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조사단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ESS 화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김재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조사단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ESS 화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원인이 배터리 이상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LG화학과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들은 조사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ESS 화재사고 조사단(이하 조사단)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작년 8월 이후 발생한 ESS 화재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충남 예산·경북 군위·경남 김해·강원 평창·경남 하동 등 지난해 8월 이후 ESS에서 불이 난 전국 사업장 5곳의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경남 하동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배터리가 발화 지점인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단은 예산과 평창, 군위, 김해는 발화지점과 유사한 방전 후 저전압, 큰 전압편차를 보인 배터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배터리 이상을 화재원인으로 추정했다.

특히 평창 등 4곳은 90% 이상의 높은 충전율 조건으로 운영하는 방식에 배터리 이상 현상이 결합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 조사단의 분석이다.

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되지 않은 하동의 경우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단은 ESS 사업장의 배터리 충전율을 낮추는 등 유지 관리 방식이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ESS 신규설비의 충전율을 옥내 80%, 옥외 90%로 제한하는 조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동일한 충전율로 하향토록 권고하는 등 ‘ESS 추가 안전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와 정부 대책에 ESS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 문제인 것으로 결론 난 셈이다.

하지만 LG화학과 삼성SDI 등 제조사는 배터리 이상이 ESS 화재 원인으로 볼 수 없다며 조사 결과에 반박했다. 이들 제조사들은 자체 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며 정부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된 ESS 화재 사고 4곳 중 충남 예산·경북 군위는 LG화학 배터리, 김해와 평창은 삼성SDI 베터리가 사용됐다.

LG화학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배터리가 ESS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4개월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고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 또는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사단이 용융 흔적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용융은 고체가 열을 받아 액체로 녹는 현상으로,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화재가 배터리로 전이됨으로써 배터리 내 용융흔적이 생길 수 있다”며 “용융 흔적을 근거로 배터리 내부발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SDI 또한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배터리와 ESS화재와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SDI는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가 발생한 사이트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 설치·운영 중인 배터리를 분석해 나온 결과”라며 “조사단 조사 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SDI에 따르면 지난해 말 조사단이 평창 및 김해 사이트에 설치된 배터리와 유사한 시기에 제조된 배터리가 적용된 다른 사이트의 데이터 및 제품을 요청에 삼성SDI는 인천 영흥, 경남 합천에 설치된 제품을 전달했다.

또 삼성SDI는 “ESS 화재 발화지점은 배터리에서 시작됐지만,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며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