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직제개편 단행, 비정규직 공정에 정규직 투입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길거리로 내모는 비인간적 행위”

ⓒ한국지엠창원공장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 직제개편 당일 출근 투쟁으로 맞선 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창원공장비정규직지회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지엠이 창원공장의 근무제를 사실상 1교대제로 전환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585명이 해직 위기에 놓였다. 한국지엠은 탄력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직제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노사협상 없이 진행된 불법 행위라며 규탄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한국지엠과 노조 등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부터 직제개편을 단행하고 후반 근무조에 휴업조치를 내렸다. A‧B조가 한주씩 주야간 교대로 근무를 하던 방식에서 야간 근무조를 없애는 한편, 생산공정의 업무를 사내공모를 통해 선발된 정규직으로 대체한 것이 이번 직제개편의 핵심이다. 

한국지엠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의 결정을 규탄하며 반발에 나섰다. 특히 비정규직 노조는 이날 오전 7시부터 공장에 출근하며 1교대제 전환에 반대 의사를 표했고, 같은 날 오후 2시 30분부터는 전국금속노조가 동참한 가운데 한국지엠 창원공장 앞에서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한국지엠은 올해 초부터 창원공장의 1교대제 전환을 주장해왔다. 창원공장의 차량 생산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직제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2년으로 예정된 신 차종 생산에까지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노조는 창원공장의 내년도 생산계획은 11만3000대 규모로 2019년 대비 2만여대 밖에 줄어들지 않아 1교대제 전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지난해 정부의 한국지엠 8100억원 지원에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포함돼 있다며 ‘2교대 유지, 순환휴직안’의 수용을 요구해왔다. 이밖에도 한국지엠의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의 이번 직제개편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근무형태 변경은 단체협약의 합의사항인 만큼 일방적인 추진은 위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은 노조의 반발에 A‧B조 모두 한주는 주간만, 그 다음 주는 야간만 근무하는 형태의 한시적 2교대제를 제안했지만 노조는 사실상 1교대제와 다를 게 없다며 거부에 나섰다. 이후 한국지엠은 지난 13일 정규직 노조에 일부 직제개편에 따른 근태지침을 통보하면서 사실상 1교대제 시행을 예고했다. 

이번 직제개편으로 2교대제에서 근무해오던 7개 하청업체 소속 585명의 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실제 한국지엠의 각 도급업체들은 지난달 25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보냈다. 해고사유는 ‘한국지엠과의 회사간의 도급 계약 종료’, 근로계약 종료일은 12월 31일이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1교대제 전환은) 2018년 정부가 한국지엠에 8100억 원을 지원할 시 약속한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과 사업장 유지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길게는 20년 넘게 일해 온 소중한 일터임에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정리해고의 절차조차 없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지엠창원공장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회사가 추진하는 1교대제 전환은 노사합의 사항인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실질적인 불법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가 이 같은 상황에서 공장 출입까지 막고 있어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에 대해 면피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한국지엠은 이번 직제개편은 도급업체 계약해지에 따라 정규직 직원 투입을 통해 공장을 가동하려는 것이지 1교대제로의 전환 강행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본격적인 직제개편은 내년 출범하는 차기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도급 업체들과 계약이 일부 끝남에 따라 자원한 사람에 한해 정규직 생산직을 투입한 것”이라며 “회사는 공장의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밖에 없고 지금 상황이 좋지는 않다. 1교대제로 줄이든지 탄력적 운영을 해야 하는 건데 도급업체 와의 계약도 상황에 맞게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직제개편은 정규직 노조와 계속 협의를 해나가야 하는 부분인 거 같다”라며 “12월 임기가 끝나는 현 집행부와는 합의 하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음 집행부와 협의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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