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가 지난 29일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글로벌 트렌드상 부문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 MBC 방송화면 캡처
펭수가 지난 29일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글로벌 트렌드상 부문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 MBC 방송화면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유튜브 구독자 수 156만명을 돌파하며 외신에서도 주목을 받은 EBS 연습생 펭수가 지난 29일 열린 2019 MBC 방송연예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아쉽게도 신인가수 유산슬에게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요.

그런데 펭수가 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이 어쩐지 어색했습니다. 바로 펭수가 ‘남자’ 신인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펭수는 자신의 성별을 남성이라고 밝힌 적이 없습니다. 펭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남자냐”고 묻는 질문에 “그런 거 없어요. 저는 성별이 없어요”라고 답했고, 다른 라디오 방송에서는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남자친구도, 여자친구도 없어요”고 말한 바 있습니다.

펭수는 그간 방송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여성과 남성, 이분법적 성별에 갇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펭수가 사용하는 샤워실과 화장실은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펭수로 표기돼 있습니다. 또 펭수는 원피스를 입거나 화장을 하기도 하죠. 성별에 갇히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펭수의 매력입니다.

MBC 측은 펭수를 ‘성별과 지역, 종을 초월한 후보’라고 소개하면서도 덩치 때문인지 아니면 목소리 때문인지 남자 신인상 후보에 올렸습니다. 펭수가 ‘성별을 초월했다’고 하면서 남자 신인상 후보에 올린 것은 이분법적 성별에 갇혀 성별의 기본값을 남성이라고 여기는 남성중심 문화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진출처 =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영상화면 캡처
<사진출처 =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영상화면 캡처>

<자이언트 펭TV>의 연출을 맡은 EBS 이슬예나 PD는 지난 19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펭수의 성별에 대해 “콘텐츠를 제작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공유하며 기획하기 때문에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실제로 펭귄은 암수 구별이 어렵다”며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 성역할을 깨고 싶었다면서 말이죠.

펭수는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글로벌 트렌드상’ 시상자로 나서면서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화관을 쓴 채 나타났습니다. MBC가 자신을 남자 신인상 후보에 지명한 것을 조롱하듯이 말이죠.

자신을 여자도, 남자도 아니라고 밝히는 펭수가 남자 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을 보면 해마다 진행되는 각종 시상식에서 굳이 부문별로 성별을 나눠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상을 나눠주고 자사의 성과와 영향력을 드러내기 위해 부문별로 성별을 나눠 시상하는 것이 유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별로 나눈다고 해도 많은 경우 복수의 수상자들이 선정되는 상황에서 굳이 성별을 나누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서울YWCA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8개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 방송의 18개 예능 프로그램 중 고정 출연자 성비는 여성 27.1%(36명), 남성 72.9%(97명)으로 남성 출연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또 메인 진행자 24명 중 여성은 6명(25%)에 불과했으며 남성은 18명(75%)로 나타났습니다.

성별이 없다고 하는 펭수에게 굳이 성별을 부여해 후보에 올린 MBC 연예대상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많은 여성 연예인들이 다양한 부문에서 수상하고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다양한 성별의 연예인들이 출연할 수 있도록 하고, 성별에 따른 시상이 아닌 활약에 따른 시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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