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故김용균씨 어머니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아들이 생전에 근무했던 현장, 열악하기 그지 없어
사고 진상규명에도 ‘꼬리 자르기식’ 처벌만 이뤄져
산안법 시행에도 합의 이행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모든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 보장되는 사회되길 바라
국민들이 힘이 강해져야만 노동존중사회 실현 가능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투데이신문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진수 인턴기자】  지난 2018년 12월 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는 9, 10호기 컨베이어 벨트 점검 작업 중 협착 사고를 당해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김용균씨는 어두운 컨베이어 벨트 안에서 헤드 랜턴조차 없이 일하다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위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그리고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이른바 ‘김용균법’은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 16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개정 산안법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도가 상당수 도입됐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지 못했고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됐다. 

더 이상 아들과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52)씨는 노동 현장 변화를 이루고자 직접 뛰어 들었다. 김미숙씨는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사고 진상규명과 노동현장 개선을 위한 22개 권고안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며 지난 1년을 보냈다. 특조위 활동 종료 후에는 김용균 재단을 설립해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달 30일 김미숙씨를 만나 아들 사고 이후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직접 보고 느낀 노동 현장은 어땠는지, 그가 꿈꾸는 노동존중사회는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7일에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故 김용균 씨 1주기 추모제 ⓒ뉴시스
지난해 12월 7일에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故 김용균 씨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김미숙 대표 ⓒ뉴시스

Q. 아들이 떠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지난 1년은 사고 진상규명과 특조위 권고안 준비에 몰두해 시간을 보냈다. 1년이면 사고 합의안과 특조위 권고안이 마련되고, 이것이 현장에서 이행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또 진상규명은 이뤄졌지만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원청이 책임질 것을 요구했지만, 하청 말단 직원의 잘못으로만 돌리고 있다. 꼬리 자르기 식이다. 검찰에서 반드시 책임자를 처벌해주길 바랄 뿐이다. 

Q. 사고로 많은 변화를 겪었을 텐데 사고 전후 무엇이 바뀌었나.

사고 전후 삶은 180도 달라졌다. 사고 전에는 가정을 위해 살았다면, 아들이 떠난 후에는 노동자들을 위해 살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 현장에서 벌어진 사고를 접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났구나’ 정도 생각하는데 그쳤다면, 지금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조금이라도 도움 되고 싶은 마음이다. 

Q. 직접 목격한 외주화 현장 실태는 어땠나.

용균이가 일했던 현장은 ‘요즘 같은 시대에 있을만한 곳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열악했다. 해당 현장은 공기 중에 1급 발암물질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에 특급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싸다는 이유로 마스크는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 특별한 상황이 올 때만 지급된다고 들었다. 또 컨베이어 벨트 안에 들어가서 일을 할 때는 손전등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간신히 앞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지급되지 않았다. 컨베이어 벨트는 회전체가 많아 사람이 말려들어가기 쉬운데도 이를 가리기 위한 제대로 된 보호 커버도 없었다. 원청은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나 몰라라 손 놓고 있다.

Q. 여전히 김용균씨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으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심경이 어떤가.

아들과 함께 현장에서 일했던 동료들에게 “너희는 여기에서 일하지 말고 떠나라”고 했다. 나는 자식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그들의 부모도 나와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자식들을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겠나. 용균이와 같은 사고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투데이신문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투데이신문

Q.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안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어떤 부분들이 미흡했다고 생각하나.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에게 내려지는 처벌 수준이 상한선은 높아졌지만 하한선은 없어졌다. 그렇다보니 법원에 가도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에 그칠 수 있어 원청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하한선 기준이 명확해야만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중지권도 문제다. 산안법 개정 이전에는 중대사고 발생 시 사고 발생 원인을 안전조치를 한 후에 일을 재개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개정 후에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장 전체가 아닌 부분 작업중지만 해도 문제없다. 안전조치 후 사업주가 작업중지를 해제해달라고 할 때 4일이라는 기간 안에 심의위원회가 작업중지 해제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만일 4일에 주말이 끼께 되면 심의 결정까지 시간이 너무 짧다는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심의에는 노동계 관계자가 참여하지 않는다. 확실한 심의를 위해서는 노동계, 특히 현장에 일하는 사람이 포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의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도급 금지 업종에 조선업이나 용균이가 일한 발전산업 등이 포함되지 않아서 너무 협소하다는 측면이 있다. 

