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줄어드는 성범죄자 알림e 이용자 수
복잡한 인증·불명확한 주소 등 실효성 논란
성범죄 예방 위한 실질적 대책 요구 커져
관련법 개정안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 미지수

<사진 출처 =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을 공개하는 ‘성범죄자 알림e’ 제도가 시행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시민들에게 사진과 이름, 주소, 범죄내용 등 성범죄자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성범죄 재발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제도는 처음 시행될 당시 내 집 주위에 거주하는 성범죄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성범죄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반쪽짜리’, ‘유명무실’, ‘있으나 마나’ 꼬리표를 달게 됐다. 최근 몇년 새 성범죄자 알림e 이용자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만 해도 3개의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사실상 입법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피의자 발목에 채워진 전자발찌 ⓒ뉴시스
피의자 발목에 채워진 전자발찌 ⓒ뉴시스

내 집 주변에 성범죄자가?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란 아동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수 행위나 강간, 강제추행, 성매매 알선 등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됐을 때 해당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2008년 7월부터 최초 시행됐다. 2011년 4월 16일부터는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도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정했다.

모든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에서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신상공개 명령 결정이 내려진 범죄자에 한해서만 제공된다.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를 통해 최장 10년 동안 공개되는데 일반적으로 법원의 선고형이 △3년 초과 징역이나 금고 10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년 △벌금형 2년으로 알려졌다.

등록 대상인 범죄자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60일 안에 자신의 주소지 또는 거주지 관할경찰관서의 장에게, 수용된 교정시설 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제출해야 하는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를 근거로 이름과 나이, 주소·실거주지, 키·몸무게 등 신체정보, 사진, 성범죄 요지, 성폭력범죄 전과 사실 등이 그 대상에 포함된다.

주소는 읍·면·동까지만 제공되며 층·호수 등 세부 주소는 같은 읍·면·동에 사는 미성년자가 있는 세대와 아동·교육 관련 시설 등에만 제한적으로 우편으로 고지된다.

<사진 출처 = 성범죄자 알림e 모바일 앱 소개 이미지 일부 캡처>

있으나 마나 한 ‘성범죄자 알림e’

법무부는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성범죄자의 거주 여부’, ‘성범죄자의 거주지 위치’ 등을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자율적인 성폭력범죄 예방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시민 여론도 같은 맥락에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 성범죄자 알림e는 제구실을 하지 못해 유명무실 신세로 전락했다.

성범죄자 알림e 이용자 수도 최근 몇 년 새 급감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공개한 ‘성범죄자 알림e(모바일 앱 및 웹사이트) 개선 시급’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자 알림e 모바일 앱 접속자 수는 △2015년 250만108명 △2016년 115만4088명 △2017년 105만1177명 △2018년(9월까지) 72만418명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우선 공개 대상이 전체 성범죄자 수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지적이 있다.

2018년 9월 말 기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6만7900명으로 이중 범죄의 중대성, 재범 우려 등으로 성범죄자 알림e 공개 대상에 포함된 이는 4140명으로 단 6%에 불과하다.

신상정보를 범죄자 스스로가 제출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등록의무를 위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상정보 등록의무 위반으로 형사입건 된 수만 해도 △2015년 1949명 △2016년 2766명 △2017년 2161명으로 확인됐다. 

이용 방법이 복잡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모두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고 I-PIN, 휴대폰,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한 실명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신상정보 열람은 가능하지만 유포 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5조, 제65조를 근거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점, 정확한 거주지가 안내되지 않는 점, 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 등에 대한 불만도 많다.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용 경험은 없다는 박혜진(가명·27)씨는 “성범죄자 알림e가 뭔지 알고는 있지만 이것저것 절차가 복잡해 실제 사용을 해본 경험은 없다”며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명령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귀찮고 어렵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범죄자 신상정보를 보는데 왜 내 신상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는 나이, 생김새, 거주지 정도의 정보만으로 성범죄 예방이 가능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이마저도 집에 아이나 청소년이 없으면 스스로 찾아서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성범죄 예방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시민들에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개선 시도 있지만

한국의 성범죄 신상공개 관련 제도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실효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국회 관련 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내는 사이트 혹은 앱을 찾아 들어가서 신분확인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내 정보를, 기록을 남겨야만 열람이 가능한데 미국은 성범죄자가 이웃으로 오면 마트나 슈퍼마켓 게시판 등에 얼굴이 들어있는 포스터를 일정 간격을 두고 게재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개의 정도가 우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공익이 무엇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시민에게 알리는 것이 우선이냐, 아니면 그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이 우선이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 범죄자 신상정보가 등록되기까지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그 과정을 거쳐 등록됐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인데 이에 대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는 것은 과연 (정부가) 성범죄로부터 일반 시민, 여성, 아동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이 같은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진짜로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고 실효성이 있다면 이용률이 떨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나의 성적 안전에 효용적이지 못하다고 느낀 결과다. 그렇다면 이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실효성 있는 성범죄자 알림e 운영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자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전희경 의원은 성범죄자 알림e에 게재된 정보를 가까운 이웃이나 지인에게 알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성범죄자 알림e 공유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및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초범일 경우 신상공개가 아닌 신상등록 처분을 내리는 현행법을 성폭력범죄 가해자가 초범일지라도 신상정보를 성범죄자 알림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또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당시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아동과 청소년이 있는 가정에 국한되던 같은 읍·면·동에 거주하는 성범죄자의 상세주소와 전출·입 여부 고지 대상에 1인 가구 여성과 성범죄 피해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20대 국회에서만 해도 관련법 개정안이 3개나 발의됐다. 그러나 내년 5월 말이면 20대 국회도 종료되기에 그때까지 이 법안들이 입법될 수 있을지는 사실상 미지수로, 문제 해결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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