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걸쳐 노조 가입 권유 메일 일괄 삭제
노조 “법으로 보장된 노조활동 탄압하는 행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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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발송된 노동조합 가입 권유 메일을 일괄 삭제하면서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미 사내 메일이 업무 외 개인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조에게만 불리한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30일 한국노총 전국금속노조연맹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삼성노조)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삼성노조가 전 직원에게 발송한 노조 가입 권유 메일을 일괄 삭제했다. 메일에는 타사와의 복지혜택을 비교하며 노조에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의 글이 담겨 있었다. 

노동계는 삼성전자의 메일 삭제 행위를 명백한 노조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삼성노조를 비롯한 한국노총, 전국금속노조연맹은 각각 성명을 내고 이메일 삭제에 대한 엄중 경고에 나섰다. 

삼성노조는 성명을 통해 “회사는 우리 노동조합이 직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일괄 삭제했다. 이는 법으로 보장된 노동조합의 활동을 탄압하는 행위이다”라며 “삼성은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고 탄압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거짓말이었다”고 힐난했다. 

이어 “우리 노동조합은 회사의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법으로 보장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직원들이 받는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역시 “불과 2주 전 사측의 일방적인 이메일 삭제 행위에 대해 노조가 공식적으로 경고를 했음에도 이와 같은 전근대적인 반노동 행위가 반복됐다. 반세기 넘게 노조를 혐오하고 설립과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해 왔던 삼성답다”라며 “한국노총은 삼성의 변하지 않는 반노동‧반헌법적 행위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정당한 노조 활동 쟁취를 위한 삼성전자노동조합의 투쟁에 아낌없는 연대와 지원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내부 전산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단체협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사간 메일 사용 권한에 대한 협의와 승인이 없었던 만큼 메일 삭제는 타당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내부 전산망은 회사의 자산인 만큼 (사내 메일로) 노조 활동을 하려면 단체 협약을 통해 이용 권한을 승인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회사와의 그런 커뮤니케이션 없이 (노조 활동이) 발생해서 삭제가 된 것”이라며 “회사 내부 전산망은 회사의 목적과 방법 하에 사용돼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삭제가 이뤄진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삼성전자가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판례를 호도하는 한편, 사내 메일 이용과 관련해 노조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사측의 변화 움직임이 없을 시 법적 검토에 나서겠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전국금속노조연맹 정태규 조직국장은 “삼성전자는 관련 판례의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답변을 내놨다. 오히려 인권위원회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노조에게 메일을 쓰지 말라고 압박했던 것 자체가 부당노동행위의 객관적 구성요건에는 들어간다는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자기네 시설물을 이용하지 말라는 건데 이미 사내 이메일을 통해 경조사도 전체메일로 뿌리고 시골에서 물건도 팔고 오늘의 유머 같은 것도 오고 간다. 모든 직원들이 소통의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라며 “굳이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글만 삭제한다는 건, 노조의 존재 자체를 직원들이 알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보통 단체협약에는 사내 공용 게시판 이용이나 노조 게시판 별도 생성 등이 요구사항으로 포함되지 이메일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라며 “삼성전자의 기본적인 태도가 변한 게 없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과 면밀한 법적검토 이후 입법활동과 함께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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