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페이지 맥비(Thomas Page Mcbee) 지음/240쪽/130*215mm/1만5000원/북트리거

ⓒ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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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안 보이는 것’이 아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트랜스젠더도 바로 그런 존재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알고 싶지도 않아 하는 ‘유령’과 같다.

단 한 번도 세상에 제대로 된 모습으로 존재한 적 없던 트랜스젠더 남성이 유령과 같은 자신의 삶에 종지부를 찍기로 결심했다.

기자이자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트랜스젠더 남성 토머스 페이지 맥비(Thomas Page Mcbee)는 <럼퍼스>와 <퍼시피스탠더드>에서 ‘내가 만들어 낸 남자’, ‘미국 남성’이라는 꼭지명으로 칼럼을 연재하며 남성성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전 세계를 상대로 불경이 이후의 남성성이나 직장의 젠더 문제, 미디어가 우리 몸을 대하는 시각 등에 대해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맥비가 이번에는 트랜스젠더 남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직접 조명했다.

책 <맨 얼라이브>는 맥비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화해 지금에 이르게 된 여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꼼짝 마’, ‘도주’, ‘싸움’, ‘통과’, ‘의례’, ‘살아 있는 남자’ 등 다섯 개의 장은 맥비가 투명 인간과도 같았던 과거에 맞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렸다.

대게 트랜스젠더의 자기 고백은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는 육체와 불화를 겪고 이로 인해 일찍이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했으며, 트랜지션(성전환)을 통해 보다 완전한 정체성을 찾게 되는 구조로 흘러간다.

그러나 맥비는 지금까지 규범적으로 유통돼 온 트랜스젠더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노력했다.

<맨 얼라이브>는 맥비가 움츠러들고 꼼짝 못 하는 인생을 살게 한 두 남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을 보호하기는커녕 학대한 아버지와 자신을 죽이려 했지만 살려 준 강도, 그들로 인해 맥비의 인생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그러나 맥비는 그들을 괴물로 만드는 길을 포기한다. 그리고 두 사건을 통해 맥비는 ‘무엇이 남자를 만드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것은 맥비가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여정에 오른 핵심 화두다.

맥비는 이 질문을 묻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커다란 사회적·심리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깨어 있는 남성이 되고자 하는 의식적인 노력이다.

이 책은 꼭 트랜스젠더가 아니더라도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으로 고뇌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금 가능하다. 맥비는 이 책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 되길 바란다.

진실하고 온전한 자아의 탄생을 그린 <맨 얼라이브>를 통해 인간의 조건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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