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간절한 취준생들 컨설팅 업체에 눈길
서류 심사부터 면접까지 채용 전 과정 관리
비싼 가격·모호한 환불규정에 취준생들 불만
“취준생 스터디 등 자발적으로 채용 준비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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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진수 인턴기자】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채용 합격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취준생들은 채용 과정에서 다른 지원자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외활동, 어학연수, 봉사, 학점관리 등에 여념 없다. 화려한 스펙뿐만 아니라 서류, 필기, 면접 등 채용 전 과정에서 경쟁자보다 돋보이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홀로 이 모든 것을 준비해 높은 취업 문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일부 취준생들은 ‘취업컨설팅’ 업체로 눈을 돌린다.

취업컨설팅 업체는 사기업·공기업 등 취업을 위한 서류, 필기, PT 면접 등 채용 전 과정 준비 돕는다. 누구보다 취업이 간절하고 이 모든 걸 혼자 준비하기에 벅찼을 취준생들에게 취업컨설팅은 다소 비싼 가격에도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부 취업컨설팅 업체에서 합격을 향한 취준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해 횡포를 저질러 문제가 되고 있다. 도를 넘어선 비싼 컨설팅 비용, 가격 대비 기대에 못 미치는 효과, 불분명한 환불 규정 등으로 취준생들의 적잖은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취업컨설팅 업체의 과도한 마케팅 전략이 취준생의 불안감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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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눈길 잡는 ‘취업컨설팅’

2018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전체 실업자 중 25~29세 실업자 비율은 21.6%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야말로 한국은 취준생 포화상태다. 때문에 대외활동, 어학연수, 봉사 등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는 다양하고 훌륭한 스펙을 가진 취준생들도 뜻대로 취업에 성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서류, 필기, PT 면접까지 준비해야 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채용 전 과정을 컨설팅 해주는 ‘취업컨설팅’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 

취업컨설팅 업체는 사기업·공기업 합격을 위한 채용 전 과정을 컨설팅한다.

우선 채용 첫 단계인 ‘서류 심사’ 통과를 위해 자기소개서 및 이력서를 준비한다. 업체는 대화를 통해 수강생의 생애 전반을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자기소개서 작성 방향을 제시하거나 수강생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피드백해준다. 이력서는 기업에 따른 맞춤형으로 재구성을 돕는다.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나면 ‘필기시험’을 준비한다. 기업 유형에 따라 인·적성검사나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시험을 치르는데, 이를 대비해 업체에서는 문제 유형이나 풀이 방식 등을 제공한다.

채용의 마지막 단계라 볼 수 있는 ‘면접’은 기본적인 1대 다(多) 면접부터 지원자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엿보는 PT 면접, 합격의 마지막 길인 임원면접 등 면접 유형에 맞춰 전략을 세운다. 

이처럼 취업컨설팅은 채용 과정의 A부터 Z까지 전 과정을 관리해주기 때문에 취준생의 부담이 한층 줄어들고 전문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을 투자해 서류부터 면접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하다 보니 취준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감이 생겼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홈페이지에 게재된 호평 후기는 업체의 강요가 아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쓴 것들인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는 글이 많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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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컨설팅 상담 직접 받아보니 

지원 기업의 유형에 따라 채용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취업컨설팅 시스템은 마치 취준생 버전 ‘SKY 캐슬’을 보는 듯 완벽했다. 커리큘럼대로라면 컨설팅을 받지 않는 취준생 보다는 어렵지 않게 채용 합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자는 실제 취업컨설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해보고자 직접 상담을 받아봤다.

상담에 앞서 사전 정보를 얻고자 여러 업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이후 전화와 메신저로 상담을 요청해봤다. 대부분의 업체가 전화나 메신저로 수업 내용과 시간,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꺼려 했고 오프라인 상담을 적극 유도했다. 

기자는 그중 한 업체를 찾아 오프라인으로 1대 1 상담을 받아봤다. 업체는 가장 먼저 상담카드 작성을 요구했다.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대학 등 개인 정보를 기재하는 칸이 많아 꼭 작성해야 되냐고 묻자 “상담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상담카드를 작성한 후에야 상담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담당자는 전공과 졸업 유무를 물어본 후 평소 스케줄을 파악해 수강 가능 시간을 확인했다. 이어 희망 기업 유형과 직무와 인턴 유무 등도 물었다. 유대감 형성을 위해서인지 사적인 질문들도 이어졌다. 이후 수강 정보를 안내했다. 

