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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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379만원. 배달의민족이 공개한 배달기사(라이더)들의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소득이다. 상반기 평균 소득은 312만원이었으니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4100만원 수준이다. 특히 배달이 많이 몰린 지난해 12월 라이더들은 평균 423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그 중 상위 10%는 632만원을 벌어들였다.  

통계청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임금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297만원이었다. 그마저도 절반 이상인 56.4%의 근로자들의 소득은 250만원 이하였으며 150만원~250만원을 버는 소득구간이 28.9%로 가장 많았다.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은 국내 임금 근로자들에 비해 평균 100여 만원 이상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배달의민족이 공개한 자료만 보면 국내에서 손꼽히는 직업군이라고 볼만도 한데, 과연 그럴까. 현장 라이더들의 목소리는 좀 다른 듯하다. 업무에 대한 만족도를 떠나, 사측이 밝힌 평균 수익에는 숫자 이면에 존재하는 라이더들의 실체가 담겨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먼저 개인사업자 신분인 라이더들은 매달 소요되는 식대, 기름값, 보험료, 바이크 렌탈비 등의 부대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 역시 지역가입자로 분류되는 만큼 임금 근로자보다 높은 비용을 지급해야한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용역 조사 결과 라이더들이 월 평균 소요하고 있는 부대비용은 약 1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고용보험이 없으니 여러 가지 사유로 일을 그만뒀을 때 실업급여가 없다는 점, 일정 기간 근무를 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 등도 임금 근로자에 비해 마이너스 요소다. 또 배달의민족은 이달을 기점으로 프로모션 배달료 지급의 중단을 통보했는데 그렇다면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의 평균 수익은 지난해 상반기에 준하는 312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라이더들이 부담해야하는 평균 부대비용 100만원을 제하면 실제로 대다수 라이더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200만원 초반 대에 그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더욱이 미숙련자인 초보 라이더라면 이마저도 벌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근로시간은 어떠한가.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기준 월 평균 소득인 423만원을 벌기 위해선 1시간에 4~5개의 배달을 매일 평균 10시간씩 주 6일 소화해야 한다는 증언이 나온다. 10분~15분에 1건씩, 10시간 동안 점심시간 없이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배달기사들의 죽음을 불러온다고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30분 배달 정책은 차라리 양반인 수준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잦은 신호위반과 과속운전 역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민주노총 배민라이더스지회의 표현처럼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에 내몰리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교통위반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교육하고 있으며 일차적으로는 라이더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하지만 배송경쟁을 부추기며 사고의 위험을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배달의민족이 발표한 라이더들의 고소득은 현상의 한쪽면에만 돋보기를 들이민 것이다. 실수입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담기지 않았고 노동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현장의 이면도 담기지 않았다. 그곳 역시 녹록치 않은 근로조건 속에서 치열한 생업이 이뤄지는 현장이라는 것. 이 같은 진실이 숫자 속에 가려져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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