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임한솔 부대표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그동안 전두환씨를 둘러싸고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재산이 29만원 뿐이다’ 등 갖가지 의혹이 난무했다. 공공연하게 거짓으로 통하긴 했으나 전두환씨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일이 없다 보니 100% 확신은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전두환씨가 여전히 건재하고 호화로운 여생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강원 홍천의 모 골프장에서 목격된 전두환씨는 구순(九旬)을 앞두고도 캐디 도움 없이도 자신의 타수를 헷갈림 없이 계산하고 가까운 거리는 카트를 타지 않고 직접 걸어서 다닐 정도로 신체도, 정신도 정정했다.

다음 달 12일에는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한 고급 식당에서 포착됐다. 12·12 군사반란 주역들과 함께 1인당 20만원 상당의 코스요리를 즐겼고, 12·12 군사반란 40주년을 기념하는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전두환은 2시간가량 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심증을 확신으로 만들어 준 이 영상은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의 끈질긴 추적 끝에 탄생했다. 임 부대표는 서대문구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1년여간 전두환씨의 뒤를 쫓았고, 수차례의 시도 끝에 그간 전두환씨의 재산, 건강 등과 관련한 의혹의 진실을 밝혀냈다.

본지는 지난 12월 24일 서대문구의회에서 임 부대표를 만나 그간의 전두환 추적기에 대해 들어봤다.

임 부대표는 내내 5·18을 잊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 세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Q. ‘전두환 저격수’로 주목받고 있는데 소회를 밝힌다면.

많은 분들께서 칭찬도 해주고, 성과도 인정해주시고 있는데 이 상황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제가 전두환씨의 실상을 공개했을 때 이를 본 광주에 계신 5·18 유가족들이 다시금 분노가 치밀고 마음이 아플 것을 생각하니 이렇게 주목받고, 인정받는 게 기쁘기보단 씁쓸하다.

Q. 1년 가까이 전두환씨를 추적해왔다던데 계기가 있나.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제가 정의당에서는 처음으로 서대문구의원으로 당선됐다. 당선된 이후 31만 서대문구민을 잘 모시겠다고 약속했는데 문득 그중 한명은 그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전두환씨다. 잘 모실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단죄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전두환씨에 대해 여러 추적을 시도했다. 제일 처음 포착했던 게 지방세 체납 문제다. 이 문제를 공론화해 가택수색을 끌어냈고 이후 제보 등을 통해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골프장 라운딩, 12·12 오찬 회동 포착까지 쭉 이어졌다.

Q. 추적 방식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전두환씨에 대한 추적과 단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위나 방법을 세세하게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여러 제보를 많이 받고 있고, 그중에 신빙성 있는 제보를 골라 더욱 자세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서대문구의원으로서 주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으로  파악하는 정보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적절히 활용해 전두환씨의 행적과 동선을 파악 중이다.

지난해 11월 7일 강원도 홍천 소재 모 골프장에서 목격된 전두환씨 <사진 출처 =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 제공 영상 캡처>

Q. 그동안 수차례의 추적 시도가 있었다. 2019년 11월 7일 강원 홍천 라운딩 장면은 어떻게 포착하게 됐나.

전두환씨와 부인 이순자씨는 잘 알려진 골프 마니아다. 연희동 자택 지하에 연습실을 따로 만들어 놓을 정도로 골프를 좋아하고 즐긴다. 지방세 체납 문제로 가택 수사를 한 이후 관련 내용 제보가 들어왔다. 언론에서는 분명 전두환씨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세금 내기가 곤란하다고 했는데, 멀쩡하게 골프 치는 모습을 보곤 말이 안 된다 싶어 제보를 했다더라. 이후부터 전두환씨가 어느 골프장에 언제 가는지 특정하기 위해 여러 제보도 받고 직접 추적도 했다. 놓치기도 정말 많이 놓쳤다. 그런데 그동안 실패한 추적을 함께 놓고 보니 반복되는 패턴이 보였다. 이를 토대로 11월 7일에 강원도 홍천에 해당 골프장에 방문할 거라고 예측했다. 당일 새벽부터 대기하고 있었고 마침내 전두환씨 차량과 경호차량이 이동하는 걸 보고 그 모습을 포착하게 됐다.

Q. 폭력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는데, 당시 상황은 어땠나.

골프장 소유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라운딩을 하고 있었는데 골프채를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다. 육두문자를 사용하며 상당히 거친 욕을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저와 함께한 동료들이 폭행을 당했고 카메라도 훼손되는 등 물리적으로 상당히 격렬한 제지를 받았다. 전두환씨 본인도 큰 소리로 거칠게 반응했다.

Q. 전두환씨에게 5·18 학살 책임에 대한 질문을 거듭했다.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했는데.

전두환씨는 지난 40여년간 발포명령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인하고 한사코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날도 그 부분을 아주 강하게 부정하는 모습을 봤다. 4·19 혁명의 발포명령 당사자는 결국 책임을 지고 처형을 받았다. 그게 전두환씨에게 아주 강한 영향을 끼쳤다고 하더라. 그래서 발포명령 만큼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확고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Q. 미처 다 공개하지 못한 내용들도 있다고.

