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후 1년여 만에 본회의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
‘쪼개기 임시회’ 못 넘은 한국당, 사개 패트 처리서도 재현?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27일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부터 시작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4+1 협의체 단일안 협상, 본회의 상정, 이어진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끝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남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들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전원위원회 소집 요구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저지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여전히 여야 간의 긴장과 대립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회 문턱 넘은 선거법 개정안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40분경 본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표결에 나섰다. 선거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재적의원 167명 중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결국 통과됐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 시작에 앞서 의장석 주변을 둘러싸고 항의 시위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오후 4시 30분경 방호 인력과 함께 의장석으로 향하는 문 의장을 막아서며 ‘문희상 사퇴’, ‘문희상은 물러가라’, ‘문희상 역적’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본회의장에 자리해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자한당은 물러가라’, ‘자한당 역적’ 등이라고 외치며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문 의장은 오후 5시 30분경 다시 단상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몸싸움 끝에 단상에 오를 수 있었고, 선거법 개정안은 가결됐다.

50시간의 필리버스터

앞서 여야는 지난 23일부터 본회의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했다. 26일 0시를 기해 50시간 11여분 만에 마무리된 필리버스터에는 더불어민주당 6명, 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1명, 정의당 1명 등 총 15명의 의원이 참가했고, 날선 공방이 오갔다.

자유한국당은 4+1 협의체와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에 대한 비판에 집중했고,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의 필요성과 당위를 강조하며 맞섰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정의당이 어떻게 하든지 의석 좀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오고 민주당도 공수처를 어떻게든 통과시켜 보려고 그 두 개 서로 맞바꿔 먹었다”라며 “내년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자유한국당이 과반이 돼 (선거법을) 바꾸면 여러분 그대로 승복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은 “세상에 있는 제도는 다 도입할 것처럼 거론하고 마지막에 결과물을 보시라”라며 “뭐가 비례성이 강화됐다는 건가. 이건 완전히 시장잡배들의 흥정거리만도 못하다”라며 “원안과 수정안을 비교해보고, 협상 과정을 한번 쭉 반추해보시라. 원안이 누더기가 아니라 걸레가 됐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당위를 설명하며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제발 의회와 민주주의, 국회법 안으로 들어와달라는 호소”라고 전했다.

최인호 의원은 “이번 선거법과 관련된 개정 협상,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한마디로 무책임, 무성의, 무대책 등 3무 자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며 “유감스럽게도 자유한국당은 지난 8개월 동안 패스트트랙 철회만 주장하면서 선거법 개정을 위한 실질적, 구체적인 협의에 한번도 성의있게 참여한 적이 없는 거로 기억한다”라고 맞섰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문 의장 집중 겨냥한 한국당

선거법 관련 필리버스터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겨냥해서도 날을 세웠다. 문 의장이 선거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는 등 편파적으로 의사진행을 했다며 비판을 거듭했다.

권성동 의원은 “문 의장으로 말미암아 국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며 “의장이 편파적, 당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바람에 과연 대한민국 국민 중에 문희상 씨를 국회의장으로 생각하는 분이 과연 몇 명이 있을까 의문이 간다”라고 날을 세웠다.

전희경 의원도 “뒤에 계신 의장을 향해 ‘존경하는’이라는 상투적 수식어도 붙일 수 없다”며 “대한민국 70년 헌정사, 민의를 대표하는 민의의 전당 국회를 의장이 무슨 권리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느냐”라고 질타했다.

박대출 의원 역시 “(문 의장의) 별명이 장비였다. 외모도 그렇지만 유비, 관우와 함께 도원결의를 했던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처럼 신의 있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분으로 알고 있었다”며 “어느날 그 장비가 동탁이 돼버렸다. 신의의 삼국지 장비가 아니라 역적 동탁이 돼버렸다”라고 거듭 비판을 이어갔다.

남겨진 사법개혁 법안은

선거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앞서 예고했던 헌법 소원 제기 등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이미 밝힌 대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겨냥한 비례대표 전담정당 창당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이날 선거법 개정안의 통과로, 이제 패스트트랙에는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사법개혁 법안들이 남았다. 이날 본회의에는 공수처 설치법이 상정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법에 대해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며 맞섰다. 전원위원회는 정부조직에 관한 법률안, 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률안 등 주요 의안에 대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해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위원회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할 때 전원위를 개회할 수 있다. 다만 국회의장은 주요 의안의 심의 등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각 교섭단체 대표의 동의를 받아 전원위를 열지 않을 수 있다.

문 의장이 전원위를 열지 않을 경우,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날 임시회의 회기를 28일까지로 의결함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역시 28일로 마무리된다. 이후에는 선거법 개정안과 같이 공수처 설치법 역시 직후 열리는 임시회에서 표결 처리된다. 차기 임시회는 30일 개최가 유력한 상황이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 저지를 위해 자유한국당은 50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에 이어, 의장석 점거에 나섰지만, 결국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제 남은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처리를 두고 같은 장면이 재현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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