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
‘선 특권폐지 후 의원정수 확대’가 선거법 개정의 첫 단추
민주당 거부로 선택지 좁아지며 선거법 개정안 논의도 꼬여
4+1 협상에서 안하무인 태도 보이는 與…오히려 개혁 다 방해하는 셈
‘무기명 표결’ 주장, 국민 대한 예의 아냐…원안 상정은 與 의지에 달려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4+1 협의체가 정치·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위해 협의에 나섰지만, 선거법 단일안 마련에서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야4당(3+1)은 연동률 캡(상한) 수용과 석패율제 도입 추진을 골자로 하는 단일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3+1의 합의안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석패율제와 관련해 반발에 부딪혔다. 민주당은 야4당에 석패율제 도입 추진 재고를 요청하며 검찰개혁안 선처리를 다시 꺼내들었지만 반발에 직면했다. 이처럼 4+1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 마련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 4월 마련된 원안에서 많이 후퇴한 내용들이 논의되자, 일각에서는 ‘누더기 선거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는 이번에 마련될 선거법 단일안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불충분한 안이겠지만, 언제 또다시 이 정도까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할 시기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법 단일안이 원안에 비해 너무 많이 후퇴했기 때문에 과도기적일 수밖에 없고, 때문에 오는 2024년 총선 전에는 다시 선거법 개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혼란스러운 현 정국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가 빠른 결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19일 하 대표를 만나 현재 선거법 단일안 협상을 둘러싼 논의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에 대해 물었다.

석패율제, 현행 병립형에서는 개악…연동형에서는 당연

Q. 결국 4+1 선거법 단일안 합의가 또 불발됐다. 민주당은 석패율제 도입에 부정적이고, 연동률 캡 한시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가 더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주당의 입장이었다. 이후 준연동형으로 후퇴했다가 캡까지 적용하자 했으면 당연히 21대 총선에 한하는 게 맞다. 자신들의 원래 입장인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 22대 총선의 선거법은 다시 논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법 자체가 과도기적이지, 안정적인 제도가 아니지 않나. 원래 취지에서도 많이 후퇴했기 때문에 캡 한시 적용은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석패율제 역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의 입장이었다. 석패율제의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토론이 가능하지만, 석패율제 자체를 부정하는 건 그간 자당의 입장을 부정하는 거다. 지난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권고에도 석패율제가 포함했다. 석패율제가 나쁜 제도라면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가 나쁜 걸 제안했다는 건가.

Q. 3+1의 합의안에서 더 양보가 나올 수 있을까.

제가 보기엔 없다. 손학규, 정동영, 심상정 대표와 선거제도에 대해 그간 여러 가지로 논의해왔지만, 어제 합의안은 하도 민주당이 일종의 몽니를 부리니까 어쩔 수 없어서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거다. 연내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면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한 거다. 때문에 더 양보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인다. 야4당은 거기서 더 이상 후퇴할 게 없다. 차라리 민주당이 이걸 받고 검경수사권조정 등에서 좀 더 협상을 하는 식으로 해서 큰 틀에서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연내 통과시키는 쪽으로 가야한다. 선거법과 관련해 야당의 양보를 더 받아내겠다는 건 오산이다. 실제로 더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것도 없다.

Q. 4+1 선거법 협상과 관련해 민주당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다시 ‘국민이 원하는 것부터’라며 검찰개혁안 선처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검찰개혁안 선처리는 한참 전에 철회된 얘기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합의 당시 선거법부터 선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다시 민주당이 검찰개혁안 선처리를 주장했지만, 그건 안 된다고 야당들이 공통된 의견을 밝혀 이미 정리된 얘기다. 이걸 다시 꺼낸다는 건 여당으로서의 협상태도가 아니라 본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는 거의 안하무인이라고 본다. 단독 과반도 아닌데 이렇게 안하무인적 태도를 보이면 협상이 안 된다. 자신들이 단독 과반이라도 되면 밀어붙인다고 하지만, 현재는 예산안부터 법안처리, 인사청문회까지 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안 되지 않나. 국정을 책임 있게 운영하는 집권여당이 이런 식의 안하무인 태도를 보인다는 건 대통령에게 누가 되고, 정권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문제를 국회에서 여당이 잘 풀어줘야 대통령의 인사나 여러 개혁에 도움이 되는데, 지금 여당은 오히려 대통령이 약속했던 정치·검찰개혁을 다 방해하는 셈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대화할 생각이 없으니까 최소한 다른 야당이라도 같이 가야지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그걸 지금 여당 지도부가 망치고 있는 거다.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과 함께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선거개혁안 본회의 상정 및 후퇴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과 함께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선거개혁안 본회의 상정 및 후퇴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원안 많이 벗어난 선거법 개정안, 그래도 균열 위해 통과시켜야

