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도록 유지되고 있는 등록금 동결·인하
재정난 호소하는 대학들…교육부에 인상 피력
반값 등록금 정책에도 학생들 등록금 부담 여전
당국 “고등교육재정 확충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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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대학생 혹은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한숨이 연신 터져 나올 ‘등록금 납부일’이 다가오고 있다. 한 학기 수백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은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은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근에는 등록금 대출 시스템이 잘 돼있다곤 하지만 결국 빚을 지는 셈이고, 정부가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자 도입한 국가장학금은 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 와중에 지난해 전국의 사립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정부가 법정 인상 한도를 정해 사실상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되고 있는 데 반발하며, 2020년부터는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재정이 점점 말라붙고 있다는 대학과 고액의 등록금에 허덕이는 학생간의 갈등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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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

고등교육법 제11조 제7항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최근 3년 물가 상승률 △2017년 1.9% △2018년 1.5% △2019년 0.4%를 반영해 2020년 등록금 인상률은 1.95%로 제한하라고 고시했다. 전년 2.25% 대비 0.30%p 감소했다.

인상률이 어떻든 대학 측은 사실상 등록금 동결·인하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07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 과정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해 사실상 등록금 동결이 강요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2008년에는 소득수준을 고려해 정부에서 장학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됐는데 대학이 자체 기준으로 선발하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요건에 ‘등록금 동결·인하’ 조건을 걸어 사실상 대학 등록금 인상을 제지해왔다.

때문에 대학들은 쉽사리 등록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입장이 됐고 지난 10여년간 사실상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재정 어려움이 계속되자 대학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고 지난해 교육부 인상률 발표 이후 전국 4년제 153개 사립대 총장들이 소속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2020년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2010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구센터에서 발간한 ‘통계로 본 한국과 세계교육’에 따르면 4년제 일반 사립대학의 수입구조는 2009년 등록금 수입이 65.4%로 가장 많은 비중을 보였다. 기타 수입을 제외하고 △전입금수입 8.2% △기부금 3.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사립대학은 학생들인 내는 등록금 의존률이 상당히 높은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립대학의 경우 국고보조금이 53.8%, 기성회비 22.8%, 발전기금 3.6%의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다.

국외 사례의 경우, 2010~2011년 미국 4년제 대학 수입구조는 주립대학 △등록금 18.9% △정부지원금 42.1% △병원수입 11.8%를 차지했다. 사립대학은 △등록금 33.3% △정부지원금 14.9% △기부금 10.7% △투자수익 16.9% 비중을 보였다.

미국도 사립대학은 수입구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정부지원금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수입원이 다양해 어느 한쪽이 부족해도 재정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한국의 사립대학은 국가장학금제도 도입을 감안하더라도 수익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때문에 사립대학들은 재정 사정에 따라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인상 시 정부로부터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동결·인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있는 셈이다.

사총협은 지난해 11월 15일에 열린 정기총회에서 “10여년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 재정은 황폐해지고 교육 환경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몰렸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한 교육 시설 확충 및 우수 교원 확보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학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도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한국 대학교육 내실화와 경쟁력을 제하고자 2020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총협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물가는 2~3%씩 꾸준히 올랐다. 10년만 계산해도 20~30%다. 그동안 등록금을 동결해왔던 대학의 재정은 물가상승분 만큼 감소된 효과가 있다”며 “줄일 것 줄여가며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상황이 안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 악화로 기존에 있던 유능한 교수들을 놓치게 되고, 또 최근 학문을 공부한 유명한 교수도 새롭게 영입해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 여건이나 시설도 매우 열악해진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고등교육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재정 악화에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재정 지원은 없고, 등록금 인상은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학교가 세운 발전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해야 될 역할을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학생과 대학이 갈등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등록금 정책 9년 규탄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등록금 정책 9년 규탄 기자회견 ⓒ뉴시스

고액 등록금, 학생들 부담 여전

대학은 동결·인하 정책으로 자신들이 보는 피해가 막대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생들은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끼며 매 학기 목돈 마련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한국장학재단 및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이 발생한 대출자 중 상환기준소득 이하인 대출자 현황은 2014년 72%에서 2018년 57.3%으로 점점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 이상의 대출자가 취업을 하고도 소득이 적어 학자금 대출을 갚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 33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여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사립대학들을 규탄하는 한편 정치권과 정부·대학 당국에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전대넷은 “지난해 학자금 대출 금액이 1조8000억원에 달하며 대출받은 학생도 63만명이다. 만 19세부터 29세 청년들이 빚을 지는 이유 중 72%가 학자금 때문이다”라며 “또 지난해 3개 대학 2314명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67.5%가 고지서상 등록금 인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사총협이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보고 매우 충격받았다. 생계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들의 현실은 철저하게 외면한 발언”이라며 “외국인 학생 등록금의 경우 몇년째 인상되고 있는데 (10여년간 동결에 따른 재정난으로 인해)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주장은 면피성 꼼수”라고 비판했다.

전대넷은 학생과 학교 측 위원들이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와 관련해 위원이 아닌 학생은 참여가 불가능하고 관련 자료 반출도 어려워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국가장학금을 확충해 고지서상 등록금도 반값으로 줄이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그동안 정부가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등록금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등록금 동결 정책은 계속해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국은 등록금 완화를 위해 고등교육재정 확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자체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해왔으며 앞으로도 대학과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한다.

정부는 등록금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고 얘기하지만 대학과 학생·학부모들의 원성은 10여년째 여전하다. 현행 대책 만으로는 등록금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부는 대학의 재정 부담과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줄고 교육의 질은 향상될 수 있도록 보다 실효성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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