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기자는 지난해 추석 명절 귀경길에 참치 선물세트를 구입했다. 낱개로 사는 것보다 더 비싸다는 것을 알지만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 씁쓸한 마음으로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명절 선물세트들은 각각의 제품을 낱개로 구매하는 것보다 비싼 것이 현실이다. 선물세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CJ제일제당의 스팸 시리즈만 해도 그렇다. ‘스팸 3호’ 선물세트는 CJ더마켓에서 6만18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세트와 동일한 상품을 낱개로 구매 시 가격은 2만9200원까지 떨어진다.  

동원이나 대상 등 주요 식품회사들이 내놓은 선물세트 상품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동원 ‘스페셜 36호’ 선물세트는 자사 몰에서 4만69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낱개 구매 시 약 3만8280원으로 4만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대상 ‘스페셜 1호’ 제품도 낱개로 일일이 구매할 시 4만7980원이지만 온라인 상 가격은 7만6000원으로 2만8020원이나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들은 낱개 구매보다 세트 구매가 더 비싼 것은 포장재 비용 및 인건비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포장비와 인건비를 감안하더라도 2배 가까이 나는 가격차이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기업의 가격정책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이수현 정책실장은 “기업은 포장비와 인건비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이는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기만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준 없는 고무줄 가격도 소비자를 울린다. 9만9000원이 권장소비자가로 표기된 동원의 ‘스페셜 36호’ 제품의 경우 정가에 판매되는 곳은 온라인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동원 자사몰에서는 해당 제품이 50%이상 할인된 4만6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 이상 깎을 가격을 애초에 높게 설정해 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조사들은 유통사 핑계를 댄다. 동일한 수준의 납품가로 제공하더라도 대형마트 등 유통사들이 정가 표시 등 마케팅을 제각각 달리해 그에 따른 가격도 달라진다는 해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지적이 올해 새롭게 제기된 것이 아니라는 것. 시민단체와 본지를 비롯한 언론들이 해마다 비판해왔던 문제임에도 제조사들의 이 같은 판매행태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포장비나 인건비, 유통사를 탓하는 모습도 반복됐다.

‘어쩔 수 없이 사야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부당한 가격에도 명절 선물세트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명절 선물세트는 식품제조사나 유통사들의 대목 한철을 노린 폭리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수익은 올릴 수 있겠지만 이런 꼼수마케팅은 브랜드 자체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명절 선물세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즐거워야 할 소비자들의 귀경길을 씁쓸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들도 한탕 이벤트성으로 한시적인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브랜드 신뢰를 쌓기 위해 멀리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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