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년단체 ‘청년과미래’ 전영민 대표가 말하는 청년정치
청년문제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진통제만 처방하는 정치권
기성세대 중심의 시스템, 청년의 정치세력화는 점점 멀어져
길거리캐스팅 같은 인재영입 줄이고 정치 연습생 육성 필요

청년과미래 전영민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오는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다시 청년을 전면에 소환하고 있다. 저마다 청년인재 영입과 청년세대를 겨냥한 공약들을 제시하며 청년층에 손 내밀고 있는 것. 선거철을 앞두고 늘 벌어지는 정치권의 이 같은 행태는 ‘청년을 병풍처럼 들러리 세운다’ 등 이미 많은 비판이 제기돼 왔던 문제다.

국회사무처 소관 유일한 청년단체인 ‘청년과미래’의 전영민(28) 대표도 청년들이 정당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청년활동가로 나서게 됐다. 그가 ‘다양성, 참여, 소통, 실질적 변화’라는 키워드로 설명한 청년과미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입법을 통한 실질적 변화를 목표로 한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청년기본법에 포함된 ‘청년의날’ 제정을 제안해 현실화시키기도 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0일 전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청년정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러한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청년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청년들을 동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확한 진단 없이 청년들에게 진통제만을 처방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정치 이념의 양극화와 관련해 이념은 목적이 아닌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문제에서 기성세대처럼 서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라는 특징을 바탕으로 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서로 타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뉴시스
ⓒ뉴시스

청년에 스피커 맡긴 정치권, 극심한 이념 양극화에 악순환 반복

Q.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이 청년을 반짝 이슈로 소비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어떻게 평가하나

결국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청년을 활용한다고 생각한다. 젊음, 새로움, 신선함, 에너지 등 청년이 상징하는 이미지를 정당 이미지에 중첩시켜 청년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의 표까지 얻으려는 전략으로 본다. 이렇다보니 정치권이 청년세대에 대해 진정성이나 공감성이 떨어지게 된 거다. 지금까지 선거철을 봤을 때, 모든 정당들이 청년들이 원하는 걸 듣고,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기보단 ‘이걸 청년들이 좋아하겠지’라는 얕은 사고에서 공약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이러다보니 어느 정당이 승리하건 간에, 청년문제와 관련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도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각 정당들은 청년들을 위해 국회에서 어떤 노력을 할지를 청년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청년문제의 진단과 처방을 해야 하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청년들에게 진통제만을 처방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청년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청년들을 동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다.

Q. 최근 정치·이념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는 청년들의 정치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념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청년들의 정치참여는 더욱 감소할 거다. 자신의 목소리를 많이 내고, 또 반영될수록 정치 효능감이 올라가고, 이를 통해 정치참여가 늘어난다. 그러나 현재는 정당에서 청년들에 마이크를 주는 게 아니라 스피커 역할만 강요하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과 정치참여는 떨어지고, 정당은 청년들에게 스피커역할만 계속 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청년의 스피커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국사태가 터지고 ‘조국 수호’나 ‘조국 구속’이라는 구호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는 연락이 많았다. 그러나 조국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겠느냐는 질문은 전혀 없었다. 이처럼 정치권이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보단 자신들이 생각하는 길로 따라와 주길 바라는 행태가 안타까웠다. 이념은 사실상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념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가 돼야 한다. 청년들은 이념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성 정치권은 이념을 목적으로 삼다보니 최근과 같은 극심한 이념의 양극화가 벌어지는 것 같다.

Q. 청년들은 이념 문제에 휘둘리지 않을까

이념 문제로 그렇게 크게 갈리지 않을 거라 본다. 지금 20대가 생각하는 진보-보수와 50대가 생각하는 진보-보수는 전혀 다르다. 현재의 이념싸움은 50대가 생각하는 진보-보수의 싸움이다. 지난 청년과미래, 대학생국회 활동으로 미뤄볼 때, 20대는 국가운영의 방향에 대해 진보적인 생각과 보수적인 생각이 모두 있었다. 때문에 청년들의 진보-보수의 구별은 교집합이 많다고 느꼈다. 다양성이라는 청년들의 특징이 드러난 거다. 그러다보니 청년에게 진보-보수는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는 부분이 더 많아지고 확대되는 거다. 이념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그간 정당에서는 ‘우리는 이러니까 너희도 이렇게 생각해’라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청년들은 그렇지 않다. 진보적이라고 하지만 어떤 영역에서는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반대로 보수정당에서 활동하지만 어떤 분야에선 굉장히 진보적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기조가 아니라 타 정당의 의견에 공감하는 경우도 있다. 즉, 특정 분야, 영역별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봤을 때 전체적으로 이념에 상관없이 청년들끼리 공감대가 많았다. 그런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보니 다른 성향을 가진 청년들이 만나도 대화가 잘 됐던 거라 생각한다. 현재 국회를 보면 서로 다른 이념 간의 공감대가 전혀 없지 않나. 지금 청년세대는 공감대가 있으니까 서로 타협하고 방향을 찾는 일들이 많다.

