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갱신 기간 3개월에서 1개월로 일방적 축소
라이더유니온 “고용불안‧노조활동 위축 불러올 것”

ⓒ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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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계약기간 축소 및 수수료 책정 등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라이더(배달기사)들이 반발에 나섰다. 특히 계약 갱신의 단위기간을 1개월로 축소한 건 향후 노조 조합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3일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라이더들은 최근 배달의민족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통보한 근무조건 개정을 두고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한편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라이더 계약기간 3개월에서 1개월로 축소 ▲수수료 프로모션 금액 변경 등의 내용이 포함된 근무조건 개정 사항을 지난달 초 라이더들에게 공지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변경된 계약기간은 매달 자동 갱신을 전제로 하지만 귀책사유가 발생할 경우 하루 전에도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어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수수료 성격의 프로모션 비용 역시 매달 기준을 책정하는 방식에서 매일 전날 통보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음에도 사전 논의가 없던 것은 물론 기준도 공개되지 않아 비판의 대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합법노조로 인정된 라이더유니온은 노사간 교섭을 앞둔 현재, 계약기간 축소 정책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활동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최근 계약기간 축소에 대한 공지가 있었지만 노조에 고지되진 않았다. 이와 함께 계약해지 하루 전까지 통보할 수 있다는 문구도 확인됐다”라며 “매달 계약이 갱신된다는 계약서를 쓰고 해고 통보를 하루 전에 받을 수 있다고 할 때의 느낌을 상상해보라. 당연히 재계약이 종료될까봐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빠르게 문제제기한 건 조합원들이 불안해했기 때문이다”라며 “교섭이 제대로 되려면 노조원들의 활발한 활동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런 조항이 남아 있으면 교섭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겠는가. 이건 교섭에 앞서 배달의민족이 빨리 바꿔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라이더가 있어 배민도 있습니다’라는 제하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배달의민족이 라이더들의 근무환경을 바꿔가며 ‘실험용 쥐’로 취급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들은 “배민이 일방적으로 배달료와 근무조건을 변경하는 등 라이더들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배달수수료나 렌트비 등 근무 환경을 일방적으로 바꿔 ‘우리가 실험용 쥐’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는 라이더유니온이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라이더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열악한 근무환경 변화를 위해 (라이더들이) 라이더유니온에 가입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은 최근의 근무조건 변경은 라이더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라며 향후 노조와의 교섭 과정에서 계약 및 수수료 등 다양한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계약갱신은 라이더분들의 입장을 많이 반영한 방식이다. 라이더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일을 하다 보니 3개월 계약기간은 오히려 배달기사들을 잡아두게 되는 꼴이 된다”라며 “1개월 계약도 자동갱신이라 불안정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걸로 판단했다. 저희들도 나름대로 라이더들이 편안하고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과정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문이 몰리는 패턴이 날마다 조금씩 다르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눈·비가 오면 주문이 많이 몰린다. 그럼 라이더들이 부족해지는데 프로모션 비용은 이를 독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이라며 “그날의 특성은 하루 전날 파악할 수밖에 없다. 프로모션 비용의 전날 책정 정책은 배달이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한 변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교섭에 대해서는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화를 잘 나눠가며 요구사항을 맞춰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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