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 노조의 공동 현장점검 요구 사실상 거부
수수료 체계 개편은 ‘업무압박’ 가능성 제기 돼

희망연대노조는 지난 8일 故김도빈(45) 씨의 추모문화제를 진행했다. 노조는 노동안전실태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등 LG헬로비전 설치기사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LG헬로비전이 하청업체 설치기사의 죽음 이후 노조를 통해 요구된 ‘노동안전실태 공동조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최근 개편한 협력업체 수수료 체계도 노동자들의 업무압박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노조는 10일 오전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최근 업무 중 사망한 하청업체 설치기사 故김도빈(45)씨의 노제를 엄수했다. 서부해운대고객센터 소속인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설치업무를 수행하던 중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노조는 김씨가 과중한 격무와 실적압박에 시달려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회사가 30분 간격으로 업무를 배정해 김씨가 하루 평균 14건의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는 것이다.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는 일정이라고 하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34분마다 1건씩 업무를 처리해야 했던 상황이다.

‘노동안전실태 공동조사’는 이 같은 배경에서 요구됐다. 희망연대노조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원청인 LG헬로비전이 노조와 함께 설치기사들의 업무환경 조사에 나서는 한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투데이신문> 취재 결과 LG헬로비전은 사실상 노조와 함께하는 업무환경 개선 작업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적으로 하청업체와 논의해 현장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LG헬로비전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자체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희망연대노조는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업무 간격, 직장 내 갑질을 비롯한 10여 가지 항목들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경우 고발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 LG헬로비전이 개편한 하청업체 수수료 지급 체계와 관련해서도 현장 설치기사들의 업무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조는 이미 하청업체들이 수수료와 임금 떼어먹기로 수익을 올리며 설치기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인센티브 비율이 늘어나면 이 같은 관행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LG헬로비전은 최근 사명을 개정하며 수수료 지급 체계를 변경했다. 노조와 사측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개편은 기본급에 해당하는 유지보수 수수료의 비율을 축소하고 인센티브 등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희망연대노조 최영열 조직국장은 “노조의 요구를 원청이 묵살했으니 저희 나름대로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고 현재 진행 중이다. 사측에서 직접 조사한다는 건 도둑질 한 사람에게 곳간을 지키라는 것과 똑같은 얘기다”라며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업무 간격, 직장 내 갑질 등 10여 가지 항목을 주도적으로 조사해 LG헬로 하청의 위법행위를 고발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청의 수수료 개편에 대해서는 “하청업체에서는 이윤을 남겨야 한다. 고정적으로 나오는 금액을 늘리고 성과주의 방식으로 수당을 만들어 놓으면 직원들을 더욱 쥐어짤 수밖에 없다”라며 “최근 이뤄진 수수료 개편으로 더 극심화 될 수 있다. 이미 LG헬로비전의 하청구조는 현장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구조다”라고 비판했다. 

또 “하청업체 사장들 사이에서도, 유지보수 수수료를 대폭 삭감하고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식은,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메우는 것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LG헬로비전은 현장 안전 점검은 협력사와 함께 자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점검 과정에 노조를 포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수수료 체계 개편은 업무 장려를 위한 것이지 성과 압박과는 무관하다고 답변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노동 환경에 대한 검토는 안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만큼 협력사와 검토해 점검을 추진해보려 하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에 있지만 머지않아 착수 될 것”이라며  “안전 점검을 노조와 함께 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를 세부적으로 보면 유지보수 수수료, 품질장려금, 성과장려금 등 여러 가지 항목이 있는데 유지보수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다른 항목이 늘어나 설치기사들이 받아가는 수수료 이율도 늘었다”라며 “지급 비용을 늘려 업무를 장려하기 위한 차원인 것이지 성과를 압박하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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