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故 김용균씨 사진과 그의 어머니 ⓒ뉴시스
생전 故 김용균씨 사진과 그의 어머니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오늘부터 본격 시동을 거는 가운데, 노동계에서는 해당 법 개정의 발판이 된 고(故) 김용균씨가 했던 업무 외주화 등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16일 30여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안법, 이른바 ‘김용균법’이 전면 시행된다.

산안법 개정은 지난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에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씨가 운송설비 점검 작업 중 사망하며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위험의 외주화와 더불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그해 12월 27일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의 개정 산안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간담회를 통해 노사 등 이해관계자 협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 1월 15일 공포돼, 1년 후인 오늘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정 산안법의 주요 내용은 △법의 보호대상 확대 △사내도급 금지 및 승인 △원청 책임범위 및 처벌수준 강화 △사업주 처벌 수준 강화 △건설업의 산업재해 예방조치 △물질안전보건자료 비공개 심사 등이다.

산안법 보호대상 범위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배달종사자까지 넓히고, ‘근로자’를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변경했다.

유해·위험한 작업에 따른 위험을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인가 대상 작업이던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 제련·주입 등의 사내도급을 금지했다. 다만 일시·간헐적 작업이나 하청이 보유한 기술이 전문적이고 원청 사업 운영에 필수불가결할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장관 승인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또 원청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하는 장소 범위를 화재·폭발 등 22개 위험 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와 원청이 지배·관리 가능한 장소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확대했다.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에 다른 처벌 수준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다.

만일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어겨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 법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200시간 내 수강명령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같은 죄를 5년 이내 두 번 이상 저지를 경우 형의 1/2까지 가중토록 했다.

이 밖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한 건설공사 발주자로 하여금 공사 계획 단계에서 안전보건 대장을 작성하도록 하고, 기업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 명칭과 함유량 등을 비공개하고자 할 땐 노동부장관의 사전 심사를 받도록 정했다.

노동부는 위험만을 외주화한 산업현장의 관행이 변화함으로써 하청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결국 노동자를 포함한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이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산업현장 개선을 대폭 이루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김용균재단 등 40개 단체는 전날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 산안업을 규탄했다.

이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명목으로 한 산안법 개정안에는 구의역 김군도, 김용균도, 조선하청 노동자도 없었다”며 “산재사망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징역형 도입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도 빠졌다. 하위법령도 후퇴와 개악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개정 산안법과 하위 법령의 후퇴 및 개악, 자본의 산안법 무력화 공세가 몰아치는 가운데 정부는 산재 사고 감소했으며 이는 정부 대책의 성과라고 자화자찬 했다”며 “지난 수십년간 해마다 산재사망이 건수가 늘었다가 줄었다가 반복하는 동안 노동부는 원인분석도 하지 않고 반짝 대책, 땜질 대책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산재사고사망 절반감소를 이루겠다고 주창했던 2018년에는 200명이 넘게 늘었다”며 “노동부는 자화자찬에 앞서 산재사고사망 절반 감소 핵심방안으로 주창했던 개정 산안법의 현장 무력화 대책을 세우는 한편 후퇴와 개악을 반복한 산안법과 하위법령을 빠르게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안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노동계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개정 산안법이 향후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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