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경제산업부】 2019년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속화된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통상환경은 악화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저성장 구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 이에 산업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미래 먹거리와 새로운 시장 개척의 중요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제조업계에서 불어온 소재 국산화 바람과 5G 통신 시장 개막, 타다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사회적 논의 대상이 됐다. 이와 함께 산업계 내부적으로는 주 52시간제, 직장인 괴롭힘 금지법 등 불공정했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도입도 눈길을 끌었다. <투데이신문>은 2019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산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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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게시된 서울 시내 한 마트 주류코너 모습ⓒ뉴시스

日 수출규제와 불매운동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제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데 이어 8월 수출 우대국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 한국 정부도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 개정을 시행하는 한편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상(GSOMIA·지소미아) 중단 카드를 꺼내는 등 반격에 나섰다. 일본의 무역도발이 양국 경제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았다.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의 피해 우려가 컸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의 소재 국산화 노력 등으로 제조업계 실제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반면 소비시장의 상황은 달랐다. 일본의 도발에 국내 소비시장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불매 운동 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유니클로’ 등 일본 브랜드와 자동차와 맥주 등 주력 품목의 매출이 급감했다. 일본으로의 관광객 발길도 끊겼다. 지소미아 종료 직전 극적으로 조건부 연장을 결정한데 이어 최근 한일 정상간 만남을 계기로 대화 국면을 맞이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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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미·중 무역분쟁, 얼어붙은 세계경제

세계 1위와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달러(56조원)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도 올해 9월부터 1100억 달러에 대해 15% 고율 관세를 매기며 맞불을 놨다. 지난해 7월부터 경쟁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었다. 세계 무역이 위축되면서 수출 부진이 이어졌고 국내 경기가 둔화되면서 전반적인 성장률 저하로 이어졌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12월 들어서 무역 확대와 분쟁 해결을 위한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나 기술이전 강요 등 문제는 여전히 첨예한 쟁점으로 남아있는데다 후속 절차 계획도 아직 불투명해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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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의 민낯 ‘인보사 사태’

지난 2017년 7월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이자 세계 최초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국내 29호 신약으로 등장했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허가 1년 6개월 만에 제조와 판매가 중지됐다. 인보사의 주 세포가 허가상 나와 있는 유전자 도입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미국 내 임상시험 과정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신장유래세포는 무한증식 세포로 치료제로서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 충격이 크다. 현재까지 인보사를 맞은 환자 수는 무려 3400여 명에 달한다. 관절염 치료를 위해 한 대에 700만원이나 내고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들은 부작용 우려로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의약품의 허가 취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식약처의 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가 부각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사 체계 개선 등 다양한 종합 대책에 나서기로 하면서 향후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 제품으로 꼽히던 인보사의 허가취소가 바이오산업에 미칠 영향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제2의 황우석 사태’라며 신인도 타격에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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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대형 M&A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첫 포문을 연 것은 현대중공업이다. 3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20년 동안 조선업계의 숙원이었던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유럽연합(EU)과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6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고,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 외에도 독과점 논란 등 최종 M&A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은 HDC현대산업개발로 낙점됐다. 지난 11월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2조4000억∼2조5000억원을 써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건설업의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최근 피인수사를 담보로 돈을 빌려 사들이는 차입매수 논란에 휩싸이며 자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딜 규모로 가장 컸던 M&A는 5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 민족’이다.  12월 국내 최대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 몸값은 무려 40억 달러(약 4조 7500억원)로 평가됐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 딜이자 올해 국내 기업 최대 규모 M&A로 기록되게 됐다. 하지만 독과점 논란을 빚고 있어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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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대 재벌 총수 잇단 부고…역사 속으로 

올해는 1·2세대 기업인의 잇단 부고 소식이 이어졌다. 국내 최초 민간항공사 대한항공의 성장을 이끈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4월 8일 작고했다. 조 전 회장은 ‘수송 물류’를 그룹의 본류라 강조하며 한진그룹의 국내 대표 운송·물류 기업으로 키워냈다. 조 전 회장 별세 이후 장남 조원태 회장이 총수가 되며 한진그룹은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때 국내 재계 2위까지 성장했던 대우그룹을 키워낸 고 김우중 전 회장도 지난 9일 타계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만 30세인 1967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차린 대우실업을 모태로 사업을 확장했고, ‘세계경영’을 기치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기업을 키웠다. 하지만 외환위기, 워크아웃 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1999년 그룹이 해체됐다. 또 수십조 원의 분식회계와 10조 원 가량의 사기 대출 등 부실 경영으로 대우를 파산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도 지난 14일 별세했다. 1970년부터 25년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낸 구 명예회장은 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45세 때 LG그룹 회장에 올라 LG의 사업영역을 넓혀 ‘한국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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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에 휘청

