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사생팬 만행에 골머리 앓는 연예계…팬심과 범죄 사이 위험한 줄타기
도 넘는 사생팬 만행에 골머리 앓는 연예계…팬심과 범죄 사이 위험한 줄타기
  • 전소영 기자
  • 승인 2020.01.1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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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상해·폭행 등 지나친 사생 행각 만연
속 끓는 연예계…소속사·스타 강경 대응 예고
스토킹 처벌법 등 강력 처벌 촉구 목소리 커져
“처벌만이 능사는 아냐…팬덤 문화 연구 앞서야”
지난 2016년 9월에 열린 젝스키스 단독 콘서트 ‘YELLOW NOTE’ ⓒ뉴시스
지난 2016년 9월에 열린 젝스키스 단독 콘서트 ‘YELLOW NOTE’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유명 연예인들이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가장 큰 원동력은 단연 그들에게 항상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팬(Fan)들이 아닐까 싶다. 무한한 팬심은 연예인들에게 큰 힘이 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처럼 지나친 관심은 때론 그들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연예계가 골머리를 앓는 대표적 고민거리 중 하나는 ‘사생팬’이다.

팬심을 가장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고 주거지 침입, 폭행, 상해, 스토킹 등 연예인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정도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사생팬들의 행동은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사생팬 관련 별도의 법적 처벌 근거가 없고, 관련법들은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에 비해 그 수준이 약해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동영상 <사진 출처 = WSJ 웹사이트 캡처>

사생 역사, 시작은 ‘서태지와 아이들’

일반적인 팬 활동은 팬클럽 가입이나 방송, 콘서트, 사인회 등 공식 행사 참여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이 큰 만큼 좀 더 가까이에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팬들은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기도 한다. 이들을 우리는 ‘사생팬’이라고 부른다.

사생팬은 연예인, 특히 아이돌을 사생활을 쫓아다니는 극성팬을 뜻한다. 학업이나 생업까지 뒷전으로 미룬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뒤를 따르는 사생팬도 적지 않다.

사생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에 따르면 지금의 사생팬과 같은 극성스러운 팬덤이 생겨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생겨난 집단임에도 연예인에 대한 자신들의 소비 행위가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자의식을 가진 상당히 모범적인 규율과 행태를 보이긴 팬덤이다.

소속사들은 이들을 통해 팬으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과 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그리고 힘 있는 팬덤에 대한 관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로써 연예인과 팬 사이에 소속사라는 관리 주체가 끼어들며 세 집단의 삼각 구도가 구축됐다.

팬덤 가운데는 소속사와 공생관계를 이뤄 대표 팬클럽 자리를 차지하거나 정보를 얻는 형태가 있다면, 이 같은 라인이 없거나 혹은 불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독자적으로 연예인에게 접근해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스킨십을 시도하게 됐다. 이것이 사생 시초라고 볼 수 있다.

김성수 평론가는 “(연예인과 팬덤 사이에서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된) 소속사가 팬들에게 허락된 영역, 허락된 영역을 나누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기만의 독자적인 스킨십을 원하는 팬들이 생겨나 허락된 영역의 장벽을 뛰어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되자 사생팬이 늘어나는 상황이 야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도를 넘어선 사생 행각

차고 넘치는 팬심으로 이해하기에는 그들의 행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15년 그룹 EXO(엑소)의 멤버 찬열은 SNS를 통해 중국 고속도로에서 사생팬이 탄 20여 대의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며 길을 막아대는 탓에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경험을 공개했다.

지난 2016년 아이돌 그룹 갓세븐 멤버 잭슨도 비슷한 이유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일본 스케줄 때문에 공항으로 이동하던 잭슨의 차량을 무리하게 쫓던 사생팬으로 인해 일어난 사고였다.

스토킹 피해도 적지 않다. 엑소는 사생팬의 침입을 막고자 멤버들이 교대로 화장실 보초를 서거나 화장실 입구를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동방신기는 숙소에 몰래 잠입한 사생팬이 물건이나 자신들이 자는 모습을 찍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근 그룹 트와이스 멤버 나연은 일본 스케줄 일정을 마친 후 귀국하던 도중 비행기에 동승한 해외 스토커가 접근을 시도해 논란이 일었다. 경찰관 동행 하에 수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언성을 높이는 등 문제 행동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예인들은 이 같은 사생팬에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는 지난해 12월 네이버 브이라이브 방송에서 사생팬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저희가 타는 비행기를 알고 앞자리나 옆자리에 앉으시는 분들이 있다. 사적인 공간에서 마음 놓고 편히 쉴 수 없어 불편했다”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무섭다”고 토로했다.

