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9세, 서울아산병원 빈소
영결식은 22일 롯데콘서트홀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롯데그룹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롯데그룹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향년 99세 일기로 19일 별세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노환으로 입원 중이던 신 명예회장은 지난 18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으며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19일 오후 4시 29분쯤 영면에 들었다.

신 명예회장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일본 출장 중이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급히 귀국해 고인 곁을 지켰다.

장례는 그룹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명예장례위원장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맡는다. 장례위원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맡을 예정이다.

장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4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2일 오전 6시, 영결식은 같은 날 오전 7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921년(주민등록상으로는 1922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의 첫째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신 명예회장의 장녀는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장남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 홀딩스 부회장, 차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막내딸로는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을 두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동생은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 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 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다.

ⓒ롯데그룹
1965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신 명예회장의 모습ⓒ롯데그룹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국내 재계 창업 1세대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신 명예회장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 유학 중 소규모 식품업으로 출발해 한·일 양국에 걸쳐 식품과 유통, 관광, 석유화학 분야의 대기업을 일궈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일본으로 넘어간 신 명예회장은 일본인 투자자 출자로 1944년 커팅 오일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며 기업 경영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후 2차 대전 때 공장이 전소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다시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 뒤 껌 사업에 뛰어들었고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의 법인사업체 ‘롯데’를 1948년에 설립했다.

기업명 ‘롯데’는 신 명예회장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유명하다.

신 명예회장은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면서 1967년 모국인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1970년대 들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현 롯데푸드),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해 국내 유통·관광 산업에 진출했다. 또 호남석유화확(현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등 국가 기간산업에도 진출하며 지금의 롯데그룹의 토대를 만들었다.

1980년대들어 신 명예회장은 관광보국의 꿈을 가지고 롯데월드타워를 계획했다. 1982년 제2롯데월드사업 추진을 위해 롯데물산을 설립, 2017년에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를 오픈하며 30년 숙원사업을 이뤄냈다.

고인은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롯데그룹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개점 기념식에 참석한 신격호 명예회장 내외와 신동빈회장ⓒ롯데그룹

신 명예회장은 1998년에 호텔롯데 대표이사 회장과 롯데쇼핑 대표이사 회장, 2009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2011년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롯데그룹을 자산 100조원의 한국 재계 순위 5위까지 성장시켰다.

하지만 2015년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원에 나섰던 신 명예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국내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퇴임했다.

경영권 갈등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드러나고 법원으로부터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을 지정받기도 했다.

또 신 명예회장은 경영비리 혐의로 2017년 12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90대 고령에 수감 위기에 처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이후 건강이 악화된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탈수 증상으로 입원해 보름가량 병원에 입원했었고, 12월에는 영양공급과 관련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