올해 초 전자담배계의 애플로 불리는 쥴(JUUL)의 국내 진출로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이 늘고 업계에서도 관련 신제품을 줄줄이 출시했다. 하지만 미국 발 중증 폐 질환 소식이 국내에 전파되면서 유해성 논란으로 급반전을 이뤘다. 지난 9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 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해 중증 폐 질환 사례가 증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 손상 사례는, 사망사례 중 대부분(78%)은 대마 유래 성분(THC)을 함유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THC는 대마초 성분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이며 비타민 E 아세테이트도 이와 유사한 물질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10월 23일 모든 국민에게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으며, 식약처는 국내 유통 전자담배 액상에 대해 조사하고 이달 12일 국내 시판 중인 일부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비타민 E 아세테이트와 가향 물질 3종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0.1~8.4ppm(mg/kg) 범위로 ‘매우 적은 양’이라면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는 유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 문제가 된 대마유래성분(THC)은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전자담배 업계는 정부의 조사 결과와 사용중단 권고 방침에 반발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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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기로에 놓인 모빌리티 플랫폼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모습이다. 먼저 택시업계는 타다 서비스의 위법성을 주장한다. 택시 업계가 보기에 타다는 법의 빈틈을 이용해 면허와 허가 없이 택시 영업을 영위하는 얌체 기업이다. 이에 따라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올해 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법) 위반으로 타다를 고발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공유경제 혁신과 운수업계 보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최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중재안을 내놨다. 하지만 타다는 이 개정안을 두고 ‘타다금지법’이라며 작심비판을 내놓고 있다. 개정안은 타다의 이용을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할 경우 ▲반납 장소가 공항·항만일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서비스의 범위가 대폭 축소되는 것이 사실이다.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자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와 브이씨엔씨(VCNC)가 잇달아 타다 구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여객법 개정안은 택시업계만을 위한 졸속법안이라며 공청회 등 좀 더 포괄적인 사회적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택시업계의 반발을 뒤로 하고 이를 수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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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 개막, 세계최초 상용화의 명암

2019년 4월 3일, 5세대 이동통신 5G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당초 국내 5G 상용화는 같은 달 5일로 계획됐지만 미국의 이통사가 4일께 5G 상용화에 나선다는 첩보가 돌면서 예정일이 앞당겨졌다. 한국의 ‘세계 최초’ 5G 타이틀은 정부, 이통사, 제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G의 상용화와 함께 이통사들은 초고속·초저지연을 기반으로 한 장밋빛 미래상을 제시했다. 사물인터넷(IoT), 증강가상현실(AVVR),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은 생활환경을 바꿀 대표적인 미래기술로 지목됐다.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듯 국내 5G 가입자는 지난 10월 기준 398만명을 넘어서며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5G가 도입된 지 어느덧 8개월, 세계 최초는 허울 좋은 이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상당수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통신망 연결 불안정성과 더딘 커버리지 확산에 불만이 나돈다. 또 현재 서비스되는 5G의 주파수대역은 3.5GHz로, LTE보다 20배 빠른 통신망은 28GHz가 도입돼야 가능하다는 점도 실망을 낳고 있다. 심지어는 초기에 출시된 5G 폰으로는 28GHz를 사용할 수 없다는 국회의원실의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이통사들이 5G 상용화 영광을 위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의혹을 벗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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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플랫폼 노동, 위태로운 지위와 권리

최근 모바일 앱의 발달로 ‘플랫폼노동자’라는 새로운 노동형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특고’로 불리기도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자유롭게,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 신분이다. 따라서 업무 중 사고위험에 노출돼도 책임질 주체가 없어 안전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현실이다. 2019년은 이런 플랫폼노동자들의 근로자성과 권리에 대한 일부 성과를 얻어낸 해였다. 지난 10월 28일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한 요기요 배달 라이더 5명을 근로자로 인정했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라이더유니온’이 서울시로부터 노조설립 신고필증을 교부받아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첫 합법노조가 됐다. 이에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13일 ‘요기요’에 인수될 예정인 배달 플랫폼 기업 ‘배달의민족’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달기사가 아닌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인정문제와 긱(Gig) 경제, 즉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계약을 맺어 일하는 고용형태의 불안정성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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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故김용균특조위 권고안 정부이행계획 관련 당정발표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 52시간·직장 괴롭힘 그리고 김용균법

올해 정부의 노동환경 개선 정책은 주 52시간 근무제‧김용균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압축된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존 68시간이던 주당법정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며, 내년 1월 2일부터는 50인~299인 기업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김용균법도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과 원청 책임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인 이 법은 지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발의됐지만 국회에 2년간 계류됐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다시 논의가 이뤄져 ‘김용균법’으로 불리게 됐다. 이밖에도 지난 7월 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도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해 누구나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직장생활을 만들어나간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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