가수 지코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난전화, SNS 메시지 제발 그만해 달라. 매일 15통 이상 오는데 진심으로 스트레스 받는다”며 “제 음성이 듣고 싶으면 공연장을 찾아와 달라. 번호 바꾸는 것도 차단하는 것도 지친다”고 호소했다.

소속사들도 법적 대응도 서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와이스 나연의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는 “스토커 본인은 계속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반성 없이 문제 행동을 더욱 높은 수위로 반복하고 있다”며 “자사는 본 건에 대해 가장 높은 강도의 모든 법적 조치를 즉시 강구할 것임을 말씀 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그룹 아이즈원 소속사 오프더레코드 측도 공식 팬카페를 통해 사생팬들의 문제 행동을 지적하며 “아티스트는 안전에 위협과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공지 이후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카메라 압수 및 데이터 삭제 조치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기 파손, 분실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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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사생팬은 꽤 오래전부터 제기된 연예계 고질적 문제이지만 뚜렷한 처벌 방법은 없다. 사안에 따라 맞는 법에 접근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마저도 처벌 수준이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해 턱없이 미비한 상황이라 스토킹 처벌법, 사생팬 처벌법에 대한 요구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트와이스 나연 사례를 예로 해당 사생팬은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41호를 근거로 상대방 의사에 반해 계속해서 접근을 시도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반복해서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지속적 괴롭힘’으로 인정해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게 전부다.

집 주변을 서성였다고 할지라도 내부로 진입하진 않았기 때문에 경범죄보다 무거운 ‘주거침입’을 적용하긴 어렵다.

이처럼 현행법상 스토커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경범죄처벌 수준뿐이다. 15대 국회부터 스토킹 처벌을 보다 강화한 법률안이 발의돼 왔지만 폐기만 반복할 뿐 시행까지 옮겨지진 못했다.

2018년 5월에도 법무부가 스토킹 범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해당 법은 법제처 심사까지 완료됐지만 피해자보호를 위한 접근금지 등을 놓고 법무부, 경찰청, 여성 단체 등의 이견으로 사실상 20대 국회에서도 시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애당초 사생팬의 접근을 막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접근금지가처분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배우자나 가족은 다른 가족을 상대로, 민사집행법을 근거로 채권자와 채무자처럼 권리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수시로 연락해 채무자를 괴롭히는 채권자를 상대로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거침입, 강제추행, 절도, 개인정보보호 등 극단적 상항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범칙금 10만원 상당의 경범죄 처벌 수준에 그친다. 이는 노상 방뇨와 동일한 처벌 수준으로 중하게 처벌하는 스토킹 처벌법 통과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다른 국가의 스토킹 처벌은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스토킹에 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이 일찍이 마련돼 있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에서 모 여배우와 5명의 여성이 스토킹으로 인해 살해돼 1990년 최초로 스토킹금지법을 제정했다. 이후 1993년까지 각 주별로 스토킹 행위에 관한 법률을 입법했는데 대다수 초범은 징역 1년의 경죄로 본다. 보호명령 위반의 경우 많은 주에서 중죄로, 몇몇 주에서는 경죄로 처벌하고 있다.

독일은 2007년 3월 31일부터 ‘스토킹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제정·발효했는데 권한 없이 타인의 의사에 반해 접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또 스토킹 행위로 인해 피해자나 피해자 친족, 피해자와 친밀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사망 또는 중대한 건강침해 위험이 야기된 경우 3월 이상 년 이하 자유형에 처하며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자유형에 처한다.

영국에서는 ‘괴롭힘 방지법’을 근거로 처벌하는데, 법원에 판단에 따라 괴롭힘이나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했다고 판단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6월 이하의 징역, 폭력의 공포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일본은 스토커 행위에 대해 6월 이하의 징역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토킹 피해자 지원에 대한 규정도 별도로 두고 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관련법 수준은 눈에 띄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엑소(EXO)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사생 문제, 소속사가 나서야

김성수 평론가는 스토킹에 대한 처벌이 전반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김 평론가는 “사생팬이 이렇게 활개 하는 것은 한국만의 특수 상황이다. 스토킹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국가에서는 바로 체포될 일”이라며 “한국에서 이 같은 일이 만연하는 것은 스토킹 범죄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킹 범죄에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처벌을 전반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생팬 문제의 근원은 소속사에 있기에 그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속사는 돈 놓고 돈 먹기 방식의 운영만 하고 있지 팬덤 문화를 개선해나가기 위한 어떠한 고민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속사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상품인 연예인을 파트너로 여기고, 팬을 고객으로 여겨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며 “단기간 성과를 내기 위해 연예인을 무자비하게 소비하고 이 과정에서 팬덤의 과몰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처럼 팬들에게 상품만 팔아먹고 전혀 책임지지 않는 불공정 거래가 사생팬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사생팬 처벌보다는 팬덤 문화 연구를 통해 선순환할 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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