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여 만에 정치 일선으로 돌아온 안철수
‘보수 연대·바른미래당 복귀·독자노선’ 가능성 나와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지 1년 4개월여 만이다.

오는 21대 총선을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안 전 대표의 컴백에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지난 2014년 20대 총선에서 제3당으로 세력화를 이뤄낸 국민의당의 성공을 이끈 안 전 대표가 돌아옴으로써 야권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돌아온 안철수

안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한 뒤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며 잠시 정치권을 떠났다. 이후 독일과 미국에서 4차 산업혁명 등과 관련한 연구활동을 이어갔다. 새로운보수당 합류설이 돌았던 지난해 12월에도 해외 현지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며 합류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던 안 전 대표가 2일 21대 총선을 100일여 앞둔 상황에서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며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제 부족함으로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하는 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면서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보수야권과 통합 또는 연대?

현재 안 전 대표 앞에 놓인 선택지는 보수야권과의 통합 또는 연대, 바른미래당 복귀, 독자노선 등 크게 3가지로 전망된다.

보수야권과의 통합, 연대와 관련해 새보수당 합류에는 이미 선을 그은 상태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지난달 13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변혁 신당과 관련해선 안 전 대표가 이미 참여할 여건이 안 된다고 분명히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당명을 무엇으로 하던지 저희는 전혀 관심이 없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새보수당 유승민 전 대표도 3일 탈당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와 관련해 “그분의 정치 복귀를 환영한다. 다시 정치하신다니까 잘해주기를 바란다”면서도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쳐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말 잘해보자는 그 정신에 대해 여전히 동의하시는지 그냥 궁금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이 양당 간의 화학적 결합 미비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점도 안 전 대표의 새보수당 행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더한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연대도 전망되고 있다. 대안신당 박지원은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전 대표는 기회를 포착 능력이 출중한 분인데 지금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있고, 또 보수통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들어와 뭔가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교안 대표도 2일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와의 통합 여부에 대해 “정치인들에 대한 통합 추진이라든지 논의 과정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을 안 드리는 것이 좋겠다”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가치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워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가급적이면 모든 분들이 함께 하는 대통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운을 띄워둔 상태다.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통합은 향후 정국에 가장 큰 파급력을 남길 수 있는 시나리오로 예상되지만 리스크가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 등에서 현재 자유한국당의 쇄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통합은 촛불민심을 등지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고, 안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중도 확장성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로서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를 잃게 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청래 전 의원은 SNS를 통해 “진보진영에 취업했던 그가 황교안 리더십의 위기에 맞춰 귀국하는 것을 보면 ‘보수쪽에서 말뚝을 박아볼까’하는 정치공학의 냄새를 맡은 것 같다”며 “그가 보수에 몸을 의탁한들 그것이 비전제시가 아니라 ‘문재인 반대모임’의 네거티브 연대에 불과하다.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 묻지마 반대연대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전 대표 ⓒ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 ⓒ뉴시스

바른미래당 복귀 또는 독자노선 구축은?

바른미래당으로의 복귀도 현재로는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당권을 잡고 있는 손학규 대표가 안 전 대표가 복귀하더라도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와 호남계 의원들은 손 대표에게 안 전 대표 복귀 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오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안 대표의 말을 들어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무조건 나간다는 얘긴 전혀 한 번도 한 일이 없고, 손학규는 새로운 정치, 제3의 길, 새로운 정치를 위해 할 수 있는 바탕을 깔고 그때 가서 필요하면 용퇴하고 나가겠다”라고 안 전 대표 복귀 전 사퇴론에 선을 그었다.

독자노선에 나서는 경우에도 현재 남은 안철수계만으로 독자세력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과제다. 지난 2014년 20대 총선에서도 안 전 대표는 당시 민주당 호남계와 손을 잡고 단기간 내 독자 세력화를 이뤄낸 바 있다. 이번 독자노선 구축에서도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대안신당 호남계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과 함께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왕년의 제3지대 국민의당 같은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도 없고 시간도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당과 신당창당, 그리고 결별, 다시 탈당과 신당 창당을 반복하며 그의 정치적 자산을 소진시켜나갔다”라며 “갈수록 사람이 붙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사람들이 떠나가는 정치인 신세가 된 안철수에게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힘은 없어 보인다”라고 혹평했다.

올해 21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야권발 정계개편에 불씨가 당겨졌다.

안 전 대표가 선택할 향후 행보에 대해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한 가운데, 그가 이끌 야권발 정계개편이 100일여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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