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패율제 두고 갈등 빚는 4+1,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 마련은 난항
연비제 허점 노린 비례한국당 카드…선거법 협상은 다시 격랑으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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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4+1 협의체가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 마련을 두고 석패율제 도입 등에서 갈등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 저지를 위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마련된 선거법 개정안 원안 표결 처리를 주장한 데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 의석 극대화를 위한 위성정당, 이른바 ‘비례한국당’ 창당까지 꺼내들며 4+1 공조를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비해 비례한국당 카드를 꺼내들면서 선거법 개정을 향한 정치권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한 4+1 협상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4+1 공조를 이어가고 있는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야4당 대표들은 지난 18일 연동률 캡(상한) 21대 총선 한시 수용과 석패율제 도입 추진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에 합의했다. 민주당과의 4+1 협상에서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야4당이 먼저 입장 조율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앞서 민주당이 수용불가 방침을 밝힌 석패율제 도입과 관련해 “우리나라 정치의 큰 병폐인 지역구도를 철폐하고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도입해야 된다”며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라고 석패율제 도입의 당위를 강조했다.

하지만 야4당의 단일안에 대해 논의한 민주당은 석패율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19일 “석패율 제도가 혹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는 없는지,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 한다”라면서 석패율제 도입 재고와 함께 검찰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 선처리를 야4당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야4당은 일제히 반발했고, 4+1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비례한국당 창당 논란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 마련 과정에서 4+1 공조가 석패율제 도입 등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자,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 저지를 위해 본격 행동에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먼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마련한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무기명 표결에 나서자고 주장해 4+1 공조 흔들기에 나섰다.

무기명 투표가 진행된다면, 지역구 의석수를 225석까지 줄여야 해 지역구 의원들의 반감이 큰 원안에서 4+1 공조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등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선거법 개정안이 부결된다면 이어서 처리될 검찰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에서 4+1 공조는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다음 카드가 ‘비례한국당’ 창당이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만일 민주당과 좌파연합세력이 이 같은 연동형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말씀드린다”라며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지역구는 자유한국당을, 비례대표는 비례한국당을 찍도록 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파고들겠다는 셈법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에서는 지역구에서 득표율에 비해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거대정당들은 비례대표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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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하는 여야

이 같은 비례한국당 창당 언급에 정치권은 일제히 반발하며 쓴소리를 퍼부었다.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비례한국당 창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이유가 된 표의 등가성을 오히려 훼손시키는 것이다. 국회 의석배분 비율을 국민의 실질적 의사와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발상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행사하는 투표의 무게와 가치조차 본인들이 얻을 의석수에 비하면 가볍게 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바른미래당 송현혜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진정으로 국정을 생각한다면, ‘변칙적인 정당’을 만들어 밥그릇 챙길 생각은 버려라”라며 “거대정당, 제1야당의 핵심리더라면 더욱더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0일 “공당이 그런 탈법적인, 주권자의 뜻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겠다는 망언을 할 수가 있느냐”라며 “국민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유한국당의 그 꼼수에 놀아날 국민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국민들이 그런 비정상적 정치를 용납하지 않을뿐더러 정체성 문제로 자유한국당 지지층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공략목표라는 이른바 중도층이 그 같은 꼼수에 동의할 리 없다”라며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으로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결과는 둘 다 폭망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에는 반대하며 4+1 공조와 각을 세우고 있는 새로운보수당도 비례한국당 창당 논란에는 꼼수라고 선을 그었다.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례한국당 창당은) 연동형비례제 선거법 막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당당하지 못한 꼼수로 보일 뿐”이라며 “새보수당은 연비제 선거법 결연히 반대한다. 반드시 저지하겠다. 하지만 비례보수당은 만들지 않는다”라고 자유한국당과 거리를 뒀다.

선거법 개정안의 미래는

비례한국당 창당 발언과 관련해 여야의 질타가 쏟아지자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금부터 만든다거나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지시해 하고 있지는 않다. 대응 방안으로서 검토해야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고 있고, 강행하면 그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정도의 상황”이라고 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선거법 협상, 공수처법 협상이 워낙 교착 상태다 보니까 저희들도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그중에 거론되는 한 가지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비례한국당 창당 작업은 어렵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4+1 공조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김 정책위의장은 “정당에서 (발기인) 200명 아니라 2만명이라도 금방 모을 수는 있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전부 구비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실질적으로 창당 절차는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변칙이라고 얘기하니까 변칙처럼 보이지만, 정당 설립의 자유가 있지 않느냐”라며 “그런 변칙을 쓰게 만드는 제도가 잘못된 것이고, 그런 제도를 도입해 자기들 의석수를 늘리려는 심보가 잘못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앞두고 4+1 협의체의 단일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자유한국당은 비례한국당 창당 카드를 꺼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파고들며 4+1 공조를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선거법 개정을 두고 일고 있는 논란과 정치권의 셈법이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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