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발차’ 혁통위, 보수 통합 논의 두고 잡음 계속
1대1 협의체 제안한 새보수당, 불편함 드러낸 혁통위
통합 논의 걸림돌도 여전…계속 되는 양당 내 잡음
‘중도보수냐 우리공화당까지냐’ 통합범위 이견도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통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통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보수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혁통위)가 첫발을 내디뎠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출범 당시부터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의 입장차로 난항을 겪으며 개문발차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혁통위가 가동을 시작했지만, 새보수당이 자유한국당에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아울러 보수통합의 범위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간의 이견이 계속되며 혁통위 출범으로 논의에 물꼬를 텄던 보수통합은 다시 안개 속으로 향하는 형국이다.

잡음 이어지는 혁통위

앞서 9일 중도보수대통합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는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참여하는 통합추진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과 새보수당 정병국 의원이 자리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정치플랫폼 ‘자유와공화’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동아대 박형준 교수를 의장으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보수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보수재건 3원칙에 대한 공개 수용에 대한 새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차로 난항을 겪다가 어렵게 문을 연 혁통위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15일 새보수당이 자유한국당에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혁통위와 새보수당은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하태경 책임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단체 중심으로 이뤄진 통추위는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임의기구이기 때문에 보수재건과 혁신통합을 향한 효율적이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위해선 양당간 대화기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아울러 양당 간 통합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한 자유한국당 측의 신속한 응답을 촉구하면서 양자 대화에 계속 소극적일 경우 반통합세력으로 규정하겠다고 압박했다.

이 같은 새보수당의 당 대 당 통합추진기구 제안에 대해 박형준 위원장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여러 위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자유한국당 대표인 김상훈 의원도 문제제기를 했다”며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혁통위를 약화시킬 수 있는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며, 하 책임대표에게 당 대 당 통합에 대해 혁통위와 협의 없이 하면, 혁통위 활동에 혼선을 빚을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보수당은 박 위원장이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지상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혁통위의 중립적 의무를 지닌 위원장으로서 새로운보수당의 정치행위에 대해 왜 가타부타하는가”라며 “박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대변인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간의 통합 논의는 정당차원의 정치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혁통위에 계속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야겠다”라고 날을 세웠다.

결국 17일 열린 혁통위 4번째 회의에 새보수당은 불참했다. 박 위원장은 새보수당 의원들의 불참과 관련해 “하태경 책임대표도 조금 전에 와서 새보수당이 참여 안하려고 불참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주셨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하 대표는 이날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해 당 대 당 협의체 구성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하며 거듭 중대결단을 언급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당내 잡음도 여전

혁통위를 둘러싼 잡음과 함께 보수통합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측의 당내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도 보수통합의 걸림돌 중 하나다.

자유한국당은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다. 김진태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통합하려면 범보수가 전부 통합해야지, 왜 우리공화당만 미리 빼놓고 이렇게 할 수가 있느냐”라며 “지금 보수통합이 유승민 꽃가마 태워 모셔다가 어떻게 하려는 식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공화당 쪽에서 거부반응이 나오는 거다. 이래서 제대로 된 보수통합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선교 의원도 15일 “애초부터 두 집단의 물리적 화합을 뛰어넘는 화학적 통합은 불가한 일이었다”며 “말하기 좋아서 탄핵의 강을 건너고 새집을 짓자고 하지만 보수대통합에는 지난 3년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무효를 외치던 보수 지지자들도 함께해야 완성이 되는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탄핵반대 세력을 껴안지 않고 그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지 않는다면 유 대표가 말하는 보수 모두가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자신의 탄핵 논리만이 옳고 탄핵을 반대한 집단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한다면 따로 가는 것이 맞다”라고 했다.

새보수당 내에서도 보수재건을 외치며 창당한지 얼마 안 돼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통합 논의로 향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은 13일 SNS를 통해 “이 진행상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창당한지 일주일이 갓 지났는데, 이런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느냐”라며 “새보수당을 지지하겠다고 지금까지 어려운 길을 같이 온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아무 변화도 담보되지 않는 길에 왜 가겠느냐”라고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음날에도 “시너지를 내는 통합-연대가 아닌 이상 실리적으로도 할 이유가 없다”며 “헌신하지 않으면 공천싸움이 나서 도장보다 더한 것을 들고 튈 것이고, 혁신하지 않으면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지 못할 거라고 본다”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통합의 범위도 이견

보수통합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느냐도 통합세력 간 이견을 보이는 문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중도보수는 물론, 우리공화당까지 포괄하는 이른바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황 대표는 13일 KBS <뉴스 9>에 출연해 “서로 시간을 두고 더 논의를 해야 될 정치 세력도 있고 또 바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단계적이고 또 전략적으로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며 “(우리공화당 측과) 대화의 끈을 끊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지금은 우리 마음에 있는 분노를 좀 내려놓고 우리 헌법가치를 같이 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시장경제를 지켜온 이 모든 자유우파 정치세력들이 다 하나로 뭉치자. 그게 통합”이라며 “시시비비하고 내부 총질할 게 아니라 헌법가치를 같이하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법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우파 세력들이 다 통합해야 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새보수당은 보수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보수재건 3원칙 가운데 ‘탄핵의 강을 건너자’에 반발하고 있는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에 선을 긋고 있다.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15일 당대표단-주요당직자 확대연석회의에서는 “상식적으로 지금 국민들의 눈에 우리공화당까지 통합하는 통합이 정말 탄핵의 강을 건너고, 탄핵을 극복하는 통합이 되겠느냐”라며 “자유한국당이 정말 개혁보수의 길로 나왔다, 진정한 변화와 개혁의 길로 나왔다고 누가 그렇게 생각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중심으로 통합하고, 거기에 우리의 숫자 몇개 갖다 붙이는 통합을 국민들이 정말 새 집을 지었다고 생각하겠는가”라며 “이번 총선에서 진정한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 전체가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신환 공동대표도 “보수 재건의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아무나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수통합이 정치 공학적 묻지마 통합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견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쇄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으로부터 통합의 대상이냐 아니냐를 두고 이견이 갈리고 있는 우리공화당은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홍문종 공동대표는 14일 최고위에서 “탄핵을 묻고 가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탄핵을 묻고 가자는 사람들을 묻고 가야된다. 대한민국 역사에 반하고 보수 우파의 애국 국민들을 우롱하는 말도 안 되는 통합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참여를 거부했다”며 “지금 혁통위는 결국 공청권 나눠먹기”라고 비판했다.

조원진 공동대표도 “우파국민들은 유승민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통합논의가 과연 잘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다”라며 “탄핵의 강을 건널 것이 아니라 탄핵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우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승민에게 면죄부를 주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유승민을 비롯한 이러한 통합구도에 우리공화당이 참여하지 않는 것은 우파국민의 뜻”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보수통합 논의를 위해 혁통위가 출범했지만, 각 세력의 이견 차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도보수와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대통합을 언급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보수재건 3원칙, 특히 ‘탄핵의 강을 건너자’를 강조하며 선을 긋고 있는 새보수당은 통합의 범위를 두고서도 여전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공화당 역시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 논의에 대해 날을 세우며 맞서는 등 보수통합을 둘러싼 보수야권의 셈법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보수당이 자유한국당을 향해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어렵사리 문을 연 혁통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보수통합 논의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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