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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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숙명여자대학교에 트랜스 여성이 입학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숙대 재학생 일부가 반발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들은 “‘트랜스젠더인 남성’의 입학에 매우 두려움을 느끼고 분노한다”며 해당 학생의 입학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인 사람만이 ’진짜 여성‘이라며 트랜스 여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이들처럼 트랜스젠더 배제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일컬어 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 일명 터프)라고 합니다.

(※모든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트랜스젠더를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TIRF(Trans-Inclusionary Radical Feminist. 일명 티프/티어프) 역시 래디컬 페미니스트이나 트랜스젠더를 포용하는 입장을 견지합니다. 가부장제·이성애 중심성 해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에 다양한 성소수자와 함께 연대하는 TIRF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 기자 주.)

터프 중 대표적인 인물로는 지난 2014년 <젠더는 해롭다(Gender hurts)>를 펴낸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치학자 쉴라 제프리스(Sheila Jeffreys)가 있습니다. 제프리스의 <젠더는 해롭다>는 지난해 한국어판으로 번역돼 국내에 소개됐으며,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해 3차례의 강연을 열기도 했습니다.

강연에서 그는 “트랜스젠더 현상과 트랜스젠더 권리 운동이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을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며 “트렌스젠더 현상은 분명 많은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고 트랜스 혐오 발언을 했습니다.

또 “트랜스 여성의 대다수는 여장에 성적 페티시를 느끼는 이성애자 남성이며, 나머지는 남성의 몸으로 남성을 사랑할 수 없다고 느끼는 동성애자 남성”이라며 트랜스 여성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프리스는 트랜스젠더 현상에 대해 “성별 고정관념을 보호하고 권장하는 생각에 기반한다”며 “여성을 해방시키려는 페미니즘 운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랜스 여성들이 화장을 하거나 머리를 기르는 등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여성성을 수행하면서 고정관념을 고착화한다는 것이죠.

물론 트랜스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강요된 여성성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트랜스 여성들은 다양한 여성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사회적 여성성을 수행하는 이들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아울러 이 같은 주장은 트랜스 여성들이 여성성을 수행하게 되는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트랜스 여성들의 여성성 수행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것입니다. 여성성을 수행하지 않으면 여성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트랜스 여성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인 것이죠.

제프리스는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리즘(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루는 포괄적인 담론)을 상호배타적인 것으로 간주합니다. 또 젠더 고정관념은 여성에게 해로운 것이기에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젠더 고정관념의 가장 쉬운 예로는 ‘여자 아이는 인형을, 남자 아이는 로봇을 좋아한다’와 같은 말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고정관념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구조로 자리 잡았기에 박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하지만 젠더는 해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젠더는 자신이 성적으로 어떤 존재라고 느끼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성별뿐 아니라 그에 반대되는 성별, 혹은 둘 모두에 해당하거나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성별을 둘로 정해두고 이에 맞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것이야말로 불평등을 야기하는 억압입니다. 해체돼야 하는 것은 젠더가 아니라 성별 이분법적인 구조입니다.

페미니즘과 퀴어운동이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는 성별 이분법적 구조를 벗어나 성역할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숙명여대의 트랜스젠더 혐오 논란은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를 왜곡한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논란이 혐오를 넘어 더 많은 소수자들과의 연대로 페미니즘의 영역이 확장되고 불평등한 구조를 걷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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