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배드파더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진출처 = ‘배드파더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 관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창열)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구씨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 대해 제보를 받아 그들의 실명,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이 포함된 정보를 배드파더스 운영자에게 전갈하고 공개토록 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 의견을 구해 지난해 5월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 했으나 법원은 이 사건의 성격이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다르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구씨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게 됐다.

전날 오전 11시 30분 시작된 재판은 13시간 넘게 진행됐다.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 측은 피고인 구씨의 행위가 공익적 활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사인(私人)이며, 개인정보 공개로 침해되는 사익이 과도해 비방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인인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은 공적 관심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운영자에 의해 신상공개 기준이 결정됐다”며 “공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양육비는 단순한 금전적 문제가 아닌 아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구씨는 자원봉사 과정에서 양육자나 제보자, 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어떤 대가도 받지 않았다”고 공익성을 강조했다.

또 양육비 부담 관련 법원 판결문 등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제보된 것만 선별해 게시했고, 양육비가 지급되면 즉시 삭제했으며, 모욕적 표현 없이 미지급 기본 정보만 나열해 개별 피해자의 명예훼손은 경미하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최후진술에서 “100만명에 이르는 양육비 피해아동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 측의 주장을 청취한 배심원 7명은 전원 무죄 평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공개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바가 없다”며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혼 가정이 증가하면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국가와 사회의 주요 관심 사안이 되고 있고 다양한 해결방안이 강구되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부모·자녀가 고통받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급을 촉구한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구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제보자 A씨에 대해서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구씨에게 양육비 미지급 부모 관련 내용을 제보한 뒤 자신의 SNS에 상대에 대한 욕설이 담긴 게시물을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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