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난해 11월 예탁결제원 패소 판결
전임자에 구상권 미청구 등 봐주기 논란 지속
고영진 의원 “법적조치 않는 것은 직무유기”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예탁결제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재훈 전 사장 시절 자행된 부당인사 소송에서 또 패소해 추가 배상을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하지만 유 전 사장을 비롯한 당시 임원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책임을 묻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전임 사장에 대한 봐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부당인사 소송에서 원고인 A 전 전략기획본부장의 손을 들어주고 예탁결제원에게 배상 판결을 내렸다. 예탁결제원이 A 전 본부장에게 배상해야할 금액은 1억원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결제원의 인사전횡 문제는 이미 지난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예탁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직책자 강임(강등) 인사자료와 소송관련 현황’에 의하면 유 전 사장이 취임한 지난 2013년 11월 이후 총 4회에 걸쳐 본부장, 부장, 팀장급 37명이 이유 없이 강등됐다. 

강등된 직원들 중에는 부장-팀장-팀원 순으로 2회에 걸쳐 인사보복을 당했던 사례도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직원은 6개월마다 부산에서 서울, 서울에서 부산으로 전보조치 되는 등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부당한 강등처분을 당한 직원 중 1명이 소송에 나서면서 논란이 외부에 알려졌다. 해당 소송과 관련해 지난 2017년 10월 대법원은 예탁결제원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 미지급 임금차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예탁결제원은 나머지 34명 직원의 배상액도 소급해 총 3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최근 패소가 확정된 A 전 본부장과의 소송까지 더하면 예탁결제원이 유 전 사장 시절 인사전횡으로 배상하게 된 금액은 모두 4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고용진 의원은 예탁결제원이 전임 사장과 임원들에 대한 법적조치에 나서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사측의 강임행위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예탁결제원은 당시 법무법인 ‘지평’과 ‘김앤장’에 인사담당자들에 대한 징계 및 변상명령이 가능한지 의뢰했고, 변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아 청구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최근 법원 패소에 대해서도 절차상 하자가 있어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위법성은 없었기 때문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법무법인의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직책자 강임은) 정상적인 업무절차대로 처리했고 위법의 여지는 없었기 때문에 상법에 의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라며 “노동위원회에서도 회사 경영상 필요한 조치였다는 인정을 받았고 절차상 하자는 있다고 판단돼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구상권을 행사할 정도로 위법성이 있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A 전 본부장의 건에 대해서도 구상권을 행사할 대상은 아니라는 게 법무법인의 판단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 의원은 “책임이 있는 임원이 아니라 인사담당 직원에 관한 로펌의 의견을 임원들에게 적용하는 꼼수다”라며 “이사의 경우는 상법 상 과실의 크기에 상관없이, 법 위반 자체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고 꼬집은 바 있어 예탁결제원의 인사전횡 봐주기 논란은 최근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재점화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경제 관료 선후배로 얽힌 현 이병래 사장과 전임 유재훈 사장과의 관계가 예탁결제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사장은 32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무부 국제기구과‧자본시장과‧경제정책국,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을 두루 거친 관료다. 유 전 사장 역시 행시 26회 합격 이후 재무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을 역임한 전형적인 경제 관료다.  

현재 선임 절차에 들어간 예탁결제원 후임 사장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3일 사장 공모가 마감되고 5명의 후보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력한 차기 사장으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 이명호 수석전문위원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 역시 행시 33회 출신으로 금융위 자본시장과장, 행정인사과장, 주영국대사관 참사관, 자본시장조사 심의관, 구조개선정책관 등을 역임한 관료인 만큼, 전임자의 인사전횡 문제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는 노조 또한 관료 출신의 사장 임명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예탁결제원지부 제해문 위원장은 이른바 관피아 관행을 끊어내겠다며 사장 후보에 지원하기도 했다. 

예탁결제원지부는 7일 성명을 통해 “시중에서는 금융위원회 모피아 출신인 L모씨가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며 “대한민국의 오래된 ‘금융적폐’인 관치금융인사가 2020년에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형국이다”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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