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경찰 및 노동부에 재조사 진정 접수
“동생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억울함 밝혀달라”

ⓒ한국화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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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신소재 제조기업 한국화이바 소속 30대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유가족들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요구에 따라 사업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고용노동부와 한국화이바 등에 따르면 노동부와 경찰은 유가족의 진정을 접수하고 고인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유가족들은 앞서 이뤄진 경찰조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 경남지방경찰청과 노동부에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진정을 접수한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지난 19일 한국화이바 사업장을 방문하고 본격적인 사건 조사에 돌입했다.

양산지청 관계자는 “우선 사업장을 방문해 상황을 들여다봤다. 아직 사업주 출석조사까지는 진행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유가족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기 때문에 현재 그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있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유가족 등에 의하면 고(故) 김모(32)씨는 지난 9일 오전 8시경 경남 밀양에 위치한 한국화이바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전날만 해도 그는 차량 수리를 위해 어머니와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인의 친형이라고 밝힌 유가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메모 ⓒ보배드림 게시글 캡쳐
고인의 친형이라고 밝힌 유가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메모 ⓒ보배드림 게시글 캡쳐

김씨는 사망 수일 전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이 공개한 휴대폰 메모내용에는 “책임을 질 수 없어 떠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마지막까지 죽기 싫은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 같아요”, “가족들, 여자친구한테 미안해지네요. ○○○ 과장 차 좀 타고 다니세요. 업무 스트레스도 많이 주고”라는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남겼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메모를 비롯한 문자 메시지, 통화 내역 등을 근거로 직장 내 갑질이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상사의 밤낮 없는 카풀 요구, 부당한 업무 지시, 사직서 및 부서이동 반려 등으로 지난 수년간 고인이 감내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이와 관련 지난 17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고인의 친형이라고 밝힌 유가족은 회사와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고인의 친형으로써 너무 억울해 이 일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고자 한다. 어느 가정보다 화목했던 가정이었다. 막내의 죽음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라며 “세상은 막내의 죽음을 개인 탓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회사 관계자들은 정황상 회사의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다. 경찰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단순 사망으로 종결하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고인의 유서와 문자 메시지, 메신저 대화 등에 나온 내용(을 보면) 직장 갑질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됐음이 명백한데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라며 “세상을 등지기 전날 오전 어머니와 함께 블랙박스를 고치러 수리점에 들렀을 때 통화한, 회사 관계자로 의심되는 통화기록도 사리지고 없다”고 말했다. 

또 “진실이 규명되고 명백한 사과가 있고 재발방지가 돼야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두려운 마음 가득하지만 억울한 죽음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위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라며 “저희 동생의 죽음은 갑질에 의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동생의 억울함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한국화이바는 공공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유가족과 의견차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화이바 관계자는 “지금 경찰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노동부에서도 세부사항을 관련 팀원들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좀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직 반려도 사직서를 제출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휴동안 고민을 좀 더 해보고 대안을 갖고 그만뒀으면 한다는 취지였다”라며 “힘들어 하는 모습도 보여 원하면 종전의 부서로 보내주겠다고 제안도 했지만 그대로 남아있겠다고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또 사고 전날 통화에 대해서는 “저희들도 휴일이라 업체에서 연락이 간 건지,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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