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
세대 공존이 다양성 만들어내
국회에 다양한 세대·직업 공존해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 돼야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은 지난 10월 28일 주미대사로 임명된 이수혁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했다. 국정감사 도중 투입된 그는 지금까지 두 달 남짓한 임기를 보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로 이름을 올린 그는 이제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으로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또 의원직 승계 연락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당시 돌이 갓 지난 아기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 워킹맘이기도 하다.

그런 그는 현재 300명 가운데 1%에 불과한 20대 국회의 세대 구성을 언급하며 ‘세대 공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대 공존이 곧 다양성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국회 내 다양한 세대와 직업, 성별이 들어와 각자의 관심사들을 끌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청년세대 등 미래세대의 정치 참여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정당 내 시스템을 통해 정책적 능력과 인성 등을 겸비한 준비된 청년 정치인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지난 26일 정 의원을 만나 지난 두 달간의 소회와 그가 말하는 미래세대에 대해 들었다.

주미대사로 임명된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은 정은혜 의원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주미대사로 임명된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은 정은혜 의원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의 정치 참여 기반 만들어낼 것

Q. 국회 입성 이후 2달여가 지나가고 있다. 안에서 바라본 국회는 어땠나?

가장 크게 느낀 건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법안은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거다. 예를 들어 ‘민식이법’ 같이 누구나 봤을 때 통과돼야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은 관심이 없다. 민식이법도 사실 대통령이 말씀해주셔서 관심을 가졌던 거다. 법안 자체에 열띤 반대가 있어야 그만큼의 찬성이 생기고 토론 과정 속에서 이슈가 되고 결국 법안이 통과되더라.

이는 자연스럽게 청년, 여성 정치인이 많아야 한다는 이유로 연결된다. 실제로 지금 어린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아동 성범죄나 아동 안전과 관련해 다른 세대보다 더 분노하지 않나. 반면, 원혜영 의원 같은 경우는 웰다잉 운동을 하시는데, 그분이 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제가 지금 웰다잉 운동을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아동안전 등을 제가 얘기하는 건 또 다르다. 이런 세대 공존이 다양성을 만든다고 본다. 때문에 70대 의원도, 20대 의원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 직업, 성별이 국회에 존재해야 그들이 공존하면서 서로 다른 관심사들을 모두 이끌어낼 수 있다.

Q. 짧은 임기가 아쉬울 것 같다. 첫 등원 때 목표한 바는 무엇인가?

거창한 목표를 잡지는 않았다. 첫 번째는 ‘의정활동을 성실히 하자’다. 현재까지 기간은 짧지만 개근한 의원 17명 중 하나다(웃음). 회의참석부터 의원으로서 필요한 일까지 부득이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성실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정은혜 생활법 12개를 순차적으로 발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청년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3개가 임기 중 목표다.

Q.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 청년 비례대표로서 청년을 대변하기도 한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 기반 구축에는 어떤 활동들이 있나?

이번 총선에서 청년들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청년 출마자들이 많아야 한다. 또 정책 결정과정에 청년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만 25세, 대통령 만 40세 이상인 현행 피선거권도 만 18세로 낮춰야 한다. 우리는 마크롱이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다. 30대에 대통령이 될 수가 없다. 닻을 내리면 배는 그 주변에서만 돌게 돼 있다는 앵커링(Anchor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만 25세가 국회의원 피선거권의 하한이지만, 지금도 20대 국회의원은 없다. 그 이상에서 국회의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 18세로 낮춰야 만 25세 국회의원이 나온다.

또 청소년들도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유럽은 청소년 때부터 정치활동에 참여한다. 얼마 전 핀란드에서 34세 총리가 탄생했다. 핀란드는 2006년 청소년 기본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는 지역사회의 정책결정에 청소년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후에 준비된 정치인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유권자로서 어떤 정치인이 올바른 정치인인가를 보는 눈이 생길 수 있다. 또 그들은 20~30년 뒤에는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분들이다. 그들이 준비된 미래세대가 될 수 있도록 피선거권이나 정당 참여 운동 등도 하고 있다.

Q. 이와 함께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정당의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

당 총선 기획단 15명 중 청년이 4명, 여성이 5명이다. 과거에는 총선기획단 자체가 각 세대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청년, 여성이 많이 들어와 있으니까 이전과 회의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에 우리 당은 청년 출마자들에 대한 혜택이 굉장히 많다. 공천신청비용을 20대는 면제, 30대는 절반만 내면 된다든지, 또 후보가 된 이후에는 당이 대출 보증을 서준다든지 등의 방안이 있다. 저도 앞서 비례대표에 2번 출마했지만, 준비할 서류가 굉장히 많다. 그런 기술적인 부분도 컨설팅을 통해 관리·지원한다.

