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융권 낙하산 논란…되풀이 되는 ‘관치금융’ 그림자
잇단 금융권 낙하산 논란…되풀이 되는 ‘관치금융’ 그림자
  • 박주환 기자
  • 승인 2020.01.21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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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18일째, 금융권 최장기
산은, 은행장부터 임추위까지 친정권 인사 논란
사장 선임 앞둔 예결원, 기업은행 전철 밟을까
靑 ‘열린마음’ 당부에도 노동계 반발 거세질 듯 
ⓒ뉴시스
기업은행 윤종원(오른쪽) 은행장이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노조에 가로막혀 18일째 본점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낙하산 인사 청산을 슬로건처럼 내걸었던 현 정권에서도 관피아 관행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윤종원 은행장은 노조의 저지로 십수일째 출근을 저지당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을 비롯해 금융결제원이 출자한 서울외국환중개, 한국자금중개가 관피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정부의 인사권을 강조하며 정당한 절차를 거친 인사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지만, 각 노조들의 반발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며 관치금융이 청산돼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관치금융 논란에 기름 부은 기업은행장 선임

최근 가장 강력하게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정부의 윤종원 은행장 선임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퇴임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던 윤 은행장의 책임이 큰 만큼, 기업은행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 은행장의 임기 첫날 출근은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노조는 ▲관료 배제 ▲절차 투명성 ▲기업은행 전문성 등의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이날 윤 행장의 취임식 역시 외부행사 참석 일정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었다. 

윤 은행장의 출근 무산은 18일째를 이어가며 금융권 최장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관리하고 있지만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해 사실상 경영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기업은행은 일반적으로 매년 1월경 전국영업장 회의를 열고 경영전략을 공유해왔지만 정기인사가 늦어지면서 2월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이밖에도 기업은행 일선에서는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의 낙하산 논란은 IBK투자증권에게로까지 불똥이 튀는 분위기다. IBK투자증권 사장 선임은 지분 83.9%를 보유한 기업은행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김영규 대표의 임기가 이미 한 달 전에 끝났음에도, 현재 윤 은행장의 출근이 저지당하며 인선이 미뤄지고 있다. 

더욱이 차기 IBK투자증권 사장의 물망에 오른 인물들도 친정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어 금융권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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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이동걸 은행장 ⓒ뉴시스

산업은행도 피할 수 없던 보은인사 논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낙사한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먼저 산업은행 이동걸 은행장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비상경제대책단으로 활동했고 이전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이 은행장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보은인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이 은행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 은행장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본인은 스스로 낙하산이 아니라고 보는가”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이 은행장은 정공법으로 낙하산 논란을 풀어낸 케이스다. 그는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공개토론회를 요구했고 두 시간 가량 이어진 대화 끝에 취임 찬성 의견을 이끌어 냈다. 국정감사에서도 문재인 정부와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을 뿐 낙하산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낙하산 논란은 이 은행장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비상임이사와 감사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이 친정부 인사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임추위 위원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은 현 정권과 긴밀한 인연을 맺은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른 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자회사 운영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취득한 출자회사의 관리 효율성을 위해 설립된 KDB인베스트먼트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의구심을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KDB인베스트먼트가 인정구성에 있어 산업은행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임직원의 자리 보전을 위한 자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바 있다. 

ⓒ한국예탁결제원노조
ⓒ한국예탁결제원노조

제2의 기업은행 사태 우려되는 예탁결제원

예탁결제원은 제2의 기업은행으로 불릴 만큼 관치금융 인사 저지를 위한 노조의 반대가 격렬한 곳이다. 노조는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현재, 사실상 내정자가 결정됐다며 관피아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예탁결제원의 사장 선임은 공모를 통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20일 공고모집 공고가 이뤄졌으며 올해 1월 3일 원서가 마감됐다. 업계에 따르면 공모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명호 수석전문위원, 금융정보분석원 김근익 원장, 금융감독원 유광열 수석부원장, 예탁결제원 제해문 노조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낙하산 후보로 지목된 내정자는 이명호 수석전문위원이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행정고시 33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행정인사과장 등을 역이한 전형적인 관료 인사다. 노조는 공모절차가 진행되기 전부터 금융위원회 출신 관료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파다했다며 관피아‧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엄연히 임원추천위원회라는 별도의 중립적인 공식기구를 구성했음에도 공개모집 절차라는 명시적인 규정을 형해화 하고 큐 사인에 따라 특정 관료 출신을 낙하산으로 내리꽂는 상황이 돼 임추위는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말았다”라며 “더군다나 사장후보로 내정된 특정인에 대한 부정적 평판도 제기되고 있어 후보 자질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있었는지도 심히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노조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업계에서는 최근 이사회에서 이 수석전문위원의 선임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임 예탁결제원 사장은 오는 29일 임시주주통회 의결과 금융위 승인을 거쳐 2월께부터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와의 적지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이밖에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의 재취업 관행도 관피아 논란을 낳고 있다. 두 기관은 공적감사 대상은 아니지만 금융결제원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경제계 관료 및 한국은행 고위 인사들의 낙하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외국환중재의 경우 2000년 설립 이후 초대사장부터 현 전승철 사장까지 모두 한국은행 출신으로 선임됐을 정도다. 한국자금중개 역시 노조로부터 관피아를 청산하라는 요구를 받아왔지만 결국 이승철 전 기재부 차관보가 지난해 12월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 창구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관치금융 논란 갈등 고조될 듯

하지만 정부는 외부에서 지적하는 낙하산 논란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장에게 제기된 인사 적절성 문제에 대해 “과거에는 민간 금융기관이나 민간 은행장들까지 인사에 정부가 사실상 개입을 했었다. 그래서 관치금융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라며 “기업은행은 정부가 주장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기관이다. 인사권이 정부에게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자격에 미달하는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이 분은 경제와 금융 분야에 종사해오셨고 우리 정부 때 경제수석을 했고 IMF 상임이사까지 역임한,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되는 바가 없는 분이다”라며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노조 분들도 다음 해에는 내부에서 발탁될 기회가 있기에, 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의 발전의 관점에서 인사를 보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공공금융기관 관계자들도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법률에 의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천이 이뤄지면 임명권자가 이뤄지는 구조다. 정해진 실무 절차에 따라 진행이 된다”라며 “금융위에서 임명한 기관장을 대상으로 (관치금융이) 정권에 관계없이 계속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결과를 가지고 추측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노조의 반발 강도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관피아 청산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대정부 압박이 예상된다. 

실제 금융산업노조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함께한 성명을 통해 과거 관치금융을 강하게 비판하던 정부 및 여권 인사들이 현 사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함께하기도 했다. 

이들은 “6년 전, 박근혜 정부가 기업은행장으로 기획재정부 출신을 내정하자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공동성명을 내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과 같은 것’이라고 맞섰다”라며 “당시 비분강개하던 열혈 의원들은 현재 청와대와 여당, 국회의 핵심인사가 됐다. 그런데도 6년 전과 똑같은 현 사태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다. 2013년에는 독약이었던 관치금융이 2019년에는 보약이라도 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힐난했다. 

지난달 24일 선임된 금융노조 박홍배 신임 위원장 역시 “금융노조 새 집행부의 첫 사명은 기업은행의 낙하산 행장 저지”라며 “청와대가 금융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다면 총선에서 후회할게 될 것”이라고 엄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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