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개 물림 사고에 반려견 공포 분위기 확산
견주 처벌·반려견 제재 강화 촉구하는 목소리 커져
‘도그 포비아’ 확대, 반려인·비반려인 간 갈등 야기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한 교육·이해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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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반려동물가구 천만 시대다. 공원 산책이나 마트 쇼핑 등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반려동물은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을 넘어서 한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견주에게는 한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반려견일지라도, 때로는 누군가에겐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 지나가는 반려견에 물려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입마개나 목줄을 착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개 물림 사고가 대부분이다. 목숨까지 앗아가는 상황으로 이어지자 반려견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급기야는 ‘도그 포비아’(Dog phobia, 개 공포증) 분위기가 형성되며 반려견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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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한 반려견 물림 사고

지난 2017년 9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한 아파트 거주민 50대 여성 김모씨는 엘리베이터에서 개 물림 사고를 당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이웃집의 반려견 프렌치 불도그가 크게 짖으며 김씨를 물었고 살이 깊게 패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6월에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거주민의 반려견이던 폭스테리어가 2살짜리 여아를 물어 전치 1주의 상처를 입혀 논란이 됐다.

개 물림 사고는 일상에서 흔히 발생한다. 지난해 소방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 119구급대가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 수는 △2016년 2111명 △2017년 2404명 △2018년 2368명으로 총 6883명에 달한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동물보호법상 목줄과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돼있다.

다만 모든 견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맹견 5종에 대해서만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돼있다.

개 물림은 견주가 반려견에게 입마개나 목줄만 제대로 착용시켜도 충분히 예방 가능성이 높은 사고다. 그러나 “우리 개는 맹견이 아니다”, “순해서 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마개·목줄과 같은 사고 예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선 두 반려견의 경우에도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전적이 있지만 사고 당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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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공포 분위기 ‘도그 포비아’ 확산

개 물림 사고가 반복되자 반려견에 대해 반감이 늘고, 개 공포증 이른바 ‘도그 포비아’ 현상도 확대됐다.

평소 동물을 무서워한다는 박모씨는 “실제 개 물림 사고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 워낙 개를 무서워하다 보니 지나가는 개만 봐도 움찔한다. 개의 크기를 떠나서 사람을 보면 짖거나 달려드는 게 두렵다”며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도록 최소한 목줄이라도 짧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반려견에 물릴뻔한 경험이 있다는 전모씨는 “이웃의 반려견과 계단에서 마주칠 때가 있는데 계단 간격이 넓지 않은데 견주와 나, 큰 개가 함께 지나갈 때면 늘 등골이 서늘하게 무섭다”며 “입마개는 안 하고, 목줄은 했지만 거리가 워낙 가깝다 보니 무용지물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반려견을 싫어하거나 키우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물림 사고가 두려운 것뿐”이라며 “반려견을 보고 가끔씩 놀라거나 일부러 멀리 피하기도 하는데 그런 태도에 불쾌해하는 견주의 반응해 난처하거나 미안해질 때도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서울시에서는 오는 2022년까지 반려견 놀이터를 구마다 한 개씩 설치해, 총 25곳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부 지역 주민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서초구는 완공된 반려견 놀이터를 개장을 코앞에 두고 주민들의 민원과 반대로 철거하기에 이르렀다. 반려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언제 사람을 물지 모른다는 안전상 우려가 철거의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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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반려인·비반려인 간 이해 필요”

반려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힌 반려견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안락사 주장까지도 제기됐다.

반려견 안전관리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자 지난 2018년 정부는 동물보호법과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했고 지난해 3월부터 적용됐다.

이에 따라 맹견 때문에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다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 견주에게 형사처벌에 물을 수 있다.

맹견은 소유자 없이 기르는 곳을 벗어나선 안 되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시설 출입이 불가하다, 만일 이를 어기면 소유자에게는 △1회 100만원 △2회 200만원 △3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맹견 유기 시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정기의무교육 법령을 근거로 맹견 소유자는 신규 맹견 소유 시 소유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정기 의무교육을 들어야 하며, 이후 매년 3시간씩 정기적인 교육을 이수하도록 정했다.

이 밖에도 맹견뿐만 아니라 반려견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람이 사망 또는 상해를 입을 경우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동물권 단체에서는 반려견과 반려인, 비반려인 간의 갈등을 단순히 처벌 또는 반려견 제재 강화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인식개선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려견 외출 시 목줄을 채우는 것은 기본이지만 입마개는 조금 다른 경우”라며 “입마개는 강제로 구속하는 장치다. 사람하고 동물을 완전히 동일시 할 순 없지만, 폭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밖에 나갈 때마다 수갑을 채울 순 없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서 일부 필요에 따른 배제는 있을 수 있지만 적정 수준의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채 팀장은 개 물림 사고로 반려견 안전사고 문제 의식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해가 부족해 발생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채 팀장은 “선진국에서는 반려인 뿐만 아니라 비반려인에 대해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규칙과 교육 등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막연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갈등은) 문화와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에 바꾸기는 어렵다”며 “다만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잘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비반려인은 동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돼야 한다. 서로 이해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불필요한 오해와 공포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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