저는 정당이 아이돌 소속사처럼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참여하고, 실제 데뷔하는 사람보다 연습생 수도 많지 않나. 그게 인재 영입이라고 본다. 젊은, 어린 청년이 먼저 정당에서 키워지는 시스템을 통해 정책적 능력이나 다양한 사회성은 물론 인성도 키워 20대 초반에 보좌진, 당직자 등으로 활동할 수도 있고, 그러다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으로 나갈 수 있는 거다. 이런 식으로 준비된 청년들을 당에서 키워내야 된다.

Q. 국회 구성의 비례성에 대한 비판도 높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그 당사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20, 30대 인구가 전체 인구의 거의 30%가 된다. 인구비례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 중 20, 30대가 90명이 있어야 된다. 현재 300명 중 1%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세대 단절 잇는 디딤돌 될 것

Q. 1호 법안이 육아휴직 및 근로시간 단축을 3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긴 ‘라떼파파법’이었다.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육아 문제에서 정부도, 국민도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자꾸 국가가 아이를 키워줘야 한다면서 어린이집과 방과 후 교실을 늘린다. 저는 부모의 사랑을 골고루 받고 자라난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정신도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가장 크게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줄어야 된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 어린이집에 주고 있는 보조금을 일반 가정에 주면 기업도 육아휴직 등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 나라에서 양육수당으로 20만원을 준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보내면 아이 1명당 100만원 가량의 정부보조금이 나온다. 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선생님 1명당 아이 2~3명이 배정돼 1대1 케어도 아닌데도 말이다. 엄마, 아빠 동일하게 3년씩 육아휴직을 해야한다는 법안은 스웨덴에서는 1970년대에 제정됐다. 3년씩 의무적으로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하면 여자라고 채용에서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없어지지 않겠나. 이처럼 정부는 이들 가정에 양육수당 명목으로 기존 어린이집에 지원하던 100만원 가량씩을 지급하고, 회사에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대체인력을 구해주며, 회사는 그 대체인력에 월급을 주면 된다. 이런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이와 관련해 기존 육아휴직 제도를 더 많은 노동자들이 쓸 수 있게 하는 방향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저 역시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도 한달이라도, 1년이라도 눈치 안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문화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예전에는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면 오히려 승진에 인센티브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국가가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가정이 건강하면 사회에 그렇게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Q. 정치철학과 소신은 무엇인가?

지난 16년을 당에 있었다. 그간을 살펴보면 절대로 욕심을 부리면 안 되더라.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위치가 있어야 한다. 지금도 제가 국회의원이니까 아이디어가 있으면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위치를 먼저 생각하면 안 된다. ‘이걸 해야 되기 때문에 이 자리가 필요해’라며 우선순위가 헷갈릴 수 있다. 아이를 낳고 쉬면서 꿈을 ‘말과 글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로 바꿨다. 실제로 저는 디딤돌이 되고 싶다. 지금 세대 단절이 굉장히 심각하다. 국회 내 30대 의원들도 3명밖에 없다. 그렇다고 세대교체를 통해 20~30대로 다 채울 것도 아니라고 본다. 세대는 흐르는 강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안에서 하나의 디딤돌이 돼 과거에 그 강을 건너지 못했던 사람들이 건너갔으면 한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였으면 좋겠다. 국회의원도, 법도 그렇고 결국 사람이 잘살려고 만든 거지 않나. 법과 정치가 우선이 되면 안 된다.

그다음은 다양성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입각하지만, 그렇다고 소수를 버리는 게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예전에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 진보버스와 보수버스를 말씀하신 적이 있다. 진보버스는 마을버스다. 안 오면 기다렸다가 출발하고 골목골목 다 태워가지만, 느릴 수 있다. 반면 보수버스는 고속버스 같다. 효율적이고 빠르지만 거기서 낙오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다양성이 제일 중요하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또 집중할 부분은?

국회에 들어온 지 두 달밖에 안 돼 특정지역을 선택하진 못했지만,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음 총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다. 특히 청년, 여성을 대변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비슷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고민들을 법안으로 만들고 싶다. 또 미래세대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받은 정책적 제안들을 국회에 전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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