Q. 때문에 산안법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보완돼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책임자 처벌 하한선 보장과 작업중지권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도급 금지 적용 대상 범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금은 도급 금지 적용 대상 범위가 너무 좁다. 특히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이나 조선업 조차도 도급 금지 대상에서 빠져있는 상황이다.

Q. 지난달 16일부터 개정 산안법이 본격 시행됐다. 현장 반응은 어떤가.

합의 이행이 가장 중요한데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조위에서 제시한 22개 권고안도 따르지 않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직접 고용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기업의 현장 직원들도 직접 고용을 원하고 총리도 이를 주문했지만 따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임금 삭감 방지, 현장 환경 개선, 처우개선만 해주겠다고 하고 있다. 직접 고용이 이뤄져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Q. 경영계는 개정 산안법이 사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노동계는 책임자 처벌 하한선이 없어지고 작업중지권 조항이 허술해져 불만인 상황이다. 반면 기업은 여전히 너무 많은 보호를 받고 있다. 하청에 명령을 내리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사업주의 책임은 당연하다.

Q. 특조위에서 제시한 권고안은 어떤 내용인가.

특조위는 권고안은 민영화·외주화 철회, 연료·환경 설비 운전 업무는 발전사가 직접 고용 및 정규직화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고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고용이다. 이것이 이뤄져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7일에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故 김용균 씨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김미숙 대표 ⓒ뉴시스
지난해 12월 7일에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故 김용균 씨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김미숙 대표 ⓒ뉴시스

Q. 특조위 활동이 종료된 후에는 ‘김용균재단’을 설립해 활동을 해오고 있다. 김용균재단은 어떤 곳인가.

재단은 용균이만을 생각해서 만든 곳은 아니다. 단지 아들의 죽음을 기리는 이유만 있었다면 설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청년 노동자 권리 보장 등 개선과 더불어 노동 현장 사고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어 설립했다. 

Q. 김용균재단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안전한 노동 현장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용균이는 업무수칙을 지켜서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노동자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됐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Q. 김용균씨 사망 이후의 한국 노동현장을 평가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노동 3권조차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앞으로 1년은 강력한 비정규직 철폐 운동과 함께 중대재해를 저지르는 기업을 알리는데 주력해보려 한다. 또 노동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에도 힘써 볼 계획이다.

Q. 김용균씨의 죽음이 위험의 외주화, 산업 현장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도 있다. 공감하나.

이제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앞으로 학교에서는 노동 현장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도 제대로 된 노동 교육을 받아 외국처럼 높은 노조가입률을 보이고 노동자의 힘이 강해지길 바란다.

Q.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인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만을 표출하기 어렵다. 하청이다 보니 원청에 말하더라도 묵살당하기 일쑤다. 결국 노동자들은 원청에 대한 불만을 해결할 수 없어 그만두게 된다.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투데이신문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투데이신문

Q.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당시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했다. 실현 가능하다고 보나.

뿌리 깊은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힘들지만, 하나씩 바꾸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사고 피해 가족들과 함께 노력한다면 악법들이 사라지고 노동존중사회가 될 것이다. 

Q. 김 대표가 생각하는 노동존중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과거 우리나라는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가 아니었다. 정경유착은 지금까지 부유한 사람만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인권과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로 가야한다. 그러려면 국민의 힘이 강해져야한다.

Q.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 사회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노동계에 관심 있던 사람도 정치를 하면 노동에 관심이 줄어든다. 정치 쪽으로 가면 당리당락에 힘을 쓰고 키우는 데만 열성이다. 정치인들은 우리 미래를 보는 사람이다. 그들이 미래의 노동사회를  희망적인 노동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가정의 역할도 중요하다. 내 가족만 생각하지 말고 이웃을 생각하는 이타적인 사고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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