Q. 현재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연동형 캡 적용. 석패율제 도입 불가 등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많이 후퇴한 안이다. 원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문재인 대통령도 약속했던 거다. 100% 연동형이 결국 40% 안팎의 연동형이 된 거니 많이 후퇴했다. 석패율제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서로 연동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떨어진 사람이 비례대표로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 독일, 뉴질랜드에서는 너무 흔히 있는 일이다. 석패율제는 노 전 대통령 때부터 얘기가 나왔던 거다. 비례의석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지역주의 완화, 소수정당의 정치발전을 위해 지역구 낙선자가 그 정당의 비례의석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써 원래 얘기됐던 거라 석패율제를 민주당이 반대한다는 건 자기 정당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고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Q. 봉쇄조항 상향 주장은 어떤가.

봉쇄조항의 경우는 독일이나 뉴질랜드처럼 100% 연동형이 됐을 때나 논의 가능한 거다. 반쪽짜리 수준의 연동형에서 무슨 봉쇄조항을 얘기하는 건지 말이 안 된다. 결국 진입장벽을 높이는 건데, 그럼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하면서 그런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독일과 우리는 2가지 큰 제도적 차이가 있다. 독일은 진입장벽이 5%지만, 정당 국고 보조금 지급기준은 0.5%다. 정당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국회 진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신생정당에 대한 보호 장치가 있는 거다. 또한 우리 정당법에 있는 이중당적금지도 세계적으로 없는 조항이다. 이는 작은 정당들이 선거연합을 해서 국회에 들어오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우리도 신생정당에 불리한 잘못된 제도적 장벽들을 다 해체시킨 다음에 봉쇄 조항 얘기를 해야 한다. 전혀 그런 것 없이 봉쇄조항을 올린다는 건 거대정당들의 기득권 강화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개혁하고는 전혀 무관한 개악이라 본다. 민주당의 지금 입장은 과거나 지난 4월 패스트트랙 합의 당시에 비해서도 너무 후퇴한 거다. 4월 합의 당시에 지금 이 수준으로 논의했으면 학계와 시민사회는 반대했을 거다. 막바지에 와서 자신들이 했던 얘기를 후퇴시키는 건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본다.

Q. 다시 떠오르던 의원정수 확대 주장도 결국 국민정서를 이유로 외면받았다.

선거법 개정안 수정 논의를 잘 풀기 위한 핵심은 특권 폐지와 의석수 확대가 첫 단추였다. 그걸 민주당이 거부한 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은 시민사회하고 계속 대화하면서 연봉삭감, 특권폐지, 예산 동결 상태에서 의석수를 늘린다는 것에 동의했다. 민주당만 동의하면 되는 거였다. 그걸 민주당이 거부하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 원안에 따라 지역구를 28개나 줄일 방법은 없고, 의석수는 안 늘린다고 하니 선택지가 좁아진다. 그래서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이 나왔다. 애당초부터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할 거였으면 당장 내년도 국회의원 연봉부터 삭감했으면 됐다. 그렇게 과감한 개혁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이 의석수 10% 정도 늘리는 거에 동의 안하겠나. 선 특권폐지 후 의원정수 확대는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 국민들이 안 믿는 이유는 먼저 특권 폐지를 안했기 때문이다. 그게 안 되면서 논의가 꼬인 거다.

