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가사노동은 여성만?’ 고정관념 강화하는 홈쇼핑·광고 속 성차별
[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가사노동은 여성만?’ 고정관념 강화하는 홈쇼핑·광고 속 성차별
  • 김태규 기자
  • 승인 2020.01.17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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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스위첸 광고영상 캡처
<사진출처 = 스위첸 광고영상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TV·온라인 광고와 홈쇼핑에서 가사노동·소비는 여성의 몫으로, 돈을 버는 역할은 남성의 몫으로 표현하는 등 성차별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YWCA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의뢰로 지난해 8월 24일부터 9월 24일까지 등록된 공중파, 케이블, 인터넷·극장·바이럴 등 국내 광고 482편을 모니터링 했습니다.

모니터링 결과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거나 여성성·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남성은 전문가로, 여성은 비전문가로 나타내는 등 ‘젠더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광고는 2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KCC건설의 아파트 광고 <스위첸 엄마의 빈방 편>에서 어머니는 딸의 방문 앞에서 청소를 하고 식사를 챙기는 등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또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 시리즈 광고 중 <스트레스 측정 편>은 업무 강도에 맞게 자신의 상태를 조절하도록 도움을 주는 기기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무직 남성을 등장시킨 반면 <마이 스타일 편>에서는 스타일링에 도움을 주는 기기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꾸밈노동을 하는 여성을 등장시켰습니다.

또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삼성페이 광고에서는 데이트 후 결제하는 상황에서 지갑을 두고 온 남성이 당황하자 계산을 기다리던 여성이 남성에게 받은 꽃을 내던진 뒤 계산을 하고 먼저 자리를 뜨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남성이 계단에서 울고 있는데, 이는 남성이 계산하지 못해서 둘의 관계가 끝났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사진출처 = 삼성페이 광고 캡처
<사진출처 = 삼성페이 광고 캡처>

서울YWCA는 “시리즈 광고에서 개별 광고의 출연자가 성별을 달리해 출연하면 각 기기의 특성이 성별의 특성으로 환원될 가능성이 높다”며 “남성에게는 능력, 여성에게는 외모가 중요한 가치라는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광고 출연자 성별 비율은 여성 44%, 남성 56%로 남성이 더 많이 등장했습니다. 정보통신·자동차·정유 분야에서는 남성 출연자가 많았으며, 화장품·아파트·건설 분야에서는 여성 출연자가 많았습니다.

광고의 주요 등장인물은 여성의 경우 상품을 사용하는 역할, 남성은 상품을 설명하는 역할로 나타났습니다. 제품에 확신을 갖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남성에게 더 많이 부여되고 있었으며, 남성은 소득을 담당하고, 여성은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성차별적 재현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주요 홈쇼핑 7개 채널을 모니터링(지난해 10월 23일~31일) 결과에서도 여성 출연자는 요리·청소 등 가사노동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남성 출연자는 음식의 맛을 평가하거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모습으로 연출됐습니다.

유튜브 광고의 경우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게임 광고에서는 게임과 관계없이 여성 캐릭터의 신체 노출을 강조한 영상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등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성적 대상화 한 이미지·영상이 많았습니다.

서울YWCA는 “여전히 많은 광고 속에서 여성은 육아와 가사를 담당하고 남성에게 뭔가를 사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으로, 남성은 기술에 관심이 많고 돈을 벌어오는 사람으로 그려져 이분법적인 젠더 재현이 반복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유튜브 광고는 TV 광고에 비해 성차별적인 내용이 훨씬 노골적이고 직접적”이라며 “특히 게임광고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광고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광고에 나타나는 여성의 모습은 여전히 가사노동에 갇혀 있거나 성적 대상화 돼 있습니다. 이 같은 광고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광고에 나타나는 성별 역할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안다르 홈페이지 광고영상 캡처>
<사진출처 = 안다르 홈페이지 광고영상 캡처>

이 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펨버타이징(femvertising)’ 광고가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펨버타이징이란 feminism과 advertising의 합성어로, 페미니즘·성평등을 광고에 반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운동복·일상복 쇼핑몰 안다르는 지난해 시니어 모델, 플러스 사이즈 모델 등이 출연하는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나이, 체형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즐기며 스스로를 긍정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죠.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도 같은 해 ‘2019 우먼스 저스트 두 잇(Women's just do it)’ 캠페인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당당히 나아가는 여성들을 지지하고, 여성들이 주체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라는 제목의 캠페인 영상에는 대중의 시선에 매이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한 가수 앰버, 끊임없는 도전으로 한계를 확장하고 있는 코미디언 박나래 등이 모델로 등장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시선 때문에 한정적 역할에만 갇혀 있던 여성들을 주체적인 모습으로 그려낸 광고는 대표적인 펨버타이징 광고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서울YWCA의 모니터링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아직 한국 광고계는 성차별적 연출이 많지만, 성인지적 관점 광고의 필요성은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 온 만큼, 업계에서도 광고 속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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