청년과미래 전영민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특정 세대·계층의 정치카르텔 무너뜨려야

Q. 청년들의 정치세력화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문제는 시스템이다. 정당은 청년들을 동원의 대상으로만 보고, 마이크를 넘겨주지 않은 채 계속 스피커 역할만 시킨다. 그렇다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도 어렵다. 현 정당법이 너무 복잡하고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당이 탄생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정당이 탄생하더라도 기성세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정당에서 청년들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정당 민주화에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기존정당에서 벗어나 청년들만의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고 해도 정당법은 너무 복잡하고 자본도 많이 드는 시스템이다. 기존 정당법이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청년세대에게는 ‘너희들은 정치세력화를 할 자격이 없다’라고 시스템이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사회가 청년들의 정치세력화를 원한다면 선거법과 정당법부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Q. 국회 구성의 비례성에 대한 비판도 높다. 당사자 정치 측면에서 청년은 배제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가 제대로 민의를 반영하고 국민을 대의하기 위해선 국회가 대한민국의 ‘작은 운동장’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회는 특정 세대, 특정 계층에만 집중돼 있다. 이런 국회가 만들어진 원인은 특정 세대와 특정 계층이 정치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치 카르텔을 깨지 않는 이상 국회의 불비례성은 계속될 거다. 또 청년세대가 정치권에 들어가는 건 더더욱 어려워질 거다. 앞서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했지만, 그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결국 기존의 카르텔이다. 이들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양보하지 않는 이상 시스템은 변화하지 않고 계속 고착화될 거다. 이를 깨지 않으면 시대가 변하더라도 카르텔을 유지하는 사람만 바뀔 뿐, 카르텔 자체는 계속 공고해질 거라 본다. 결국 시스템적으로 청년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문제를 공감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국회에 많이 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이 카르텔을 깰 수 있다. 결국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공감할 수 있는 보통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Q. 2030 청년층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들은 자신이 제 삶의 주체이길 바란다. 청년세대들은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찾아 나선다. 워라밸, 페미니즘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배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년세대는 다양성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Q. 청년과미래, 대학생 국회 활동 등에서 나타난 청년들의 정책적 니즈는 어땠나

인권, 환경, 노동, 안전 등 자신의 삶의 질과 연관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현재 청년층의 사고가 ‘공동체중심’에서 ‘개인중심’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삶의 질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본다. 그들이 원하는 청년정책은 자신이 제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제 삶의 주체일 수 있는 정책이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삶의 질과 관련된 정책들로 연관되는 것 같다. 워라밸이나 페미니즘도 이런 가치관에서 탄생했다고 본다. 그 외에도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인권문제,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환경문제, 자신의 가치관을 찾기 위한 노동문제,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안전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물론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주변의 삶 주변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있었다.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 등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위한 정책들도 많았다.

Q. 보다 나은 청년정책을 위해 정치권은 이들의 니즈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진정성과 신뢰가 문제다. 진정성이 없다보니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청년세대와 정치인 간의 대화가 부족해진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치권이 청년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청년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또 정치권에서 청년들에게 다가가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 각 당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겠다며 많은 행사를 하지만, 그런 단편적이고 일률적인 행사로는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는데 한계가 있다.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정치권을 찾아오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문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 국회에 있어야 한다. 청년들이 자신의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고, 그들의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청년 국회의원들이 있어야 하는 거다. 이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정치권을 찾고, 그 목소리가 청년 의원들을 통해 제도권에 반영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

청년과미래 전영민 대표가 지난해 열린 ‘대학생 선거·정치참여캠프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년과미래 제공
청년과미래 전영민 대표가 지난해 열린 ‘대학생 선거·정치참여캠프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년과미래 제공

청년이 먼저 다가올 수 있는 정치 구조 구축해야

Q.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위해 정치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국정활동에 반영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당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청년 정치인이 아닌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보통 청년 국회의원과 청년 문제에 많은 고민을 가진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정책네트워크 같은 청년기구를 많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낮은 수준의 참여지만 많아지다 보면 점점 청년들의 목소리가 커질 거다. 이는 활발한 정당활동 참여로 이어지며 결국 청년들이 마이크를 뺏어오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Q. 청년 정치인 육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현재도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다. 그들에게 열심히 활동하면 성과가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눈앞에 보여줘야 한다. 열심히 정당 활동을 하면 그에 맞는 성과로 이어지는 정당 민주화가 구축돼야 한다. 또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 길을 알려줘야 한다. 청년들에게 여기 와서 강연 들어라, 행사 참여해라는 식의 지도 대신 인생의 선배이자 멘토로서 조언하고 이끌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이 외부인재영입을 많이 하고 있다. 이는 과거 길거리 캐스팅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길거리 캐스팅보단 자체적으로 키워 실력 위주의 아이돌이 나오는 것처럼 정치권에도 이 같은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아직까지 정당에선 인재영입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당민주화 등의 문화가 정착되면 현재 아이돌 소속사에서 연습생을 키우는 것처럼 정당에서도 예비정치인들을 육성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거라 본다.

Q. 앞으로의 행보는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이크가 너무나 부족하다. 앞으로도 청년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를 점진적으로 바꾸면서 청년들의 요구를 제도권에 전달하고, 현실을 바꿀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또 지난 9일에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청년과미래에서 2016년부터 준비해온 청년의날 법정기념일 지정이 실현됐다. 청년의날을 실질적으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념일로 안착시키고, 계속해서 청년들의 요구를 제도권에 전달하고 청년 이슈를 주도해나갈 방침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