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페미사이드 철폐 시위
<사진제공 = 페미사이드 철폐 시위>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오는 28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페미사이드(femicide) 철폐 시위가 열린다. 페미사이드란 여성을 뜻하는 ‘female’과 살인을 뜻하는 ‘homicide'의 합성어로,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의도적인 살해를 말한다.

페미사이드 철폐 시위 주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동안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페미사이드를 규탄하는 시위를 연다고 밝혔다.

추최 측은 “이번 시위는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씨와 가수 고(故)구하라씨는 여성혐오로 인해 사회적으로 타살 당했음을 지적하는 분노한 익명의 여성들로부터 시작됐다”며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성살해에 여성혐오적 요소가 있음을 지적하며 이 살해를 페미사이드라고 칭한다”고 설명했다.

설리씨와 구하라씨가 숨진 뒤 일각에서는 악플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옷차림, 태도 등 여성에게 강요되는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악플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악플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며 그들에게 쏟아진 악플을 만들어낸 여성혐오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영국 언론 BBC도 재판부와 대중의 2차 가해가 구하라씨의 사망 원인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구하라씨는 지난해 연인이었던 미용사 최모씨에게 불법촬영, 데이트 폭력 등의 피해를 겪었으며,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최씨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또 최씨의 불법촬영과 관련해서는 동영상 유출 여부가 대중의 관심사가 되면서 2차 가해가 공공연히 이뤄졌다.

주최 측은 “(설리·구하라는) 악플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백히 여성이기 때문에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며 “구하라씨는 불법 촬영 비디오로 협박당했고 결국 사회적 타살을 당했지만 현재까지 가해자 최씨에게는 제대로 된 처벌이 가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36만명의 여성이 불법촬영 근절을 요구하며 6차례나 시위를 벌인 결과 불법촬영·유포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책이 담긴 법안이 지난 18일부터 시행됐다”며 “그런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불법촬영물을 신속하게 삭제하기 위한 예산 26억40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강력범죄 가해자의 94.7%가 남성이고 피해자의 87.7%는 여성”이라며 “이는 단순히 우발적·무차별적인 것이 아닌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 기반한 혐오범죄임을 보여준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 여성이기에 일어난다는 깨달음 없이는 어떤 대처도 여성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들은 더 이상 현 정부의 말로만 여성을 챙기는 듯한 겉보기식 약속에 속아주지 않는다”며 “입법부, 정부 및 관련 기관들은 즉시 페미사이드와 성불평등을 타개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여성들의 편에 선 적이 없다. 또한 국가는 여성의 기본적인 울타리도 돼주지 못한다”며 “더는 한 명의 여성도 여성혐오로 인해 잃을 수 없다. 여성들은 끝까지 연대해 같은 여성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칠레에서 시작된 페미사이드 철폐 시위는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우루과이, 온두라스, 아르헨티나, 프랑스, 스페인, 터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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