Q. 민주당은 석패율제에 대해 ‘중진 재선 보장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석패율제는 선거제도의 작은 한 부분이다. 우리가 현재 선거제도인 병립형을 갖고 석패율제를 하면 그건 개악이다. 그러나 연동형으로 석패율제를 하는 건 개악이 아니다. 어차피 지역구와 비례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지금 병립형 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식의 석패율제는 지역구에 출마한 사람이 낙선해 비례대표로 들어가는 개념이라면, 연동형에서의 석패율제는 비례대표로 출마한 사람이 지역구에 동시 출마하는 개념이다. 지금 동시출마제(이중등록제)를 하기에는 비례의석이 적어서 석패율제를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연동형에 붙은 석패율의 의미는 다르다. 병립형의 석패율제는 거대정당에게 유리한 제도니까 거대정당의 중진의원들이 구제된다. 반면 연동형의 석패율제는 소수정당에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역구에서는 당선이 안 돼도 비례대표로 들어갈 수 있는 게 하는 거다.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과도기적…2024년 총선 전에 바꿀 수밖에 없어

Q. 원안에서 많이 벗어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거법이 통과될 경우, 이미 선거법 개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보다 진보된 선거법 개정까지 더 시일이 걸리는 건 아닌가.

이번 선거법은 너무 많이 후퇴했기 때문에 과도기적일 수밖에 없다. 2024년 총선 전에 반드시 다시 바꿀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충분한 안이지만 어쨌든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한번에 선거제도를 바꾸기는 너무 힘들어서 일단 균열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균열을 못 내면 언제 또 선거제도에 대해 이 정도까지 논의가 가능한 시기가 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선거제도를 바꾸기는 너무 힘들다. 영국은 지금도 100년 넘게 선거제도 개혁운동을 하는 시민단체가 있다. 캐나다도 몇십년째 그런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 우리는 이번에 기회가 온 거니까 어쨌든 통과시켜야 한다. 이번에 바뀐 제도는 어쨌든 또 손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21대 총선에 한해 적용하는 게 맞다는 거다,

Q. 현재 자유한국당은 원안 상정, 무기명 투표를 제안하며 4+1 공조 흔들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원안 상정과 표결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이 없으면 통과될 수 있다는 셈법인데.

무기명 표결은 할 수 없다. 법안표결은 기명 표결이 원칙이다. 또 선거법처럼 중요한 법을 무기명으로 표결한다는 건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민들은 누가 찬성, 반대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무기명 표결은 꼼수다. 기명 표결한다면 누가 반대했는지 다 나온다.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의 의지만 있으면 원안대로 통과될 수도 있다. 문제는 민주당에서의 이탈표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론 위배 시 공천배제하겠다, 징계하겠다 입장을 밝히고 표결하면 통과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들 최후의 카드로 생각했던 거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민주당이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엄포용으로 쓰던 원안 상정 얘기는 다시 쏙 들어갔다. 야4당 같은 경우는 민주당이 이렇게 나오면 차라리 원안 표결하자는 입장들이 많을 거다. 어차피 석패율제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지역구가 축소되더라도 석패율제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결국 원안 상정은 민주당의 의지에 달려있다. 저도 차라리 원안표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Q. 향후 선거법 단일안 협상은 어떻게 전망하나.

민주당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가 변수일 것 같다. 야4당은 이미 다 양보했다. 민주당이 빨리 입장을 정하는 게 국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본다. 이것 때문에 얼마나 혼란스럽나. 민주당의 선택지는 야4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원안을 상정하는 2가지다. 그걸 연말까지 하는 게 민주당의 도리라고 본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내년까지 넘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빨리 결단해야 한다. 내년 1월로 넘기는 건 최악의 판단이다. 그러면 인사문제, 선거구 획정 등 여러 가지 혼란들이 장기화된다. 그건 개혁을 안 하겠다는 얘기다. 그 경우 민주당은 엄청난 역풍이 맞을 거다. 민주당 입장에서 그건 최악의 선택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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