중요한 선택 기준인 비용에 대해 물었다. 자소서 혹은 면접 준비는 회당 그룹 수업은 8만8000원, 1대 1 수업은 40만원이었다. 채용 과정 전반을 관리해주는 정규반도 편성돼 있다. 정규반은 기간에 따라 3개월 과정 140만원, 6개월 과정 198만원, 1년 과정 298만원이었다. 3개월과 6개월 과정은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보통 6개월을 택한다고 한다.

상담이 끝날 때쯤 환불 규정에 대해 물었다. 담당자는 6개월 과정은 3개월을 수강하면 3개월을 무료로 제공하는 ‘3+3’ 시스템이기 때문에 3개월 지나면 환불 어렵다고 했다. 3개월 과정도 마찬가지로 2개월을 수강하면 1개월을 무료로 제공하는 ‘2+1’ 시스템이라 2개월이 지나면 환불이 곤란하다고 했다. 자소서와 면접 수강 관련해서는 ‘평생교육법에 의거해 정해진 규정이 있다’고만 말할 뿐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수강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들여 오프라인 상담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오프라인 상담 역시 수강 관련 정보를 자세하게 알리기보다는 등록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우선시 했다. 그동안 취업컨설팅 업체를 거쳐간 취준생들도 기자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소득 없이 시간을 뺏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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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심리 악용한 마케팅 논란 

취업컨설팅 업체는 확실한 효과를 자부하는 것과 달리 실제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비싼 비용, 가격 대비 빈약한 프로그램 구성, 미비한 효과, 애매한 환불 규정 등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소비자원 공개한 '취업컨설팅 서비스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서울지역 취업컨설팅 학원 10곳을 대상으로 비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소서 3~4회당 20~25만원 △인·적성검사 3~4회당 10~15만원 △ 전공 등 필기시험 5~6회당 20~25만원 △면접시험 3~4회당 30~35만원으로 조사됐다. 부모님의 지원이나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결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취업컨설팅 업체가 저마다 브랜드 1위, 취업률 1위, 최고의 파트너, 취업전문가, 전문 강사진 등의 문구를 앞세워 효과를 자부한다. 그러나 일부 수강생들은 상담 내용과 다른 수업 내용으로 서류나 면접에서 이렇다 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취업컨설팅 업체 대해 취준생들이 모인 카페와 커뮤니티에는 “컨설팅 상담을 받아봤는데 업체에서 290만원 얘기를 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 등록 없이 나왔다”, “후기들 보면 좋은 내용밖에 없어서 걱정했는데, 역시나 수업 내용이 상담 때와 달라 아쉽다”는 등의 후기글이 전해졌다.

환불 규정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위에서 언급된 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취업컨설팅 불만 유형 중 계약 관련 문제가 88.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계약 관련 소비자 불만의 경우 업체가 환급 거부, 중도해지 위약금 산정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실제 “취업컨설팅 서비스를 받으려고 비용을 지불했다. 단계별 과정이라 1단계 수업만 수강하고 나머지 2, 3단계 수업은 취소하고자 했지만 컨설팅업체가 환불을 거부했다”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렇다 보니 취업컨설팅 업체는 오랜 시간과 비싼 비용을 투자할 만큼 취업이 간절한 취준생들의 심리를 악용한 마케팅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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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마케팅에 취준생 불안감 상승 

업계 관계자 등은 취업컨설팅 업체 과한 마케팅 전략이 취준생의 불안감을 야기한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취준생도 취업컨설팅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현장실습지원센터 유희 교수는 취준생들이 취업컨설팅에 의존하는 현상의 원인을 “서류·필기·면접 전형 등 다양한 채용 프로세스 과정에서 탈락된 이유를 스스로 알지 못하고, 누구도 속 시원히 답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봤다. 

아울러 취업컨설팅 업체들에 대해 “컨설팅 시장의 확대로 우후죽순 설립된 취업컨설팅 업체들의 과도한 마케팅 전략으로 취준생의 불안을 조장하는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 관계자는 “자신이 미리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과 직무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에 대한 일관된 경력을 쌓는 게 필요하다”며 “컨설팅 활용도 좋지만 같은 직무를 준비하는 취준생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하는 편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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