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지난 1일 프로모션 배달료 지급 종료
노조 “속도경쟁에 사고위험 높아질 수밖에 없어”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배달의민족의 배달료가 삭감된 이후 배달기사(라이더) 교통사고 2건이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라이더들이 속도경쟁에 내몰려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고 주장한다. 배달료를 줄이기 전만큼 수익을 올리려면 같은 시간 동안 더 빨리 배달에 나서야 하는 만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7일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이 이달 1일 배달료를 삭감한 이후 2건의 라이더 교통사고가 노조에 접수됐다. 배달료 정책이 바뀐 지 일주일도 안 돼 잇달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 라이더 A씨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노조에 알리며, 배달료가 줄어든 상황에서 조금 더 빨리 배달을 하려고 본인도 모르게 속도를 내게 됐다고 전해왔다. 현재 A씨는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토바이 파손 역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은 날씨가 추워지거나 눈‧비 등이 내려 주문이 몰리는 날 라이더들에게 추가 비용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이는 라이더들이 체결하는 배송대행기본계약서 상 “갑은 을에게 배달료를 지급하되, 최소배달료 외에 프로모션 배달료 및 거리별 할증료를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 라이더들에게 지급해왔던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의민족의 일방적인 프로모션 배달료 삭감이 잇달아 발생한 교통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더들이 동일한 시간 내에 같은 수익을 벌어들이려면 더 빨리 배달을 해야 하는 만큼 속도경쟁에 내몰리게 됐다는 주장이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은 “2월 1일 이후 노조로 2건의 사고가 접수됐다. 주행 중 차량 앞지르기를 하다가 발생한 사고인데 라이더 과실이 있을 수 있지만, 배달료가 떨어진 만큼 기존의 수익을 맞추기 위해 더 빨리 배달을 할 수밖에 없어 당연히 사고의 위험이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 역시 이번 배달의민족 배달료 삭감에 따른 사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지회는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노조와 함께 결정돼야 할 노동조건 변경이 일방 통보되는 현재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라이더들은 제한된 시간 내 더 많은 배달을 수행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배민라이더스지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기본 배달료가 3000원인데 1시간에 4개를 한다고 하면 1만2000원이다. 렌탈비에 기름값을 빼면 최저임금정도 밖에 안 된다”라며 “지금 최대 5개까지 동시 배차가 가능한데 조리지연이나 변동상황이 발생하면 라이더들의 멘탈이 무너진다. 그때 오토바이를 급하게 몰 수 있는 경향이 생기고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배달의민족의 일방적인 근무조건 변경을 지적해왔던 라이더유니온과 배민라이더스지회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각 사측에 노사 교섭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교섭이 시작되는 시점을 앞두고 또 프로모션 종료에 따른 배달료 삭감이 통보되자 노조에서는 조합을 무력화 하는 시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배달의민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라이더 계약서에 의거해 배달료 체계 변경에 대한 고지는 30일 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프로모션 종료의 경우 불과 10일 전에 고지가 됐기 때문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이 같은 계약위반으로 개별 라이더들에게 20일간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소송의 기초가 될 평균 배달료 등을 산정하고 있다. 

구교현 팀장은 “이름이 프로모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봤을 때 줬다가 안줬다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인식하는 분들이 있는데, 명확하게 계약서상 배달료 체계 안에 하나의 유형으로 프로모션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프로모션은 애초에 한시적으로 운영돼 배달료 체계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속도경쟁이나 사고위험 우려와도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최근 사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다만 프로모션 종료는 배달료 삭감이 아니다. 추운 겨울 라이더분들을 좀 더 영입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진행했던 것”이라며 “프로모션 종료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건 노조의 입장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어 “내부 검토에 따라 프로모션은 배달료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또 프로모션이 한시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라이더분들에게 고지가 됐던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노조와의 교섭에 대해서는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이 각각 교섭요청을 해왔다. 빨리 단일 노조가 돼야 생산적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저희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교섭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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