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장기보험 사고 접수 미결 급증 주장
22일 KB손해사정 사옥서 경영진 규탄 시위

ⓒ전국사무금융노조 KB손해보험지부
KB손보 및 손해사정 노조가 지난 22일 보험금 지급지연 급증을 규탄하며 경영진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전국사무금융노조 KB손해보험지부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B손해보험의 경영실책으로 고객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지연처리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회사인 KB손해사정의 업무 일부를 위탁업체에 넘기며 전담 인력은 늘어났지만 업무 효율성은 오히려 악화 됐다는 지적이다. 

28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KB손해보험지부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장기보험 사고 접수 미결건이 평상시 3만건에서 최근 11만건으로 급증했다. 장기보험은 보험기간이 1년을 넘는 것을 말하며 미결이란 접수대기 등 지급 지연 상태인 보험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에는 KB손보지부와 KB손해사정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 KB손해사정 본사 내부에서 피케팅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노조는 보험금 지급 청구가 몰리는 연말이라는 계절적 요건을 감안하더라도, 지급 미결 건의 급증에는 경영상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특히 보험금 지급 관련 접수전담법인 외주 도입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KB손해사정 직원 600여명이 하던 일을, 현재 외주법인 직원을 포함해 1000명이 하고 있지만 오히려 효율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 지연에 따른 고객 민원은 오롯이 KB손해사정 직원들의 몫이 되고 있음에도 사측은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는 한편, 오히려 성과급제 확대를 제시하며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는 이와 관련 성명을 통해 “접수전담법인의 질병코드 입력이나 배정오류 등 업무미숙련도 이번 사태에 한몫했지만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지속됨에도 해결방안이나 책임에 대한 그 어떤 얘기도 없다”라며 “통상 접수 후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이 지급되는데 현재는 담당자 배정까지 7일이 걸린다고 한다. 신속한 업무처리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켜야할 금융서비스산업에서 오히려 불만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기보상처리 지연으로 현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성 전화가 걸려온다. 영업부문에 걸려온 불만 전화는 고스란히 현장의 매니저와 지점장의 몫이 된다”라며 “경영진의 정책실패가 왜 애꿎은 직원들에게 화살이 돼 돌아오는가”라고 하소연했다. 

또 “더군다나 직원들의 급여를 볼모로 한 성과급제 확대 없이는 초과이익 배당금 등을 지급할 수 없다고 몽니 부리는 사측의 행태까지 더해져 있는 형국”이라며 “결국 KB손보는 과도한 업무로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이중으로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KB손보는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장기사고 미결 증가는 매년 연말 크게 늘어나는 만큼 회사의 경영실책과는 무관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KB손보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장기보험 미결은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원래 겨울이 되면 미결이 증가한다. 연말에 청구가 많고 감기 등의 진료 요인도 있다”라며 “(KB손보의) 미결 건이 늘어난 건 맞지만 타사와 큰 차이가 없다. 회사의 정책 때문이라고 볼 순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노조는) 외부적으로는 장기 미결을 주장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