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이사회, 재무 및 지배구조 개선 안건 의결
조현아 측 “주주표 얻기 위한 급조 대책” 반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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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남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한진그룹이 재무건전성 확보 등을 이유로 호텔과 레저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다만 조원태 회장에게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재임시절 호텔·레저부문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이른바 경쟁자 힘빼기 차원의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7일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안건의 주요 내용은 재무 구조와 지배 구조 개선을 토대로 호텔·레저 사업 구조 개편, 저수익 자산 및 비주력 사업 매각 등이었다.

이날 한진칼은 이사회 규정을 개정, 대표이사가 맡도록 되어 있는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경영을 감시하는 이사회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진칼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다.

또 한진그룹은 한진칼, 대한항공, 진에어 등 주요 그룹사의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으며, 이사회 의장도 이사회에서 선출토록 할 예정이다.

사업 구조에도 큰 변화를 줬다. 비주류 사업으로 분류된 호텔·레저 사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연내 매각을 위해 매각 주간사를 선정키로 한데 이어,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도 매각키로 했다.

또 LA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소재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을 따져보고 구조 개편의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비주류 사업을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력인 물류와 항공에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방침이다.

항공운송 사업은 신형기 도입 및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확대하는 한편 타 항공사와의 조인트 벤처 확대, 금융·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휴 등 국내외 사업파트와 협력의 폭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물류사업 또한 선택과 집중에 주력, ㈜한진의 택배·국제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 사업은 집중 육성하고 육상운송·포워딩·해운·유류판매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힘쓰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호텔과 레저 사업 축소 방침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회사 경영에 참여했을 때부터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주로 호텔과 레저 사업 부문에서 일했다.

이번 조치로 이른바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전문 분야가 축소되는 만큼 사실상 그룹 경영 복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주력사업 강화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해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반(反) 조원태 회장 ‘3자 연합군’은 이번 한진칼 방침에 “주주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대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주주 연합은 7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한항공과 한진칼 각 이사회의 결의내용은 현 위기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문제의식 없이 단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대책”이라며 “그룹의 주력인 항공 운송 사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은 세부방안이 전혀 없어서 실행 의지와 진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들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호텔 및 레저사업 구조 개편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 없이 모호한 말로 일관하고 있다”며 “오로지 기존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실질적 내용 없이 과거 대책을 개선안으로 내놓으며 주주들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주주 연합은 오는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건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한진칼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 본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6.49%에 ‘3자 연합’으로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한 KCGI 17.29%, 반도건설 8.28%까지 더해져 지분율이 32.06%를 확보했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6.52%에 델타항공 등 우호 지분 11%로 지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최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전무(6.47%)의 지지로 우호지분율이 33.45%까지 늘어나면서 지분 경쟁 판세가 역전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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