골프장 소유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전두환씨를 자신의 손님으로 모셨다고 하길래 이용료를 받았느냐고 물으니 답을 못했다. 재차 질문하자 아주 거친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이순자씨가 돈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함께 고성을 지르고 거친 욕을 내뱉었다. 가택수색을 집행했던 공무원들도 당시 이순자씨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하더라. 전두환·이순자씨 부부가 돈 문제에 굉장히 예민하다는 점이 확인돼 재산, 범죄수익 등을 가장 집중적으로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12일 강남 시내 한 고급 식당에서 12·12 군사반란 주역들과 오찬을 함께한 전두환씨 <사진 출처 =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 제공 영상 캡처>

Q. 12월 12일에 있던 오찬 회동은 어떻게 포착하게 됐나.

전두환씨가 보통 집 밖을 나와 식사를 하러 가는 장소는 대부분 연희동 자택 근처의 고급 음식점들이다. 그런데 다른 날도 아니고 12월 12일에 강남까지 가서 고급 음식점을 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느꼈다. 최소 1년 중 5월 18일, 12월 12일에는 아예 집 밖 출입을 자제하고 근신·자중하는 게 마땅하지 않나. 게다가 오찬에 12·12 군사반란 주역들이 동석하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을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판단해 공개하게 됐다.

Q. 12·12 군사반란 기념 오찬임을 확신한 이유가 있나. 오찬 자리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나.

룸 문이 닫혀있었기 때문에 세세한 대화 내용까지 파악하진 못했다. 다만 2시간 동안 서로 웃고 떠들고 건배사가 오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기념하고 축하할 일이 있는 파티로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단순 친목모임 정도가 아니라 12·12 40주년 기념 오찬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당사자들이 그런 자리를 갖는 게 어떤 의미인지 결코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Q. 이날 영상에선 전두환씨와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는데.

골프장에서는 골프채에 맞으면서도 웬만큼 제가 하고 싶은 대화를 많이 나눈 편이다. 오찬 장소에서는 식사 도중에 제가 들어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돼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2시간여를 기다렸다. 일행이 나올 때 가까이 접근해 대화를 시도했는데 입을 막더라. 골프채 폭행보다 더 강력했다. 그래서 준비했던 질문 하나도 채 끝내지 못하고 제지당했다. 그 사이 전두환씨는 경호팀 안내를 받아 빠져나갔다.

전두환씨 ⓒ뉴시스
전두환씨 ⓒ뉴시스

Q. 그동안 전두환씨는 알츠하이머 등 건강 악화를 주장하며 5·18 관련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건강 상태는 어때 보이던가.

전두환씨도 내년이면 90세(당시 89세)다. 꼭 알츠하이머가 아니더라도 90세 노인이면 기력도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두환씨는 건강한 70대로 봐도 무방할 만큼 동년배에 비해서도 훨씬 정정하고 기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해 골프를 치고, 2시간 넘게 술과 음식을 즐기며 모임을 주도할만한 체력인데 유독 재판만은 거동이 불편해서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전두환씨가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부를 여러 차례 속이고 기만한 것이다. 재판부는 사법체계를 농락하고 우롱한 전두환씨를 더 이상 용납하지 말고 즉각 강제구인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

Q. 재산이 29만원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거짓이다. 12·12 오찬 당시 전두환씨 개인 식비만 해도 최소 35만원이었다. 그날 먹은 코스요리가 20만원이고, 전두환씨가 메뉴판에 없는 불도장을 추가로 주문해 테이크아웃 해갔는데 그게 15만원이었다. 함께 마신 와인까지 포함하면 그날 한끼 점심으로 많게는 50만원 정도 지출하지 않았나 싶다. 점심값을 누가 냈는지 전두환씨와 식당 측 모두 함구하고 있다. 앞서 있던 골프장 이용료 지불 여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어쨌거나 만약 전두환씨가 골프장, 식사 모두 자비로 지출했다면 그럴 돈으로 추징금과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 가령 이 같은 호화생활을 조력하는 인물이 있다면 전두환씨가 계속해서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버티는 것에,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에 동조하는 것으로 공동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Q. 향후 임 부대표의 전두환 추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커졌다.

크게 두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모든 정황과 정보가 발포 명령 최고 책임자로 전두환씨를 가리키고 있는데 본인은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지 않나. 이를 최종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단서와 증거를 찾아 내 전두환씨가 5·18과 관련해 모든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또 아까도 언급했다시피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돈 문제에 가장 민감하다. 추징금과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데다가 재산을 은닉·분산시켜 차명화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이 부분의 진실을 파헤쳐 밝혀내는 것이 두 번째 과제다. 앞으로도 이 두가지를 집중적으로 추적해 나갈 생각이다.

Q. 그동안 정치권이 전두환씨 관련 의혹을 묵인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있다.

전두환씨 개인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망각과의 싸움도 하고 있다. 전두환씨에게 죄를 묻는 것, 아직 끝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과거 5·18에 대한 진상 규명과 처벌 등이 국민과 정치권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게 가장 두렵다. 5·18이 잊히지 않도록 환기하고 여론을 불러 모아 공론화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독려, 사회적 관심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가 해야 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5·18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5·18, 광주를 왜 기억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현대사 가운데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아픈 현대사 중 하나가 5·18이다. 그리고 전두환씨는 이에 가장 악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한명이다. 5·18 피해자나 유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정작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전두환씨는 한사코 책임을 부정하며 호화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이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역사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어렵다고 본다. 때문에 5·18을 단순히 역사 책에 기록된 과거 문제가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가 여전히 살아 숨쉬는 현재 문제로 여기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현 세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전두환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두환씨가 제 추적을 피하려면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 번째, 5·18 학살 책임을 이제라도 인정하고 두 번째, 진심으로 사죄와 반성하며 세 번째, 추징금이나 밀린 세금 등을 완납하면 그때는 제 얼굴을 더 이상 보지 않을 수 있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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