.

한편 올해 퀴어문화축제는 전주, 서울, 대구, 인천, 광주, 경남 등에서 개최됐다. 제3회 부산퀴어문화축제는 해운대구청의 구남로 도로점용 불허로 취소됐다.

한 성인용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제품. ⓒ뉴시스
한 성인용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제품. ⓒ뉴시스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6월 27일 성인용품 수입업체 엠에스제이엘이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소송에서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성인용품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인 근거를 찾기 힘들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같은 대법 판단에 일각에서는 리얼돌이 여성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과 함께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돼 총 26만3792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아동 형상의 리얼돌 규제를 위한 법률제정을 추진 중이며, 당사자의 동의 없는 특정 인물 형상 리얼돌의 제작·유통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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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성별정정 예규 개정

대법원이 지난 8월 19일 성인의 성별정정 요건에서 ‘부모의 동의서’를 제외했다. 지난 2006년 제정된 대법원 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은 미성년자의 성별정정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성별정정 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본증명서 ▲성전환수술로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에 관한 신체의 성기와 흡사한 외관을 구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 등 6개의 서류와 함께 ▲부모의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 중 부모의 동의서는 종교적·사회적 낙인으로 부모에게마저 이해받지 못하는 트랜스젠더들에게 큰 장벽이 돼 성인인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대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의미 있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밖에도 외부 성기 사진과 같이 규정에 없는 것을 요구하는 등 트랜스젠더가 성별정정 과정에서 마주하는 인권침해 상황은 많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UNHRC)는 한국 정부에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정정을 보다 용이하게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대법원의 예규 개정을 시작으로 트랜스젠더 기본권 보장을 위한 성별정정 제도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조수사결과 발표 이후 변경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 접속화면. 사진제공 = 경찰청
공조수사결과 발표 이후 변경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 접속화면. <사진제공 = 경찰청>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 운영자 검거

지난 10월 16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미국, 영국, 독일 등 31개국과 공조해 ‘다크웹’에 개설된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씨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다크웹은 IP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용되는 인터넷망으로, 불법촬영·음란물 공유, 무기 및 마약 거래 등 수많은 범죄가 발생한다. 손씨는 다크웹에서 W2V라는 아동 성착취 영상 공유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이 곳에서 22만여 건에 달하는 아동 성착취 영상이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W2V에서 거래된 아동 성착취 영상은 영·유아(Infants, toddlers, children)을 대상으로 했으며 손씨는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약 4억원(315비트코인)을 챙겼다. 하지만 손씨에게는 2심에서 고작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이는 해외의 형량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처벌이다. 이 사이트에 영상을 공유한 영국인은 징역 22년, 이 사이트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을 다운로드해 소지하고 돈세탁을 한 40대 미국인에게는 징역 15년형이 내려졌다. 때문에 ’국제 사법 망신‘이라는 비판과 함께 형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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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불법촬영 무죄판결 논란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촬영한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었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오원찬)는 지난 10월 28일 버스 안에서 레깅스 차림의 여성을 8초가량의 동영상으로 불법촬영한 남성 A씨에 대해 “피해자의 뒤에서 피해자 몰래 촬영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판결을 두고 “피해자 의사에 반한 불법촬영 자체가 문제다”,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제3자인 판사 입장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A씨가 피해여성을 불법촬영한 의도를 더욱 명확히 따졌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후 재판부가 판결문에 불법촬영된 피해자 사진을 함께 실은 사실이 알려져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0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최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10.20 평등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8년 10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최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10.20 평등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인권위법 개정안 발의에 쏟아진 ‘개악안’ 비판

지난 11월 12일,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등 40명이 성별을 생물학적 남성 또는 여성 중 하나로 규정하고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性的) 지향을 삭제하는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사유로 성별이 규정돼 있으나 이에 대한 법적 정의가 누락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명확한 정의 규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또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종교·표현·학문의 자유가 ‘성적 지향’ 조항과 충돌해 법질서가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성적 지향 삭제의 근거를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하는 개악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서삼석 의원은 발의를 철회했고 의안에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무소속 의원이 추가로 참여해 44명의 공동발의로 같은 달 21일 재발의 됐다. 한편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같은 달 19일 성명을 통해 “편견에 기초해 특정 사람을 우리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라고 개정안 발의를 비판했다.

사진출처 = 구하라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출처 = 구하라 인스타그램 캡처>

여성혐오가 낳은 악플…설리-구하라 사망

지난 10월과 11월, 두 명의 여성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수 겸 배우 설리씨는 지난 10월 14일 경기 성남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씨는 자신의 SNS에 노브라 차림의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수많은 악플에 시달려왔다. 설리씨가 숨진 지 약 1달 반 뒤인 11월 25일 가수 구하라씨도 서울 강남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구하라씨는 지난해 9월 연인 관계였던 미용사 최모씨의 폭행 사건으로 악플에 시달렸다. 최씨는 구하라씨의 동의 없이 신체 일부를 촬영하고 폭행과 함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최씨의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지난 9월 양측은 모두 항소했다.

설리씨와 구하라씨의 사망 소식에 일각에서는 악플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 연예인을 성적대상화해 사생활을 파헤치고 관음적으로 들여다보는 여성혐오, 강간문화가 이들을 향한 악플을 키웠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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