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0월 16일 서울 구로구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실습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제공 = 구로소방서
지난 2013년 10월 16일 서울 구로구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실습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제공 = 구로소방서>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중증장애인에 대한 직계가족의 활동보조를 허용해달라며 중증장애인의 가족들이 다시금 호소하고 있다.

현행 장애인활동지원법 제30조 3항은 장애인의 가족에게 활동지원급여비용이 지급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직계가족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장애인 활동보조인 제도는 장애인의 가족들이 장애인을 돌봄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개선하고 장애인의 사회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마련됐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의 경우 자기결정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한계가 있어 가족이 활동보조를 할 수밖에 없고, 성별이 다른 경우에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은 제약이 생긴다.

또 활동보조인들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하기도 한다. 경증장애인에 비해 노동강도가 높고 활동보조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고 상황이 발생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장애인 직계가족의 활동보조를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 같은 요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장애인활동보조 가족지원(직계활동보조인)허용 간곡히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자신을 ‘올해 스무살이 된 뇌전증·뇌병변을 가진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청원자는 “아픈 아이 하나만 매달리게 되다보니 가정의 경제적 상태는 고작 생활만 할 정도”라며 “늘어나는 빚은 갚아나가기 엄두가 나질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을 구하기도 어렵고, 어렵게 구한 활동보조인은 중증장애인의을 기피해 서비스 이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아동을 둔 부모는 직장이나 모든 사회활동을 중단하고 자녀와 24시간을 함께 생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자는 “중증장애인 가족의 활동보조를 허용하도록 관계 법령 개정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 같은 청원에 대해 한국장애인부모회 해남군지부 박현숙 총무는 “장애인 직계가족 활동보조인 허용은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시작되면서부터 장애인 가족들이 제기해 온 문제”라고 말했다.

박 총무는 “장애인이 뇌전증, 심장질환 등 발작·경련이나 호흡정지가 올 수 있는 질환을 앓고 있다면 활동보조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중증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활동보조인도 휴게시간을 보장받게 됐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기 어렵고, 활동보조인이 휴식하는 동안 장애인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를 책임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활동보조인의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서는 가족이 휴식시간에 맞춰 돌아와 활동보조인과 교대해야 하는데, 일터에서 이를 이해해줄 리는 만무하다. 활동보조인들은 결국 휴식시간 없이 장애인을 돌보게 되고, 가족들은 활동보조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뇌전증, 심장질환, 스터지웨버증후군(혈관종, 경련, 편마비, 지능장애 등을 특징으로 하는 모반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박 총무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다 야간에 다른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책임지기도 했다”며 “지금이야 좋은 활동보조인께서 도와주고 있지만, 언제든지 이 분이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부모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직계가족의 활동보조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허용할 경우 국가가 장애인 활동 지원의무를 가족에게 전가하게 된다며 거부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부정수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총무는 “실질적으로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정수급 우려에 대해서는 “감시하고 처벌하면 될 문제”라며 “직장생활을 하는 편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활동보조를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5세 이상 노인이 치매를 앓는 경우 직계가족이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돌봄이 필요함에도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직계가족이 활동보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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