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점 공급과잉 구간 진입
이스타항공 매각, 업계 재편 신호탄
신규 LCC 진입 등 경쟁 격화 전망
M&A 통한 시장 재구성 가속화 될 듯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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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201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공급과잉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재 운임으로는 탑승률이 높아져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적확장을 통해 수익을 늘려왔던 LCC들의 항공기 도입도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됐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 역시 2020년 항공기 순증은 0~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신규 저비용항공사 3사의 시장진입, 단거리 노선 의존성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의 상황 등도 LCC 업계의 경쟁을 가중시킬 위협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LCC업계의 수익 모델이 가격경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공급과잉이 필연적이며,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LCC들이 향후 인수합병(M&A) 및 구조조정을 통해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에 나선 이스타항공

국내 LCC 중 하나인 이스타항공은 경영난 끝에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은 제주항공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을 모회사로 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SPA는 당초 2019년 내에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1월 중으로 연기됐다. 

제주항공이 인수하는 주식 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이며 해당 주식이 차지하는 지분비율은 51.17%다.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지난 3분기 기준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스타항공의 매각 사례는 국내 LCC들이 맞이한 업계 상황과 대처방향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국내발 해외여행이 증가하며 2016년부터 흑자전환했지만 올해 들어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졌다. 특히 보잉 737 맥스 8기종의 운항 중단, 일본 노선 타격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는 지난 9월 16일 사내 게시판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위기 극복 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경영실적 악화로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회사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라며 “단기간 내에 이런 상황이 회복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해 상황별, 분야별로 대처 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3개월간의 무급휴직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긴축경영이나 구조조정으로 극복하기에는 업계에 부는 파도가 거셌다. 비상경영선포 이후에도 이스타항공 대주주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됐으며 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 대기업, 사모펀드(PEF) 등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SPA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이행보증금 115억원을 지급했고 이스타홀딩스는 이 중 100억원을 이스타항공이 발행한 전환사채(CB) 매입에 사용해 운영자금으로 투입, 경영난 진화에 나섰다.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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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구간에 진입한 LCC 업계

LCC 업계는 2018년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항공사들의 영업이익률, 탑승률, 운임 증감 등을 근거로 이 같이 평가한다. 특히 향후 탑승률이 높아져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LCC들의 영업이익률은 2017년까지만 해도 항공사별로 5~10%대를 유지했지만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가며 0% 이하 수준을 보이고 있다. 탑승률 추이 역시 유사한 경향을 보였으며 운임 증감률은 2019년 2분기 이후 일본불매운동의 영향으로 급격한 감소를 보였다. 

저비용항공사들의 국제선 피해 현황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두드러진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의 10월 기준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9.8%가 감소했으며 일본 여객은 43%가 줄어 들었다. 

이에 따라 향후 단거리 노선 공급 증가가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CC들이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2020년도 영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항공은 지난해 8개의 항공기를 도입하며 공격적인 경영 기조를 보였지만 내년 순증 대수는 0~1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신규 LCC 3곳의 시장진입도 업계의 경쟁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는 요소다. 먼저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강원은 지난달 첫 취항에 나섰다. 플라이강원은 양양-제주간 운항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대만, 필리핀, 베트남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 역시 내년부터 신규 취항에 나선다. 이들의 유입으로 국내 LCC는 총 9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될 예정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장기적으로는 장거리노선의 확보를 목표로 하겠지만, 당장 장거리 노선의 매출 비중이 35%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LCC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50% 가까이는 중국을 비롯한 단거리 노선에 의존해왔지만 LCC들이 중국 노선에 진입하게 되면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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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대형화‧인수합병은 필연”

항공업계의 재편 경향은 국내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항공사 급증 및 저가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최근 수년간 세계적으로 40여개의 항공사가 파산했다. 실례로 독일의 에어베를린은 정부의 긴급 자금까지 투입됐지만 2017년 문을 닫았고 알이탈리아항공도 법정관리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동남아의 말레이시아 항공 역시 저가항공사와의 경쟁 과열로 인수합병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항공업계 또한 선두업체들의 공격적인 M&A로 안정화 수순을 밟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시장 내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후 저운임 전략을 유지했으며 기재 도입 등 노선확대 정책으로 업계 재편에 성공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유럽의 라이언에어, 동남아지역의 에어아시아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결국 국내 항공업계 또한 공급과잉에 직면한 LCC들이 필연적으로 M&A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CC 시장의 비즈니스모델 특성상 경쟁의 한계에 도달한 만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낮은 원가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진투자증권 방민진 애널리스트는 “9개 저비용항공사 체제는 늘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항공기 도입 경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저비용항공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 때문”이라며 “저비용항공 모델의 기본은 가격 경쟁을 통 한 트래픽 제고와 이를 통한 고마진의 부가 매출 창출이다. 최저가를 제시하기 위해 경쟁사 보다 저원가 구조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공격적인 항공기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저비용항공시장의 공급 과잉은 필연적이다” 라고 분석했다. 

한국항공협회 주관으로 지난 11월 열린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국내 항공시장의 구조조정을 예견한 바 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세종대학교 황용식 교수는 “과거 미국처럼 현재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은 항공사가 있다”라며 “미국은 1978년 당시 규제 완화가 되며 많은 항공사가 난립했고 이후 파산과 부도, 인수합병 등 과정을 통해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항공사들은 계속 대형화되고, 인수합병을 통해 구조 개편이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준비 체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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