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28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지난 2018년 6월 28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법원이 세월호 참사에 세모그룹 고(故) 유병언 회장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참사 수습 과정에서 국가가 지출한 비용의 70%를 상속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17일 정부가 유 회장 일가 등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 및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 회장의 차남 유혁기씨에게 약 557억원, 장녀 유섬나씨에게 약 571억원, 차녀 유상나씨에게 약 572억원 등 지연손해금을 포함해 총 170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회생절차에 있는 GHI에 대한 구상금 청구는 각하,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와 유 전 회장의 측근인 문진미디어 김필배 전 대표, 청해진해운의 지주사 아이원홀딩스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세월호 참사 원인제공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세월호피해지원법 제42조 제2항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유 전 회장의 자녀 등을 상대로 421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제공자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봤다. 유 전 회장이 지분구조를 통해 청해진해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월호의 도입과 증·개축을 승인한 점을 근거로 세월호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유 전 회장의 책임범위에서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운영, 공무원 수당, 추모사업 관련 비용을 제외하고 수색·구조를 위한 유류비, 조명탄비, 인건비, 피해자 배상금, 장례비, 치료비 등에 대한 책임만을 인정해 정부가 청구한 4213억원보다 적은 3723억원에 대해서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원인제공자에게 관련 비용 전부를 구상토록 할 경우 헌법과 법률이 국가에 부여한 국민 생명 보호 의무 등을 모두 전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인정된 3723억원 중 70%인 2606억원을 유 전 회장의 책임으로 정했다. 나머지 30% 중 25%를 국가의 책임, 5%는 화물고박 업무를 담당한 회사의 책임으로 판단했다.

유 전 회장의 책임으로 인정된 2606억원에 대해서는 유 전 회장의 상속인인 유섬나·유상나·유혁기씨 남매가 3분의 1씩 부담하라고 밝혔다. 이 중 선주배상책임공제계약 등에 따라 공제된 부분을 제외해 실제 이들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700억원으로 결론지었다.

정부는 유대균씨에 대해서도 구상금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상속포기 신고는 유효하고, 상속포기도 적법했기에 책임이 상속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법원이 책임자들에 대한 정부의 구상권을 인정한 최초 사례다.

앞서 정부는 유대균씨에 대해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대주주로서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1800억원대 구상금을 청구했으나 1심·2심·대법원 모두 “실제 경영에 관여해 업무집행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한편 정부가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